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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un 07. 2022

화폐란 무엇인가

7. 가상화폐

화폐의 형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졌다. 조개껍데기부터, 금, 지폐 등 다양한 형태의 화폐가 지금껏 쓰여왔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화폐의 성공, 혹은 실패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 주인공이 가상화폐다. 가상화폐는 정말 화폐라는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하게 될 수 있을까?


흔히들 가상화폐, 코인이라고 하면 처음에 장점으로 꼽는 것은 블록체인의 기술적 강점이다. 중앙집권적이지 않고 분산되어 있는 데이터 구조와, 그로 인해 더 견고한 보안이 블록체인의 대표적 장점인데 가상화폐는 이러한 시스템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투명하고 안정하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이러한 장점은 가상화폐가 기존의 화폐보다 더 낫다고 볼 수 있는 요소이긴 하다. 하지만 화폐는 대리석 같은 자재도 아니고 자동차 같은 제품도 아니다. 한 화폐가 기능적인 면에서 다른 화폐를 뛰어넘을 수는 있지만 결국 화폐로써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화폐가 가져야 하는 자질을 갖춰야 한다.


지금껏 이야기했던 것처럼 화폐가 갖춰야 하는 첫 번째 자질은 '교환에 대한 신뢰'다. 내가 이 화폐를 가지고 있음을 통해서 원하는 것을 제때, 제 가격에 잘 살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화폐는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가상화폐가 넘어야 하는 가장 큰 벽이 이 지점이다. 아무리 기능적인 면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뭔가 사야 할 때 가상화폐로 결제하는 것이 제한된다면 화폐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또 사용처를 늘려서 웬만한 물품은 가상화폐로 거래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가상화폐 자체의 가치가 크게 변한다면 안정적인 교환의 수단이 된다고 볼 수 없다. 물론 달러를 비롯한 기존의 다른 화폐도 시시각각 가치가 변한다. 환율을 통해 이러한 변화의 크기를 측정하고 있는데 통화정책 같은 이슈가 발생하면 환율이 급격하게 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급격한 환율 변화'라고 말하는 시점에도 가상화폐의 일반적인 변동성에 비하면 훨씬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일단 어제의 교환 비율과 오늘의 교환 비율이 크게 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게 가상화폐가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그러니 가상화폐는 아직 화폐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니 지금은 '가상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물론 자산의 정의도 미래에 경제적 효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코인이 미래에 경제적 효익을 가져다줄 수 없지 않냐'라고 물으면 그 대답도 모호해 보이긴 한다. 그러나 일단 교환을 통해 현금화시킬 수 있는 한 그것도 경제적 효익이 될 수 있으니 자산이라는 용어까지는 가능할 듯싶다.


다만, 이 많은 가상자산 중에서 '가상화폐'라는 타이틀을 획득할만한 것은 거의 없거나 혹은 아예 없을 수도 있다. 교환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획득하기 어려운 요소이기도한데, 기능적인 면에서 지금의 가상자산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따라잡은 국가별 가상화폐가 발행된다고 가정하면 기능이 동등한데 국가가 신뢰를 뒷받침하는 화폐를 지금의 가상자산이 이겨낼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국가가 신뢰를 잃는다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국가가 신뢰를 잃을 만큼의 소요사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또 일부 가상자산이 자신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교환의 가능성을 넓혀감에 따라 화폐로서의 기능을 하기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극소수가 될 것이다. 지금도 한 국가는 하나의 화폐만 사용한다. 그만큼 화폐는 그 특성상 한 지붕 아래에 두 가지 이상이 존재하기 어려운데 블록체인 기반 화폐라는 한 지붕 아래에서 지금은 수많은 가상자산이 경합하고 있는 구도다. 이 중 하나가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하게 되면 다른 것들은 화폐로서 성공하기는 어렵다.


일단 신뢰는 인지도에서 나온다. 최근에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지면서 가상자산의 가치가 급상승한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일단 자신을 알리고, 자신을 알린 시점이 길어지고, 그렇게 되면 화폐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상자산이 자신을 알릴수록 자연스럽게 그것에 대한 믿음, 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인지도로 밀어붙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상자산이 교환에 대한 믿음을 갖춰나갈 수 있을지가 화폐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가르는 주요하 지점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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