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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un 06. 2022

화폐란 무엇인가

6. 화폐 전쟁

기축통화는 태생적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지금 이 순간, 화폐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가장 잘 갖춘 통화가 기축통화라는 타이틀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리고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했던 지난 수십 년의 시간을 지나 그 지위에 도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역시 중국이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강대국의 위치에 서 있던 국가다. 우리는 중국이 초강대국으로서의 면모를 잃은 이후에 태어났기 때문에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지만 그들 스스로는 자신들의 과거가 오늘 다시 재현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초강대국의 위치에 올라서고 싶은 중국에게 오늘날 가장 중요한 분야가 금융이다. 요즘은 무기의 파괴력이 워낙 강해졌기 때문에 국가 간 우열을 가리는 데 무력을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오늘날 국가 간의 종속 관계는 무력을 사용한 통치가 아닌 금융을 이용한 자본구조에 기인한다. 그러니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금융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미국과 견줄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다. 투자나 금융 지원은 서로 우열관계가 확실한 나라 간에는 강한 나라가 상대를 돕는 좋은 일이 될 수 있지만 우열 관계를 깨고 싶어 하는 나라에게는 그들의 자본에 종속되는 일로 읽힐 뿐이다.


그러니 중국은 미국의 금융으로부터 독립하려 하고, 그중 한 가지 목표가 자신들의 통화를 달러에 준하는 기축통화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자본시장에서 독립하는 일은 투자를 제한하고, 모든 금융이 자국의 자본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하면 되는 일이라 성장을 일부 제한한다는 가정 하에 비교적 쉬운 일이지만 기축통화의 지위를 빼앗아 오는 일은 단기간에 이뤄내기 어려운 목표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기축통화라는 건 그에 걸맞은 자질을 갖춘 화폐에게 주어지는 칭호다. '교환'이라는 화폐 본질의 목표를 충실히 지켜줄 수 있을 거라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래서 위완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중국의 노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중국이 자신들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위안화를 사용하는 것에 더 큰 이점을 가져다주고, 주요 원자재 시장에서 위안화 결제 빈도를 늘려나가는 것은 가능하지만 '신뢰'는 돈으로 사기 어렵다. 주요 물품에서 위완화를 통한 결제를 꾸준히 늘려나가고, 화폐 가치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쥐락펴락 하는 일이 없어야 하며 화폐에 대한 신뢰의 기반이 되는 중국이라는 국가의 신뢰를 높여 나가야 한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잡음을 일으켜 왔고, 그 결과로 중국이라는 국가가 갖는 신뢰는 어려움에 처했다. 화폐로서의 자질 기저에는 국가로서의 신뢰가 깔려 있다. 그러니 중국이 다시 강대국이 되고 싶고,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 시장에서 화폐라는 한 축의 경쟁자로 부상하고 싶다면 중국은 시간을 들여 신뢰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중국이 가장 큰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달러와 나란한 위상을 얻고 싶어 하는 것은 중국뿐만이 아니다. 누구든 기회만 온다면 기축통화의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커다란 이점이 된다. 금융정책에 더 큰 유연성을 가질 수 있고, 환율이 흔들릴까 봐 노심초사할 일도 줄어든다. 과거에 한가닥 했던 유럽의 유로도, 영국의 파운드도 언제든 기회만 찾아온다면 자신들의 강점을 어필하려 할 것이다. 전 세계적인 저성장과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으로 미국이 가지고 있던 제1국가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지금, 유일한 기축통화가 될 수는 없어도 달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통화는 언제든 또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화폐 시장의 춘추전국시대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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