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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Aug 20. 2022

IFRS17에 대해

3. IFRS17과 K-ICS의 관계

IFRS17 도입과 함께 한국의 보험 자본규제, K-ICS도 도입될 예정이다. 항상 이 둘이 같이 언급되다 보니 도대체 무슨 관계에 있는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번에는 이 둘의 차이를 중심으로 이야기할 예정이다.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IFRS17은 회계원칙이고 K-ICS는 자본규제 원칙이라는 점이다. 그러면 회계원칙과 자본규제 원칙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바로 '목적의 차이'다.


회계는 재무정보 이용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회사의 매출이 얼마고, 순이익이 얼마인지, 매출과 순이익이 영업에서 나온 것인지 우연한 일에서 발생한 것인지, 비용은 얼마나 지출하고 있는지, 자산과 부채는 각각 얼마나 가지고 있고 어떤 요소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알려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게 해야 재무정보 이용자들이 서로 다른 회사의 가치를 비교할 수 있고, 서로 다른 업종의 회사도 비교할 수 있게 된다. IFRS17이 가지고 있는 주요 개념은 이 원칙에 따라서 만들어졌다.


반면 자본규제의 목적은 조금 다르다. 자본규제는 '계약자 보호'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회사의 재무상태가 계약자에 대한 의무, 즉 '보험금 지급의무'를 충분히 이행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자본규제를 이야기할 때는 '손익계산'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회계에서는 매출이 어떻고, 순이익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가 중요하다. 재무상태표도 중요하지만 결국 재무상태표의 변화를 통해 비롯되는 손익계산서의 각 항목이 회사의 수익성을 증명하고 주가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자본규제의 관심은 재무상태에서 멈춘다. 지금 가지고 있는 자산과 부채를 비교했을 때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상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물론 정확히 말하면 자산과 부채가 아니라 가용자본과 요구자본을 비교하게 되는데 그 차이는 곧이어 이야기하겠다.


목적의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애초에 둘은 '재무상태'를 다룬다. 그래서 뭔가 비슷해 보이는 것이다. 같은 재무상태를 가지고 IFRS17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K-ICS는 계약자에 대한 지급의무를 다할 수 있는지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다 보니 몇 가지 차이가 있다. 같은 재무상태를 측정하더라도 IFRS17은 계속기업 기준으로 평가한다. 기업이 계속해서 영업행위를 한다는 가정 하에 가지고 있는 자산과 부채의 가치를 평가해서 기록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K-ICS는 청산 기준으로 평가한다. 지금 당장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왔다는 가정 하에 자산과 부채의 가치를 평가하게 된다. 같은 자산과 부채를 가지고 있어도 계속기업을 가정하는지, 청산을 가정하는지에 따라서 평가액의 크기는 달라질 수 있다.


평가액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종종 자산과 부채의 '분류' 자체도 달라진다. K-ICS 도입 관련 기사를 보다 보면 보험사가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서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볼 수 있다. 사실 처음 들으면 의아한 말이다. 이 두 가지는 채권이다. 그러니 빚을 냈는데 자본이 확충되었다는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때 확충된 자본은 '회계상의 자본'이 아니라 '자본규제 상의 자본'이다. 재무정보 이용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관점에서 채권은 부채다. 그런데 계약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관점에서는 이들 채권은 자본으로 인정된다. 이 채권들은 회사가 청산될 때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회사가 돈이 필요한 경우에는 증자를 통해서 자본을 늘리거나 채권을 발행해서 부채를 늘린다. 이때 자본과 채권이 가진 차이 중 하나가 '부도가 났을 때 돈을 회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비롯되는데 보통 회사가 부도가 나면 채권자가 우선순위를 가진다. 남아 있는 자산을 이것저것 다 매각해서 빌려준 돈을 최대한 회수한다. 그리고 자본, 즉 주식을 가진 사람들은 남아 있는 회사의 가치를 나눠 가지는데 채권자들에게 돈을 지급하고 남은 것이 없다면 주주들은 휴지조각을 가져가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후순위채권이나 신종자본증권은 청산을 가정하면 자본으로 인정된다. 후순위채권은 이름 그대로 순서가 뒤쪽이라서,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무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K-ICS에서는 이 두 가지를 통해 자본을 확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비상위험준비금의 분류도 회계가 목적인지 자본규제가 목적인지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런 몇 가지 예시가 IFRS17과 K-ICS 모두 재무상태에 관심이 있지만 목적이 다르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근본적인 개념 차이를 비교했으니 K-ICS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하면 K-ICS는 자산과 부채 대신 가용자본과 요구자본이라는 개념을 쓴다. 가용자본은 회계의 순자산과 비슷한 개념이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 그러니깐 회사가 가진 것들로 빌린 돈을 갚고 남는 돈을 의미한다. 물론 조금 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목적에 따라 자산과 부채의 분류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회계상 순자산과는 차이가 있다.


