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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un 01. 2022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통화정책의 작용과 반작용

요즘 들어 가장 자주 접하게 되는 기사 중 하나가 바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것이다.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로 대표되는 중앙은행의 경기부양책은 발표가 날 때마다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금융 시장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 경제가 있는 그대로 흘러가도록 두던 시기는 오래전에 지났다. 우리는 지금의 경제, 금융 시스템을 갖추면서 경제가 시들시들할 때 놓을 수 있는 주사를 몇 가지 갖게 되었다. 경제라는 게 항상 순항만 할 수는 없기에 주사를 놓는 날은 늘어만 가고 예전과는 다르게 금융에 직접 몸 담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웬만한 주사의 이름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주사는 어떤 효과를 주길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또 이 주사들은 부작용이 없을까? 복잡하게 이야기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으니 간단하게만 생각해보자.


일단 중앙은행의 첫 번째 주사는 금리 인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경제가 일순간 휘청하자 미국을 비롯해 대부분 국가의 중앙은행은 파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당연히 경기 부양이 목적이었을 텐데 금리 인하가 어떻게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을까?


우리는 금리라는 이름보다 다른 이름인 '이자'에 익숙하다. 그리고 이자는 빌린 돈에 대한 대가다. 그러니 금리는 다시 말해 '돈을 빌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금리를 낮췄다는 건 대출 비용을 줄였다는 뜻이다. 보통 경기가 나빠질 때는 모든 경제 주체가 위축되게 된다. 언제 경제가 확 나빠질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감에 사람들은 소비를 늦추고, 기업은 투자를 늦춘다. 이렇게 되면 경기 악화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소비나 투자가 감소하게 되면 다시 생산이 줄어들고 경기가 더 위축될 수 있다. 결국 경제라는 건 사고파는 일이 부지런히 일어나야 잘 굴러가는 것인데 불안해서 안 사기 시작하면 안 팔고 또 안 사는 일이 반복되면서 침체가 깊어지는 것이다.


대출 비용을 줄여주는 것은 여기서 역할을 하게 된다. 빚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싸지면 돈을 빌려서 사업을 할까 말까 하던 사람이 사업을 하게 되고, 차나 집을 살까 말까 하던 사람이 사게 되고, 투자를 할까 말까 하던 기업도 투자를 하게 된다. 은행에 돈을 넣어둬 봐야 받을 수 있는 이자도 별로 없는데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은 싸다면 빌려서 뭔가 하고 싶어 진다. 그렇게 경제 주체가 소비도, 투자도 하기 시작하면 다시 생산도 늘어나고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주 간단히 말해서 금리 인하는 뭔가 큰 결심을 할까 말까 하는 사람들에게 결심에 따르는 비용을 줄여줘서 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두 번째 주사는 양적 완화다. 금리 인하보다 낯선 이름일 수 있는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작동 방식은 다른 주사다. 금리 인하가 대출 비용을 줄여 줘서 각 주체가 행동할 수 있게 하는 간접적인 방식을 택한다면 양적 완화는 보다 직접적으로 중앙은행이 나서서 경기를 부양하는 방법이다. 경기 부양은 결국 누군가가 사야 되는 일인데 금리 인하는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인 반면 양적 완화는 중앙은행이 직접 사주는 일이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사지는 않는데, 대체로 중앙은행이 사는 것은 '누군가의 빚'이다. 채권이라고 많이 표현하는데 채권은 빚이다. 우리가 빚을 지고 있을 때 갚아야 할 만기가 도래했지만 갚을 수 없을 때 부도가 난다. 물론 갚을 능력이 없는데 무리하게 빚을 졌다면 부도가 나는 게 맞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경기가 나빠져서 부도가 날 수도 있다. 대개 기업은 빚을 내서 사업도 하고 투자도 하는데 만기가 다가오면 그 빚을 갚기보다는 다른 곳에서 빚을 내서 원래 있던 빚을 갚는다. 돌려 막기를 하는 형태인데 나쁜 것이 아니라 빚의 만기를 연장하는 것뿐이다. 돈을 더 벌 수 있다면 빚을 내서 크게 벌고 갚는 게 좋고, 레버리지를 활용한다는 말이 이때 쓰는 표현이다. 이렇게 돈을 벌 능력만 있다면 빚을 내고, 다시 빚을 내서 연장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경기가 나빠지면 갑자기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게 된다. 이전에 빌려 놨던 돈을 갚아야 할 시기는 왔고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경기 때문에 도산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시점만 넘기면 이후에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많고 사업도 순항하고 있는데 경제 악화로 신용경색이 발생해서 그 고비를 못 넘기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빚을 사 주는 이유는 이 고비를 넘겨주기 위해서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산다고 하면 어려운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쉬운 말로 바꾸면 중앙은행이 가서 '그 빚 내가 갚아줄게, 경기 좋아지면 천천히 갚아'라고 하는 것이다. 경기가 나빠질 때 서로 돈을 빌려주지 않게 되는 신용경색은 생각보다 위험한 게 도산은 한 기업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기업이 도산하면 그 기업으로부터 받아야 할 돈이 있었던 다른 기업도 도산할 수 있고, 서로 돈을 빌려주지 않는 시기가 오면 동시다발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끝에 있는 은행도 도산할 수 있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질 수 있다. 그래서 중앙은행이 그 고리를 끊어주는 것이다.


