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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un 13. 2022

진짜 금융과 가짜 금융

가짜 금융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투자와 투기, 혹은 진짜 금융과 가짜 금융은 생각보다 모호한 경계를 가지고 있다. 금융은 리스크를 지고 있기 마련이고, 대신 그에 따라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위험한 것, 그러나 대박 날 수 있는 것'이라는 말로 가짜 금융을 진짜인 것 마냥 포장해서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몇 년과 같이 금리가 낮고, 양적 완화, 그 외 각종 재정지출이 활성화되는 시기에는 투기가 투자로 둔갑하는 일이 훨씬 더 많아진다. 그리고 언제나 그 끝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금융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우리가 그 피해에 희생되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을 알아야 한다. 잘 알 필요는 없다. 적어도 금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기본만 이해하고 있어도 가짜 금융의 희생양이 되지는 않는다.


금융이 자본을 투자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이유는 거기에 '성장'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해 보이지만 이게 금융의 핵심이다. 무엇인가의 가치가 늘어났기에 그 가치의 상승분을 그 일을 함께 해낸 투자자들이 나눠서 가져가는 것이 금융의 기본이다. 대개 우리는 투자의 대상이 되는 것을 '자산'이라고 부르는데 자산의 정의는 '그것을 소유함으로 인해서 미래의 경제적 효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다. 경제적 효익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고, 그 경제적 효익의 크기가 늘어났을 때 우리는 그에 따른 수익을 얻게 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이 오르는 것은 삼성전자가 더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이 배당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외에 기대감, 시장 환경 같이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근본적인 것은 벌어들이는 돈에 있다. 바닥 없이 기둥을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가짜 금융, 투기적 물건도 대개 '자산'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긴 하지만 실상은 자산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것을 소유함으로 인해서 미래에 어떠한 경제적 효익도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지 않지만, 가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의 대상이 된다. 물론 매도할 것을 고려하면 가격의 상승 자체가 미래 경제적 효익의 증가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격과 가치는 다르다. 가격은 가치의 증대 없이도 통화량 증가 같은 요인에 의해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가치가 가격을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면 그 가격은 언젠가 멈추고, 무너질 수밖에 없다. 가짜 금융상품이나 투기품의 끝은 정해져 있는 것이다. 쉽게 생각해서 미래 경제적 효익을 그것의 가격 상승에 의존하고 있는데, 가격 상승이 멈추게 되면 그게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가격 상승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실제 가치가 채워주지 못하면 폭락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건 금융이 아니라 폭탄돌리기라고 말하는 더 적절하다. 그리고 폭탄을 처음 돌리는 사람은 절대 폭탄돌리기에 희생되지 않는다. 희생되는 것은 폭탄을 나중에 받을 사람들뿐이다.


그러니 첫째로 진짜와 가짜를 분리하는 방법은 내가 투자하는 대상이 실제로 가치를 갖는 자산인지 생각해보는 일이다. 가치가 있고, 거기에 성장의 가능성이 존재하는지 물어야 한다.


또 한 가지 금융의 기본 원리는 '더 위험한 것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 모두 알고 있기도 하고, '공짜는 없다'라는 말로 대변되기도 한다. 하지만 종종 남들이 낸 수익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이 간단한 법칙이 눈에 들어오지 않기도 한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수익도 충분히 낼 수 있으면서도 돈을 잃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면 그건 대부분 가짜다. 우리는 위험하지 않은 것이 낼 수 있는 수익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은행 예금과 적금이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무위험 상품의 표본이다. 그리고 알다시피 위험하지 않은 상품이 주는 수익은 아주 적다. 그런데 어떤 상품이 위험하지도 않으면서 그것보다 훨씬 큰 수익을 준다? 금융에서는 수익률 1% 차이도 어마어마한 차이다. 자본이 크면 클수록 1%의 차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결과의 차이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그게 금융인데 어떤 상품은 위험은 없다고 하면서도 거의 두 자릿수에 해당하는 수익을 보장하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상품은 금융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 있고, 금융일 수가 없다. 모든 사람들이 알지 못할 때 먼저 기회를 발견했다면 일시적으로 저위험, 고수익 투자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세상 모든 사람들보다 우리가 똑똑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면 그 기회를 우리가 질 확률은 높지 않다. 심지어 그 기회를 다른 누군가가 우리에게 추천해주고 있다면 더욱 어불성설이다. 당신이 그런 좋은 기회를 찾았다면 그 기회를 남들에게 알려서 별 거 아닌 투자안으로 바꿔버릴 것인가? 그럴 사람은 없다. 더 많은 자본을 끌어서 투자해서 높은 수익을 얻을 생각을 할 뿐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좋은 기회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없다. 시장에 펼쳐져 있는 상품이 갖는 위험, 그에 따른 수익률의 크기를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수준의 투자 제안만이 유효한 금융이다.


정리하면 두 번째 방법은 내가 하는 투자가 가진 위험에 어울리는 기대 수익을 가지고 있는가?를 점검해보는 일이다. 무언가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면, 그건 반드시 위험하다.


실제로 가치가 있고 그 가치가 성장할 수 있는지 따져보는 일, 그리고 위험과 수익 사이의 관계가 적절히 설정되어 있는지 점검하는 일, 사실 금융의 아주 기본적인 원리이자 본질을 따져보는 것뿐이다. 복잡하게 고민할 것 없이 그 기본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만으로도 우리는 가짜를 충분히 구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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