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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un 04. 2022

화폐란 무엇인가

3. 기축통화

일단 주도권을 잡은 기축통화국은 많은 이점을 누리게 된다. 모든 나라가 그들의 화폐를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제는 직접 관여하지 않아도 교역의 표준이 된다. 교역을 할 때 각자 자국의 화폐를 쓰게 되면 필요한 만큼 돈을 찍어서 올 수 있기 때문에 지불한 돈의 가치를 믿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금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교역을 하려면 기준이 필요한데 기축통화는 자연스럽게 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교역이 필수적인 물품은 기축통화로 거래된다. 대표적인 게 바로 원자재다. 원자재 시장은 기축통화의 힘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시장이다. 지금도 석유를 비롯해서 거의 모든 원자재는 달러로 거래되고 있다. 최근에 중국이 일부 석유 거래를 위완화로 지불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변화도 달러가 가진 위상을 바꿔보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들 수 있다. 주요 교역품이 달러로 결제된다는 건 알겠는데, 그게 어떤 이점일까? 어쨌든 화폐는 교환의 수단뿐이지 않나? 우리 돈을 사용해서 교환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뿌듯하기는 하지만 그게 우리에게 실질적인 이점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기축통화국이 가지는 커다란 이점은 자유로운 재정, 통화정책이다. 자국의 통화가 전 세계 무역의 결제 표준이라면 돈이 필요할 때 돈을 찍어내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정책에는 대게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기축통화국이라고 해도 돈을 무작정 찍어내다 보면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고 그게 임계점을 넘어가기 시작해서 신뢰를 잃게 되면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도 잃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금본위제를 포기한 이유 자체가 경기부양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필요했기 때문이지 않은가? 기축통화국은 그러한 초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게 된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가 경기가 하강한다고 돈을 쉽게 푼다면 화폐의 가치가 절하될 뿐 아니라 어차피 무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다시 다른 기축통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높아진 환율의 영향을 받아 돈을 푼 효과가 사라지게 된다. 자국 내에 통화량만 늘려서 물가는 물가대로 올리고 경기 부양의 실질적인 목표는 달성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는 경기 부양책을 사용할 때에도 환율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가 환율이 천정부지로 상승하게 되면 IMF 위기가 닥치게 되는 것이다.


어떤 거시경제 변수든 대개 잘 되고 있는 상태는 '안정적인 상태'다. 오른다고 무작정 좋은 것도 아니고, 내려간다고 무작정 좋은 경우도 없고 평형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기축통화국은 간단하게 말해서 전 세계적으로 우리 화폐가 통용되고 있는 규모 자체가 거대하기 때문에 그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기가 보다 쉽다고 생각하면 된다. 돛단배보다는 거대한 유람선이 파도를 맞았을 때 덜 흔들리는 것처럼 기축통화국도 이러한 안정성을 갖게 되고, 그 안정성을 바탕으로 조금 더 유연하게 정책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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