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y Jul 11. 2022

금리 인상의 딜레마

생활비, 금융비용 그리고 인건비 상승의 속도차를 견딜 수 있을 것인가

날이 갈수록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은 가처분소득 감소로 가계에 큰 부담을 준다. 가처분소득 감소는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경기 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니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거시경제는 하나의 작용에 따라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거기에는 작용이 결과로 이어지기 위한 '시간의 지체'가 따르고 이로 인해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금리 인상이 되려 가계의 부담을 임계점 위로 올릴 수도 있다.


가계 입장에서 인플레이션의 첫 번째 의미는 '생활비 상승'이다. 먹고, 마시고, 입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어느 순간부터 상승하기 시작해서 가계 수입과 지출 관리에 부담을 준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 억제 이전에 가계에 '금융 비용의 상승'으로 작동한다. 대출 이자가 상승하고, 주택 자금에 대개 대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주거비가 빠르게 상승한다.


이때 문제는 속도다.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잡아 생활비 상승이 억제되는 효과가 주거비 상승보다 빠르게 작동한다면 금리 인상은 가계에 효과적인 결과를 줄 수 있다. 그런데 물가가 떨어지기 전에 주거비 상승이 먼저 일어난다면 그 후에 다시 물가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가계 입장에서는 생활비와 주거비가 동시에 오르는 순간일 뿐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


실제로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상승은 거의 즉각적으로, 혹은 금리를 올리기도 이전에 이미 시장 금리 인상으로 선반영 된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오랜 저금리 환경에서 서서히 예열되다가 코로나19와 무역분쟁으로 인한 공급망 충격으로 이제야 드러난 만큼 결과가 드러나는 기간이 긴 편이다. 그래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잡히는 속도보다 금융 비용이 상승하는 속도가 더 빠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생활비도 오르고, 금융비용도 오르는 순간에 가계 소득의 원천인 임금도 따라서 오른다면 가계의 부담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생활비는 이미 오른 상황, 금융비용은 금리 인상에 따라 거의 즉각적으로 오른 상황에서 대체로 인건비 상승은 이 둘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찌 되었든,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전, 동이 트기 전의 시간을 가계가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핵심은 '가계가 이 한계점을 무사히 넘길 수 있는가?'이다. 장기적으로는 물론 물가가 잡히고 금리도 다시 안정적인 수준으로 내려가서 금융비용도 적당한 수준으로 수렴할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두 변수의 속도 차이로 인해 분명히 가계의 총체적 비용이 가장 높아지는 순간이 한 번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가계가 그 순간을 견디지 못한다면 또 한 번의 거대한 충격이 찾아올 수도 있다. 가계 소비가 침체되고, 주택자금 상환 연체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금리 인상은 우리가 생각했던 미래로 우리를 데려다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 인플레이션과 보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