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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un 03. 2022

화폐란 무엇인가

1. 화폐의 역사

원, 달러, 유로, 엔, 위안, 그 외에도 수많은 종류의 화폐가 돌아다니고 있다. 화폐는 교환의 수단이기도 하고, 그 자체로 가치가 상승하거나 줄어드는 자산이기도 해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복잡하게만 느껴진다. 깊게 고민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만 하면 전혀 문제없겠지만 전 세계 금융자산이 긴밀하게 얽혀 있는 오늘날, 그냥 모른 척 지나치기엔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심지어 가상화폐라는 새로운 종류의 화폐까지 등장해서 도대체 화폐는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무엇인가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일단 역사를 알아야 한다. 지금과 같은 화폐는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


당연하게도 최초의 화폐는 교환의 매개체였다. 화폐로 사용되던 것은 물건이었는데 물건이 화폐로서 잘 기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운반하기 쉬워야 했고, 화폐가 막 늘어나면 안 되기 때문에 자원의 양이 한정된 것이어야 했다. 모두가 좋아하는 것이면 더 좋다. 처음에는 여러 물건이 화폐로서의 기능을 했는데, 화폐가 가져야 하는 성질을 따지다 보니 결국 화폐로 쓰이는 물건이 통일되기 시작했다. 바로 금이다. 물론 은도 어느 정도 기능을 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금이었다. 전 세계는 금본위제라는 금에 기초한 화폐 체계를 유지하기 시작했다. 금본위제는 단순하게 말하면 각 국가가 고유한 화폐를 발행할 수는 있지만 가진 금만큼만 발행할 수 있는 제도다. 금은 소중하니깐 명목상 국가가 종이 화폐를 발행하고 사용하지만, 그건 교환 용도일 뿐이고 실질적인 가치는 각 국가가 가지고 있는 금의 양에 기초해야 한다. 가진 금만큼 돈도 쓸 수 있다는 뜻이다. 금은 모두가 인정하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에 기초한 교환은 문제없이 이루어졌다. 다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드러났다.


가끔은 돈이 더 필요한 때도 있다. 생산량이 고정되어 있다고 할 때 돈만 더 찍어내는 것은 생산된 물건의 가격만 상승시킬 뿐 실질적인 효과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실 경제는 그렇게 즉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물가는 화폐에 따라 즉각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사람들은 일단 지갑에 돈이 생기면 쓸 마음도 생긴다. 그러니 소비나 투자가 둔화되는 시점에 자극제 역할로 돈을 풀기도 하는데 금에 기초한 화폐제도 하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일단 실물인 금을 가지고 있어야 화폐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실물을 초과하는 화폐를 발행할 수가 없게 된다.


그렇게 금본위제는 대공황을 기점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금본위제가 사라진 이후로 각국은 자율성을 가지고 화폐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화폐는 단순히 교환 수단을 넘어서는 거시경제 변수의 역할을 하게 된다.


우선 각자 자유롭게 화폐를 발행하기 시작하면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주도권이다. 금본위제에서는 어차피 금이 모든 화폐의 기준이었기 때문에 주도권이라고 할 게 없었다. 그러나 자율 화폐 시대에서는 화폐도 브랜드다. 자신의 화폐만 쓰라는 법은 없었고, 국가별 교역이 있는 한 어쨌든 다른 나라의 화폐가 필요하다. 그리고 화폐의 주도권을 잡는 방법은 교역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빚진 게 많은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그 빚은 우리 돈으로 갚아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 화폐가 주도권을 갖고 모두가 가지고 싶은 화폐가 되는 것이다. 알다시피 그 시절 전 세계를 주름잡던 국가는 미국이다. 세계대전 때 물자를 공급한 이후로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채권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주요국 대부분이 미국에 막대한 빚을 지고 있었고, 미국의 화폐인 달러는 자율 통화 제도 하에서 금을 대체한 기축통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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