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수첩에 담긴 우울
우울의 사계
추락하는 참새가 되어 밀밭에 툭 떨어진 시체가 되고 싶다.
그토록 갈망해온 모든 욕망에 둘러쌓여 이 생과의 이별을 하고 싶다.
차게 식은 육신과 열정이 바람에 스치듯 부서져 낱낱히 흩어졌으면 좋겠다.
이 생과의 완전한 이별을 한 뒤에야 비로소 진정한 욕망이 이루어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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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중심
단순하게 살 수가 없나?
끊임없이 밀려오는 생각과 고뇌, 욕망, 우울감, 좌절, 열등감.
이 생에서 나를 끌어내리려는 듯 주렁주렁 메달려 있다.
벗어나기 위해선, 끊어내는것이 현명하다.
팔과 다리를 잘라내고, 조각낸 토막을 푸른 불꽃에 태워버리고서야 그것이 사라진다.
'무'로 돌아가 그 중심에 내가 떠다니는 순간 비로소 진정한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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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과 후련
타인과의 관계는 부질없다는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엮어내고 연결해본다.
엉킨 끈이 발을 걸어 넘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이 관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늘 되풀이 되는 일 이지만, 가끔 너무 꼬여버린 끈은 풀어 낼 수 조차 없다.
그저 잘라내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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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는 애정도, 받을 수 있는 공간도 없다.
스스로 단단하게 꽉 차 있지만, 그것을 나누어줄 여유도 방법도 모른다.
나는 이대로 돌멩이가 되어 홀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수 밖에는 없다.
그것 외에는 내가 살아갈 방법을 모르겠다.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깊은 우울에 잠겨있던 시절의 나를 위한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