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방사선사라는 직업이 맞을까?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 지식인 질문을 둘러보면 중고생들이나 타전공 재학 중 대학생들이 방사선과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에는 학과/진로, 직업선택에 있어서는 취업 후 연봉이나 대우가 희망자들의 최대 관심사였지만 최근 워라밸이 중요해진 MZ 혹은 그 이후 세대들에겐 숫자로 표현되는 금액이나 노후보장 등의 현실적 조건보다는 조금 덜 스트레스받고 시간적으로도 여유 있는 직업을 선호하는 것이 두드러지는 현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것이 발맞춰 밖에서 보기에 밸런스가 적합한 직업으로 보이기도 함이 아닐까 합니다.
방사선사라는 직업 겉으로 보기에는 버튼만 누르면 되는 편하고 쉬운 직업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또 반대로 방사선, 방사능이라는 단어로 인해 건강에 위해가 가는 직업이지 않을까 해서 무조건 기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어린 시절 병원 진료 방문 시 막연하게 방사선사가 멋있어 보였다거나, 영상의학이라는 분야가 본인의 적성과 맞는 것 같다는 기대, 궁극적으로는 다른 전문직에 비해 대학(입결) 문턱이 그렇게 높지 않은 것도 선호하는 부분에 많이 반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질문의 대부분이 제 등급에 방사선과 진학이 가능할까요? 가 많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다른 직업군과는 다르게 국가면허로 폐쇄적인 면허자 구성원으로 취업의 문은 다른 분야에 비해 넓다는 점 역시 매력적인 직업으로 볼 수 있습니다.(현직에서 보는 경우 대우나 직업적 만족도는 별개로 치더라도... 외부에서 보기에는 여전히 여러 메리트가 있다고 보는 듯합니다.)
해당 직업 커뮤니티에서는 직업적 비하에 해당할 수 있을 만큼의 푸념과 넋두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반면에 중고생 혹은 취준생, 심지어 직장인들에게 까지 호기심을 넘어 선망하는 직업으로 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작 현직인 사람들에게 불만이 많은 직종이지만 다른 이들에게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많이들 아시겠지만 미국에서 방사선사 직업은 한국에서의 위상보다 훨씬 대우면이나 생활면에서 우수한 것이 사실입니다. 꾸준하게 4년제 대학 졸업장 없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직종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으며 대부분 월급제가 아닌 시간제 급여로 돌아가는 미국의 의료인력 부분에서도 시간당 페이 상위 랭크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다르게 사보험이 활성화되어있고 워낙 MRI, CR, Xray 수가 책정이 높게 되어 있어서 그 장비를 다루는 인건비 면에서도 동반해서 대우가 좋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업무 강도에 비해서도 대부분의 미국 진료환경은 응급실을 제외하고 예약제로 이루어지고 심지어는 Xray 조자 Walk-in 예약 없는 방문 시 많이 기다려도 의사나 환자의 불만이 없기도 한 여유 있는 근무환경에 한국처럼 Xray 수백 장, CT MRI 빈틈없이 꽉 차서 돌아가는 방식도 아니고, 시간제의 특성상 초과, 연장근무가 적은 편이기 때문에 업무 스트레스도 훨씬 적은 편, 오히려 초과근무로 x 1.5나 오버타임 수당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근무하는 방사선사들도 종종 눈에 뜨이는 편입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는 아무래도 근무시간을 늘려도 무조건 많이 버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기 때문에 업무 내용이나 급여면에서 한국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미국도 미국 나름인지라 소위 비인기/저소득 지역에서는 시간당 $20 대도 있고 인건비가 비싼 주나 동네에서는 초침 시간당 $50이 넘는 곳도 존재합니다. 한국에서 처럼 서울과 지방의 임금 차이보다 훨씬 더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미국은 넓고 경제규모도 다 달라서 생활비와 집값을 적용한 실질임금을 적용하면 각 주나 지역별로도 평균적으로 직업 만족도가 높은 직업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한국처럼 방사선사로 통칭되는 하나의 면허 직군이 아니라, 취업 시 CT, MRI, sonographer 등으로 세분화되어있어서 각 전문분야마다 다른 취업의 루트를 찾는 등, 한국의 방사선사 취업시스템과는 약간 다르게 운영되고 있기도 해서 전문분야로의 인정이나 진출도 좀 더 세분화되어있고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또한 석사 정도의 과정인 RA(Radiologist assistant) 직군도 상위 직군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전문대 혹은 4년제 학사보다 더 높은 수준의 학력과 면허에 도전하고 연봉도 $100,000이나 그 이상도 성취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한국의 학제와 단일 면허제 수준에서 멈추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면허 취득 이후 본인 노력 여하에 따라 학력과 면허를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에 맞춰 한국의 면허제도도 방사선사 단일 분야에서 세부항목으로 분화되고 RA 등의 석사 과정 이상의 프로그램이나 면허/자격제도를 도입해서 방사선사라는 직업의 발전을 도모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의협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의료법 제도나 현재의 방사선사 협회의 역량을 보면 아직 먼 이야기로 생각되지만...
방사선사라는 직업에 대한 작은 소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