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작 미국 전쟁영화 ‘미드웨이’를 보면 일본 연합함대와의 결전을 결정한 미국 태평양 함대 사령관 '니미츠' 제독이 한 달 전 벌어진 '산호해 해전'에서 거의 완파되었던 항공모함 <요크타운 호>를 72시간 내에 수리하여 미드웨이 전선에 복귀시키라고 명령하는 장면이 나온다. 최소한 석 달 이상의 수리가 필요하다던 <요크타운 호>는 3천 명의 기술자가 달려들어 72시간 만에 운항이 가능해지고 수리창을 나와 전선으로 향할 때에도 기술자들이 배를 수리하며 나아가서 기적적으로 전투에 합류한다. 그리고 미국 해전사에 혁혁한 공을 세운 전설의 항공모함이 되었다.
1941년 12월 진주만 습격으로 미 태평양 해군력의 대부분을 파괴하여 기선을 제압한 일본군이었지만 문제는 아직도 건재한 미국의 항공모함이었다. 항공모함 한 척은 수 십 척의 호위함을 거느리고 수십대의 전투비행대를 보유한 바다 위의 요새였다. 일본군은 미군이 보유한 태평양 주둔 4척의 항공모함을 파괴하는 것이 전세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들을 유인하여 섬멸할 대규모 해전을 준비하는데 그것이 바로 미드웨이 해전이다.
미군은 일본군의 암호를 해독하여 일본의 미드웨이 공격에 대비하였으나 전력이 열세였다. 미군은 가용한 항모가 2척뿐이었고 진주만의 손실로 인해 변변한 호위 전함도 없었으며 순양함, 구축함은 3분의 1 규모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미군의 전투기 조종사들은 대부분 실전 경험이 없는 신참들이었다. 이 결정적인 최후의 순간, 미 해군과 기술자들의 초인적인 노력과 헌신으로 <요크타운 호>를 바다로 끌어낸 것이다. 일본군이 전력 외로 분류했던 <요크타운 호>가 선두로 나타나 일본 항공모함 3척을 격침시키며 전세를 뒤집은 것이다.
<Keep Calm and Carry On> 평정심을 유지하고 일상을 지속하자.
<Keep Calm and Carry On> 은 영국 정부가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몇 개월 전인 1939년에 대규모 공중 폭격이 예고된 가운데 영국 시민들에게 사기를 돋우기 위해 제작한 선전용 포스터이다. 실제 2차 대전 발발 이후 영국은 독일의 봉쇄정책과 연일 계속되는 폭격으로 인해 극심한 피해와 물자 부족을 겪어야 했다. 하루 일과 중 절반은 방공호 대피와 피해복구에 매달려야 했다. 국민들은 식료품과 의료품 등을 통제받았으며 전 국민이 전쟁에 동원되어 남자들은 입대하고 여성들은 군수공장에 근무하는 전시체제로 전환되었다. 영국 공주는 차량 정비공으로 근무하였다.
당시 영국은 식량의 2/3를 해외로부터 들여왔다. 하지만 독일의 잠수함들이 영국행 화물선들을 무차별 격침시키는 상황에서 식량부족은 심각했고 영국 국민들의 60%는 식량배급제에 찬성했다. 1주일에 성인 1인당 소고기 227그램, 버터 57그램, 우유 1.7리터, 계란 1개 등이었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은 배급에서 제외되었고 오렌지만 예외적으로 임산부와 어린이들에게만 판매했다. 이러한 고통을 견뎌낸 영국은 1945년 결국 독일의 침공을 물리치고 제2차 대전의 승전국이 되었다.
미국의 전시체제
참전이 결정되자 미국은 국내 산업시설과 인력을 신속하게 전시 군수동원 체제로 전환하였다. 미국민들은 조국을 지켜야 한다는 애국심으로 단단히 뭉쳐 호응하였다. <요크타운 호>의 기적이 그 한 예이다. 그전까지 항공모함 6척만 보유하던 미국은 전쟁 기간 동안 15일에 1척씩 항공모함을 건조하여 총 141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하게 되었고, 총 324,750대의 전투기를 생산했으며 (일본 76,320대) 1시간에 1대씩 폭격기를 생산했다. 독일이 1,354대의 타이거 탱크를 생산하는 동안 49.234대의 탱크를 생산해냈다. 시간이 갈수록 이 같은 후방의 지원을 받은 미군의 공세를 적국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영국 역시 전쟁 내내 멈추지 않았던 독일의 공습과 봉쇄에서도 묵묵히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며 항복하지 않았다. 개전 초기 독일군에게 포위당한 채 프랑스 해안에 고립되어 있던 영국 주력군 20여만 명과 프랑스군 14만 명을 영국 해안의 크고 작은 어선들을 총동원하여 극적으로 철수시킨 ‘됭케르크’ 작전은 목숨을 건 영국 어부들의 헌신과 희생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공적 공급과 <마스크 대란>
“정부가 고작 1회용 마스크 하나 제대로 공급 못하느냐?” “ 어떻게 일주일에 2장으로 견디란 말이냐?” 는 비판은 참으로 무책임하다. 단지 ‘마스크’라는 위생용품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활발하게 작동하던 자유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을 어느 날 갑자기 정부가 개입하여 공적공급라는 정반대의 시스템으로 전환시키는 엄청난 일이다. 자유롭게 거래되던 상품의 재료, 생산, 유통, 소비를 국가가 전면 개입하여 통제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전대미문의 조치이다. 이것은 국가재난상황이나 준전시 상황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정부나 당국자들이 지체하고 혼란을 빚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 개개인에게도 처음 겪는 일이다. 정부를 비판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공적 공급시스템이라는 것에 대한 국민 개인의 이해다. 지금의 공적 공급제 도은 내가 편한 장소에서, 내가 원할 때, 내가 필요한 만큼 공짜로 지급받는 것이 아니다. 내가 불편한 장소에서, 내가 원하지 않는 때에, 내게 부족한 양을 배당받으며 어려운 시기의 불편을 함께 분담하자는 것이다. 지금이 그러한 때인 것이다. Keep Calm and Carry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