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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an 29. 2022

재보험 계약 부채

지급준비금과 미경과보험료

  대개 보험계약은 계약자로부터 보험료를 먼저 받고, 보험기간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부채가 발생한다. 간단히 말해, 보험료는 납입하는 즉시 보험사의 부채로 인식된다. 그리고 납입된 보험료를 사용해서 보장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보험금이 덜 지급되거나 보험료에 포함된 만큼 사업비를 사용하지 않게 되면 그때 이익이 발생한다. 보험사 입장에서 계약자에게 지고 있는 빚이 생각보다 줄어든 것이기 때문에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보험계약 부채는 그 성격에 따라, 또 회계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는데 재보험계약에서 주로 발생하는 부채는 바로 지급준비금과 미경과보험료이다.


  지급준비금은 보험사고가 발생해서 보험금 지급 사유는 만족되었지만 아직 소송이나 지급금의 미확정 등으로 인해 계류되어 있는 금액에 대해 쌓는 부채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가 발생해서 보험금 지급 사유는 충족되었다고 해도 피해자의 치료비나 합의금은 즉각 확정하기 어렵다. 이때 보험금은 피해자의 치료 과정에 따라 지속적으로 지급되는 경우가 많은데 초기에 지급한 보험금을 제외하고 치료비나 합의금으로 더 지급될 것 같은 금액을 보험사의 보상 담당자가 결정하게 된다. 100만 원이 지급되었고, 앞으로 100만 원이 더 지급될 것 같다고 하면 이 금액이 지급준비금을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성격 상 지급준비금은 생명, 건강보험보다는 일반손해보험에서 주로 발생한다. 보통 사람들이 가입하는 생명, 건강보험의 경우 사망보험금은 얼마이며 특정한 질병에 대해 또 얼마의 보험금이 지급될 것인지 그 금액이 결정되어 있다. 가입금액이라고 부르며, 계약 당시에 가입금액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보험료가 산정되는 형태이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을 비롯해서, 화재, 해상, 기술, 특종보험과 같은 일반손해보험에서는 지급액을 미리 산정하기 어렵다. 손해보험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실제 발생한 손해에 맞춰서 보험금이 지급되게 되며, 그 손해액은 대상 물건의 가치나 피해의 정도에 따라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리 정해두기 어렵고, 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앞의 예시처럼 시간을 들여야 손해액이 결정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손해보험의 성격이 지급준비금을 만들어내고, 현행 재보험은 금융재보험이 아닌 한 손해보험의 재보험만 영위하거나 생명, 건강보험에 대해서도 손해보험의 성격에 맞춰 재보험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재보험사는 손해보험사에 가깝다.


  지급준비금은 그 안에서 산정하는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위의 예시에서와 같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상 담당자, 혹은 손해사정인이 직접 앞으로 지급될 보험금을 추산하여 인식하는 지급준비금은 '개별추산액(Case Reserve)'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손해사정인도 사람인만큼 최종적으로 사고 금액이 어떻게 확정될지 정확하게 추정하기란 쉽지 않다. 또 손해사정인이 손해액을 정확하게 산정한다고 하더라도, 사고는 났지만 아직 접수가 되지 않은 건에 대해서는 추정을 할 방법이 없기도 하다. 이렇게 손해사정인의 개별 추산을 보완하는 것과 함께 지급사유가 발생했으나 아직 보고되지 않은 건에 대해 통계적 방법을 이용해 추정한 준비금을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Incurred but not Reported)이라 부른다. 간단히 말해 과거에 지급된 보험금과 손해사정인의 개별추산액을 더해서 100원이었던 손해액이 최종적으로는 110원으로 확정되었던 패턴이 관측된다면 이를 현재 시점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손해사정인의 추산액까지 해서 200원이 기록되어 있다면 추가로 10%인 20원을 IBNR로 적립하게 되는 것이다.


  개별추산액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IBNR까지 통계적 방법에 의해 추정해서 적립한다면 보험금 지급 의무를 다하기 위한 부채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급준비금에는 그 외에도 다른 요소가 더 발생한다. 바로 '장래손해조사비'이다. 보험사에서 지급하는 보험금에는 대개 손해조사비가 포함되어 있다. 손해를 산정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도 손해액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이 손해조사비가 개별추산액이나 IBNR과 같은 준비금이 지급보험금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도 추가로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손해조사비도 준비금으로 적립하게 되며, 이것이 장래손해조사비가 된다. 이러한 근거에 따라 장래손해조사비는 대개 과거 손해액 대비 손해조사비가 어느 정도였는지의 비율을 계산한 뒤 미래에 추가 발생할 손해액의 역할을 하는 개별추산액, 그리고 IBNR 금액에 이 비율을 곱해서 결정된다.