가용자본보다는 요구자본이 조금 더 복잡한데 요구자본을 평가하려면 '재수 없는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회사의 자산과 부채, 그러니깐 '대차대조표'라고 우리가 부르는 것은 사실 고정된 값이 아니다. 회사가 가진 자산과 부채의 가격은 매 순간 변한다. 주식도, 부동산도, 채권도, 금값도, 보험부채도 매번 변한다. 우리가 대차대조표라고 만들어 놓는 것은 변하는 것의 한 순간을 포착한 상태다. 현실에서는 갑자기 대차대조표상 자산이 쪼그라들기도 하고, 부채도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면서 움직이게 된다. 물론 차변과 대변의 크기가 같다는 원칙은 유지되겠지만 머릿속에 대차대조표를 그릴 때는 항상 들쭉날쭉 흔들리고 있는 그림을 떠올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아까 이야기한 '순자산'에 해당하는 값도 사실 흔들리는 값이 된다. 보험계약부채가 100인 줄 알았는데 사실 120이 된다거나, 가지고 있는 채권의 가치가 50인 줄 알았는데 금리가 상승하니 30이 된다거나 하는 변화가 있으면 당연히 계산은 달라진다.


요구자본은 여기서 만들어진다. 회사의 재무상태, 즉 대차대조표에 '어떤 충격'이 가해졌을 때 순자산이 얼마나 줄어들 수 있는지를 측정한 것이 요구자본이 된다. 이때 '어떤 충격을 어떻게 정의할지'가 요구자본을 산출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VaR 99.5% 수준 등으로 표현되는 게 이 기준이다. '99.5%면 200년에 한 번 일어날만한 재수 없는 상황'을 어떤 충격으로 가정하겠다는 뜻이다. 평소 시점과 비교했을 때 재수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돈이 줄어드는지를 값으로 표현한 것이 요구자본이다.


그러니 가용자본과 요구자본을 비교해서 만든 RBC 비율은 '재수 없는 상황에서 줄어드는 돈을 당장 끌어올 수 있는 돈으로 충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된다. 100%면 재수 없는 상황에 딱 맞춘 만큼의 돈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종종 RBC비율에 대한 기사를 보면 RBC 비율 100%를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할 돈이 있는 상태'라고 정의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틀린 정의다. 애초에 요구자본은 재수 없는 상황에서 평소보다 '더' 필요한 돈이다. 그러니 RBC 비율이 0%라고 해도 평균적인 상황에서 지급할 돈은 가지고 있을 수 있다. RBC는 그걸 초과하는 상황을 얼마나 처리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지표다. 물론 모든 가치는 항상 변하고 있기 때문에 '지급여력이 있다'는 말 자체를 평균적인 상황이 아니라 재수 없는 상황에서도 결손이 나지 않는 상태로 정의하게 되면 RBC 100%가 지급여력이 있는 상태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오해의 소지가 있다.


