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 소믈리에

[프롤로그] 신드롬 오브 신드롬 (Syndrome of Syndrome)

by 린나이


: 당신의 불안에 빈티지 라벨을 붙여드립니다.



어서 오십시오. 표정이 어둡군요.

오늘도 잠들기 전, 스마트폰 불빛 아래서 '나만 이런 건가' 싶어 검색창을 떠돌다 오셨나요?

이곳을 찾는 분들은 대개 비슷합니다.

자신의 사소한 습관, 유별난 성격, 혹은 설명할 수 없는 무기력함에 꼭 맞는 '의학적 이름'을 찾아 헤매죠.

"저는 리플리 증후군인가 봐요." "이건 번아웃 증후군이 확실해요." "아니면 혹시 성인 ADHD?"

다들 자신에게 '병명'을 붙이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처럼 보입니다.

자신을 환자로 규정하는 순간, 역설적으로 안도감을 느끼니까요.

"아, 내가 게으른 게 아니라 병 때문이구나." "내가 못난 게 아니라 호르몬 때문이구나."

저는 이런 현상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가장 짙은 전염병,

'신드롬 오브 신드롬(Syndrome of Syndrome)'이라고 부릅니다.

나라는 복잡한 존재를 있는 그대로 견디기 힘들어, 납작한 진단명 뒤로 숨고 싶어 하는 증상이죠.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비난하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마음, 십분 이해합니다.

맨몸으로 세상에 부딪히기엔 우린 너무 연약하고,

그냥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보단 '아픈 사람'이 되는 편이 덜 외로우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곳 <신드롬 테이스팅 룸>을 열었습니다.

저는 당신을 치료하지 않을 겁니다.

훈계도 하지 않을 겁니다.

대신 당신이 가진 그 유별난 불안과 결핍을 아주 꼼꼼히 맛본 뒤,

세상에서 가장 그럴싸하고 우아한 이름을 지어 드릴 겁니다.

당신의 찌질함은 '섬세함'이라는 라벨을 달고, 당신의 나태함은 '에너지 보존'이라는 빈티지가 될 것입니다.

자, 이제 자리에 앉아 당신의 증상을 털어놓아 보시죠.

어떤 진단명이 필요하십니까? 오늘의 추천 메뉴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 당신의 신드롬 소믈리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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