  이렇듯, 보험 부채의 한 축을 구성하는 지급준비금은 이미 발생한 사고의 지급액이 확정되지 않은 것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손해액의 크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일반손해보험의 성격 상 지급준비금은 일반손해보험을 다루는 회사의 주요한 부채가 된다. 국내에 손해보험사의 주력 상품은 사실 일반손해보험이 아니라 암보험을 비롯한 대다수의 건강보험, 그리고 상해보험, 실손의료보험과 같은 인보험이다. 오히려 화재, 해상보험 등과 같은 일반손해보험을 주로 다루는 회사는 재보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재보험사는 이러한 성격 때문에 지급준비금을 주된 보험 부채로 가지고 있으며 지급준비금의 성격 상 이에 대한 추정에 주의를 기울인다.


  재보험사에서 보험 부채의 다른 한 축은 '미경과보험료'가 구성하고 있다. 지급준비금이 이미 발생한 사고에 대한 부채, 즉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에 대한 부채라면 미경과보험료는 미래에 대한 부채이다. 대개 보험에 가입할 때는 보험료를 미리 지급한다. 인보험의 경우 보험료를 매월 납입하는 형태이기 때문이 미리 지급한다고 하더라도 그 주기가 1개월 정도이다. 계약자의 돈을 보험사가 먼저 받아두는 기간이 길어야 한 달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화재나 해상보험과 같은 일반손해보험은 대개 보험기간이 1년이면서 1년 치 보험료를 한 번에 받게 된다. 이때는 보험사가 계약자의 돈을 먼저 받아두는 기간이 최대 1년에 이르게 된다. 6개월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아직 6개월분에 해당하는 보험료는 그에 대한 보험기간이 경과하지도 않은 것이다. 이렇게 보험사가 계약자로부터 보험료를 일시납으로 받더라도 보험 서비스는 보험기간에 걸쳐서 제공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받은 보험료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수익으로 인식하고 아직 시간이 경과하지 않은 보험료는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 이렇게 아직 기간이 도래하지 않아서 수익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부채로 적립하고 있어야 하는 보험료가 바로 '미경과보험료'인 것이다. 반대로 수익으로 인식된 보험료는 경과보험료라고 한다.


  지급준비금과 합쳐서 일반손해보험 부채의 변화를 이해해보면 다음과 같다. 화재보험 계약을 위해 1년 치 보험료를 1월 1일에 120원 받았다고 가정하자. 지금은 6개월이 지난 7월 1일이다. 절반의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보험사는 60원의 보험료는 경과보험료 수익으로 인식하고 나머지 절반인 60원은 미경과보험료라는 부채로 적립해야 한다. 또한 6개월 동안 사고가 발생했고, 그 사고로 인해서 30원은 이미 보험금으로 지급되었으며 손해사정인은 앞으로 20원이 더 나갈 거라고 추산한다. 회사의 과거 통계는 손해사정인이 평가한 금액 대비 10%가 더 손해액으로 발생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면, 보험사는 개별추산액 20원에 더해 2원을 지급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따라서 회사는 120원의 보험료를 받았지만 지급보험금으로 30원의 비용이 지출되었으며, 추가로 22원의 지급준비금을 부채로 적립, 미경과보험료 60원을 부채로 적립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직 수익으로 인식되지 않은 미경과보험료 60원은 남은 시간에 걸쳐 수익으로 인식되며 그에 따라 사고가 발생하면 또 보험금 비용이 발생하고, 지급준비금을 남길 것이다. 남아 있던 지급준비금은 보험금이라는 비용으로 전환되면서 부채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1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결국 미경과보험료나 지급준비금은 남지 않고 120원의 보험료가 다 수익으로 인식된 상태에서 그때까지 지급된 보험금이 비용으로 지출되고, 남은 금액이 있다면 이익이 될 것이고 보험금이 120원을 초과했다면 손실이 된다.


  재보험사의 주된 부채를 구성하는 이들 2가지 부채, 지급준비금와 미경과보험료는 곧 도입될 새로운 회계기준 상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지급준비금은 '발생사고부채'로, 미경과보험료는 '잔여보장부채'로 바뀌게 되는데 이들 부채의 발생 원인을 잘 보여주는 이름이다.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 즉 이미 발생한 사고를 원인으로 만들어지는 부채가 바로 지급준비금, 그리고 앞으로 남은 보험기간 동안 보장을 충분히 제공해주기 위해 적립하는 부채가 바로 미경과보험료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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