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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근 오 분전 Mar 06. 2020

'메리 맬런'을 기억하라.

바이러스와  세균은 병을 옮긴다.




‘메리 맬런’.  1869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났다.  미국으로 건너와 뉴욕 상류층의 요리사로 일하던 그녀는 1907년 장티푸스가  창궐하자 이를 역학 조사하던 ‘조지 소퍼’라는 의사에 의해  이 균을 퍼트리는 무증상 보균자로 지목된다. 그녀가 요리사로 일하는 동안 약 51명을 감염시키고 이들 중 3명은 사망했으니 소위 ‘슈퍼 전파자’ 였던 것이다. 현대의학에서는 세균에 감염이 되었으나 자신의 면역력으로 증상이 발현되지 않는 무증상 보균자의 존재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세균학’이 미비하던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아무런 증상도 없는 보균자가 부지불식간에  질병을 전파한다는 사실은  획기적인 발견이었다.


최초로  발견된 무증상 보균자였던 그녀는 보건당국에 체포되어서 섬에 있는 병원에 격리되어 3년을 보내야 했고  그녀의 본명과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장티푸스 메리(Typhoid Mary)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여자',  '인간 장티푸스균'으로 대중으로부터 조롱받아야 했다.  그 후 섬에서 풀려난 후 신분을 감추고   가난과 고독으로 살아가던 그녀는  얼마 후 또다시 장티푸스 전파를 이유로 재 감금되어 23년간 평생을 섬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불행한 삶을 마쳐야 했다. 어쩌면  그녀는 인간의 무지와  미개한 의학의 희생자였고 대중의 불안을 해소해주기 위한  사냥감이었다.


인류의 역사에서 바이러스와 세균을 정복한 적은 없다. 병원체가 스스로 확산을 멈추고 잠복하거나, 인간이 이들에게  적응하며 살아가거나,  아니면 개인위생으로 전파와 전염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을 기다리는 것 이외에  마땅한 대응책이 없었다. 신이 내린 축복인 ‘페니실린’ 같은 치료제와 백신 역시도 제한적인 질병에 대해 작동하는 것이고 대부분의 세균과 바이러스는 내성과 변형을 통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애당초  인류보다 오래된 생명력과 전파력으로 지구를 지배해 온  이들을  의학이라는 불완전한 과학으로 막아서겠다고 한 것 자체가 과욕이 아닌가 싶다.


 전염성이 높은 신형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이 시기에 밀폐된 공간에 수백, 수 천명이 붙어 앉아서 몇 시간씩  침 튀기며 손바닥 비며 대고 발을 동동 구르는 종교행사를 열어대는 ‘신천지 교회’의  무모함과 무식함에 화가 난다.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비밀주의적 행태도 그렇다.   공동체의  방역 노력에 대한 그들의 비협조와 무책임성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피해와 비용 부분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고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하지만  공중보건 차원의 문제를 넘어 그들의 종교성, 정치성으로 이번 사안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한다.  이만희의 손목시계, 실세 수행비서,  정치인 연관설, 김남희와의 재산 소송 등은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공공 방역의 본질도 아니고 관련도 없다.  지금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을 자성하고  냉정하게 현실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시기다.  막연한 두려움을 회피하려는 심리적 이유로 비난의  상대를 찾아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공동체의 안정을 해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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