마지막으로 IFRS17과 K-ICS가 다시 이어지는 곳을 한 군데 소개하자면 '전환 시점의 평가'다. IFRS17이 도입될 때 보험사는 이미 판매했던 모든 보험계약의 부채를 IFRS17 원칙에 따라 다시 평가해야 한다. 이때 IFRS17의 원칙은 시가평가, 최선추정이기 때문에 위험률이나 해약률 등 보험상품 평가에 필요한 여러 가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과거에 판매한 계약, 그것도 한참 전에 팔았던 계약이 이런 가정을 모두 갖추고 있을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다 보니 IFRS17는 도입 시점, 즉 전환 시점에 기존 계약에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을 몇 가지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공정가치법인데 가지고 있는 보험계약의 부채를 시장에 내다 팔았을 때 줘야 하는 돈, 즉 시장가치로 평가하라는 뜻이다. 문제는 국내에 가지고 있는 보험계약을 사고파는 시장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적어도 M&A는 되어야 어떤 보험사가 가지고 있는 계약의 시장가치를 평가했던 경험데이터가 된다. M&A가 흔한 일도 아니고, 보험사마다 가지고 있는 보험계약의 포트폴리오가 워낙 다르다 보니 시장에서 관측되는 거래 가격으로 보험부채를 평가한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IFRS17에서 제시한 대안인 공정가치에 대한 대안을 다시 제시했다. 공정가치를 관측할 시장이 없다면 공정가치 대신 K-ICS 기준으로 산출된 부채를 공정가치로 쓸 수 있도록 했다. IFRS17으로 평가할 어떤 계약의 부채 총량이 K-ICS 기준 부채로 정해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K-ICS는 자본규제다 보니 같은 재무상태를 평가해도 조금 더 보수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재수 없는 상황을 가정해야 하는 게 자본규제다. 그러니 부채의 총량이라는 게 보수적으로, 즉 크게 평가된다. 어떤 계약의 총부채를 IFRS17에서는 BEL, RA, CSM으로 구분하게 되는데 BEL은 평균적인 수준을 평가하는 항목이라 K-ICS 기준 평가액도 크게 다르지 않다. RA에 해당하는 개념이 K-ICS에서는 RM인데 보수적으로 평가하다 보니 RM이 RA보다 꽤 크다. 그러면 RM과 RA의 차이만큼 이 CSM으로 잡힌다는 뜻이다. CSM은 예상되는 이익을 나타내는 항목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K-ICS에서 부채가 보수적으로 평가되는 계약일수록 CSM, 즉 예상이익이 크게 잡힌다. 그래서 IFRS17으로 전환될 때 유지계약 중 더 위험한 계약, 생명보험보다는 손해보험, 손해보험에서도 장기, 자동차 계약보다는 일반손해보험 계약의 CSM이 더 크게 잡히고 장래 이익의 크기가 크게 보인다. 종종 기사에서 IFRS17이 도입되면 손해보험사의 수익성이 크게 늘어난다는 말을 하는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그렇다고 IFRS17이 도입되면 수익성이 좋아지니 무조건 좋은 일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회계는 수익성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전환시점에 계약의 부채가 크게 잡힌다는 뜻은 일단 전환시점에 대차대조표상 부채가 확 늘어나고 자본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기존에 자본에 쌓아놨던 이익잉여금이 확 줄어들 수 있다. 전환시점의 부채가 크게 잡히면 현시점의 자본이 줄어들고 미래에 CSM이 풀리며 이익으로 환원된다는 말이다. 반대로 전환시점에 부채가 작게 잡히면 현시점의 자본은 유지되거나 늘어나겠지만 미래에 CSM이 풀리면서 잡힐 수 있는 이익이 적거나 오히려 결손이 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결국 전환시점에 부채가 어떻게 잡히냐에 따라 현재의 이익이 될지, 미래의 이익이 될지가 달라질 수 있다. 원칙에 따라 적절한 전환을 해야 하겠지만 일단 전환과 함께 이익의 실현 시점이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이 남게 된다. 단 K-ICS 기준에 따라 평가하는 유지계약에 대해서는 대개 보수적으로 부채가 잡히고 시작하기 때문에 전환 시점에 자본을 줄이고 미래의 이익으로 환원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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