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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un 10. 2022

물가 상승과 스태그플레이션

왜 지금,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스태그플레이션인가?

인플레이션 문제가 한창 뜨거워지면서 이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말도 꽤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무엇이고, 왜 지금 스태그플레이션이 언급되고 있을까?


일단 의미부터 살펴보자면, 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만을 의미할 때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과 함께 경기 침체가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을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잘 분리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즉 물가 상승이 일어나는 두 가지 유형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법칙인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르면 물가가 상승하는 경우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수요가 증가하는 경우, 둘째는 공급이 감소하는 경우다. 물론 실제로는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겠지만 그중 지배적인 한 가지 요인에 따라 구분하게 된다. 이때 수요가 견인하는 인플레이션은 경기가 호황일 때 발생한다. 경기가 호황이다 보니 사람들이 물건을 더 많이 사고, 투자도 늘어나고, 이에 따라 살 사람이 많아지면서 물건 값이 비싸진다. 보통 우리가 인플레이션이라고 이야기할 때는 이러한 경우를 의미한다.


반대로 공급이 견인하는 인플레이션의 경우 경제 전체의 생산량이 떨어지면서 수요는 그대로인데 물건이 부족해지니 물가가 오르는 경우를 의미한다. 경기가 호황도 아닌데 그 외의 어떤 이유로 공급이 타격을 받을 때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다. 이렇게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 문제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작아지기 때문에 수요 감소,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그러니 스태그플레이션은 간단히 말하면 공급 문제로 발생한 물가 상승이고, 경기 침체를 동반하는 현상이다.


왜 지금 인플레이션이냐 스태그플레이션이냐 하는 말이 나오고 있을까?


코로나19로 경제가 충격을 받은 이후, 전 세계적으로 경기부양책이 물밀듯이 쏟아졌다. 그렇게 약 2년여의 시간이 지나고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자 처음에는 물가 상승을 경기 회복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코로나로 침체되었던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고 거리두기 해제, 보복 소비 등으로 일시적인 과열이 발생하면서 물가가 오르고 있다고 본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물가는 상승하지만 수요 증가로 발생한 인플레이션의 경우에는 경기 회복의 신호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 특히 가계 지출 증가나 실업률 감소는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몇 달 지나지 않아 불안한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몇 가지 지표들이 발표될 때마다 흔들리기도 하고, 고용은 분명 좋아지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 '고용'이나 '실업'이라는 것의 정의에 따라 실질과 다른 면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업률은 분명 좋아졌지만 사실 '높아진 인플레이션과 보조금 감소에 따라 단기적인 일자리로 사람들이 급하게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도 가능했다. 한편 경기 호황의 근거가 이렇게 흔들리던 중에도 물가는 이제 시작이라는 듯 상승하고 있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물가 상승은 우리에게 뭔가 다른 의문을 제기했다.


'물가가 오르던 게 경기가 좋아져서 그랬던 게 아니라 공급에 문제가 생겨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런 의문을 품을 만한 증거도 충분했다. 사실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인 공급 충격은 코로나 이후에 등장한 문제는 아니다. 미중 무역분쟁이 시작이었는데 2019년부터 이미 미국과 중국은 서로에게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고, 일부 제품은 무역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경제적 국지전을 하고 있었다. 경제학적으로 무역은 자유로워질수록 효율적이다. 세계화가 세계 경제를 성장시킨 이유가 거기서 나온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이라는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이 무역분쟁을 시작하자 세계 경제의 공급망이 모두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생산해서 미국으로 납품되어야 하는 물품이 중국에서 생산되지 못하자 다른 생산처를 찾아야 했고, 당연히 다른 곳에서 생산하는 것은 더 큰 비용을 수반한다. 애초에 중국이라는 생산지를 선택한 공장들은 그 선택지가 경제적으로 최적이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므로 현재의 흐름이 끊어지는 것은 반드시 비용 상승을 일으킨다. 그런 식으로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공급망에 타격을 입히며 출혈 경쟁을 시작했다.


코로나는 우리가 그 문제를 잠시 잊게 만들었다. 하지만 무역분쟁은 경제적으로 보면 오히려 코로나보다 장기적이고 커다란 충격을 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두 나라의 무역분쟁이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이 확산되도록 하는 출발점이었다는 데 있다. 국가 간 갈등이 생기면 언제든 상대 국가에 수출하던 물품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인식이 떠오르면서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물품에 대해 수입을 억지로 줄이면서 자체 생산력을 키우고, 상대가 수입을 줄이는 모습을 보이면 우리는 다른 물품의 수입을 줄이면서 맞불을 놓고, 어느 한쪽이 무역에서 이익이나 손실을 보는 것을 참을 수 없어하는 경향은 점점 더 늘어갔다. 한국도 미국의 관세정책에서 피해 갈 수는 없었고, 일본과의 무역분쟁은 실제로 한국 내 공급망을 재편하는 일로 이어졌다. 그런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눈에 띄든, 띄지 않든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마치 몸속에 병이 커지듯 알게 모르게 보호무역으로 인한 공급망 타격은 커지고 있었고, 종종 증상이 드러났는데 요소수 사태, 기름값 상승 등이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었다. 하지만 대체로 심각한 병이 그렇듯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보일 때쯤이면 이미 상당히 악화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불씨를 댕긴 사건,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공급망을 흔들고 있는 사건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정치적, 역사적 문제는 놓아두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전쟁은 공급망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일이다. 러시아는 전쟁을 해야 하니 필수 자원에 대해 수출을 제한하고, 러시아에 제재를 한다는 것도 사실은 무역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재를 가하는 입장에서도 공급망 충격을 피할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에서 수출되던 곡물이 수출되지 못하는 것도 엄청난 충격이다. 석유, 곡물을 필두로 수많은 물품의 공급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 제재라는 양날의 검을 휘둘러야 하는 국가들 입장에서는 이미 물가 상승 문제가 뚜렷한 상황에서 검을 휘둘러야만 하는 상황까지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물가 상승의 원인이 수요에서 공급으로 바뀌었다. 코로나 회복 초기에 수요가 일시적인 물가 상승을 주도했을 수는 있으나 지금과 같은 장기적이고 상당한 수준의 물가 상승은 공급 쪽의 문제가 더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원인이 공급으로 바뀌게 되면,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션 문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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