물론 2가지 주사가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금리 인하는 위축된 사람들이 더 사게 하기 위함이지만 애초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그런 목적에서 벗어나 있다. 필수적인 것을 사는 게 아니라 필수적이진 않지만 돈을 더 벌 목적으로 자산을 사게 된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을 비롯해서 자산이란 자산은 모두 가격이 오르게 된다. 주식, 예술품, 명품 등 모든 자산의 실제 가치는 그대로지만 수요가 늘어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자산 가격에 거품이 잔뜩 끼게 되는데 금리 인하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금리 인하는 경기 부양을 위해 자산 가격의 거품이라는 비용을 지불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양적 완화라고 부작용이 없지는 않다. 부도가 날 것 같은 기업의 빚을 대신 사 줄 때 그 기업이 무리한 사업을 해서 부도가 날 것 같은 기업인지, 아니면 경기가 나빠져서 일시적으로 부도 위기를 맞은 것인지 쉽게 구분할 수는 없다. 후자라면 위기를 넘겨주는 게 도움이 되겠지만 전자라면 부실기업을 살려주는 일이 된다. 그리고 살아난 부실기업은 결국 가서 더 큰 부도를 내기 마련이다. 그때는 더 많은 채권자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고 그 파급력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빚을 언제까지고 사 줄 수는 없기 때문에 그 빚은 언젠가는 민간 시장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양적 완화를 하다 보면 진짜 폭탄을 안고 있다가 더 키워서 시장에 돌려주는 일도 벌어진다. 연쇄 폭발을 막기 위해서 하는 양적완화가 그 사이에 껴 있는 진짜 폭탄을 감춰주는 부작용도 일으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이 사회에 고르게 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자산 가격의 거품은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기회다. 거품 낀 가격 때문에 진짜 필요한 집을 사지 못하게 되는 사람들, 거품의 끝자락에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서 자산을 샀다가 거품이 꺼져서 돈을 잃는 사람들은 대개 보통 사람들이다.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모두를 위한 일이겠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은 대개 보통 사람들이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더 크게 지게 된다. 양적 완화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부실 채권이 나중에 가서 터졌을 때 심각한 피해를 입는 채권자들은 돈 많은 사람, 탄탄한 재정을 갖춘 기업보다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기업인 경우가 많다. 돈 많은 사람이나 기업은 내가 돈 빌려준 회사 하나가 도산했다고 같이 도산할 위기를 겪지는 않지만 거기서 받아야 할 돈이 정말 급한 사람들은 연쇄적으로 도산할 수 있다. 그러니 양적 완화에 따른 비용도 사회 전체에 고르게 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기부양책에 따른 장점과 단점이 분배되는 대상이 같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정말 필요한 만큼 잘 쓰이고 있는지, 과도하지는 않은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우리가 잘 알아야 한다.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어떤 효과가 있고 부작용이 있는지, 금융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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