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 소믈리에

[신드롬 소믈리에 Ep. 10]

by 린나이

10대의 여드름은 '위암'의 신호가 아닙니다.

부제: 아이돌 포토카드 대신 영양제 성분표를 수집하는 17세 소녀에게


(딸랑-. 문이 열리고 교복을 입은 10대 여학생 손님이 들어온다.

가방에는 귀여운 키 링 대신 휴대용 약통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얼굴에 난 작은 뾰루지 하나를 세상 무너진 표정으로 만지작거린다.)


어서 오세요. 아주 풋풋하고 생기 넘치는 학생이 왔군요.

그런데 표정은 무슨 시한부 선고라도 받은 사람처럼 심각합니다.

가방에 달린 그 약통들은 다 뭡니까? 설마 벌써 혈압약이라도 드시나요?


#1. 손님의 증상


"소믈리에님, 저 좀 심각해요. 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니까요.

어제 이마에 여드름이 하나 났는데, 제가 인터넷에 검색해 봤거든요?

'이마 여드름'은 소화기 계통 문제래요. 심하면 위염, 더 심하면 위암일 수도 있다던데요?

제가 어제 떡볶이를 좀 급하게 먹긴 했는데. 역시 위가 망가진 게 틀림없어요.

저는요, 엄마 아빠가 건강검진받으러 갈 때가 제일 부러워요.

나도 내시경 한번 받아보고 싶은데, 다들 '넌 어려서 안 해도 돼'라고만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제 몸은 제가 챙기기로 했어요.

엄마 몰래 찬장에 있는 오메가 3랑 홍삼 진액 훔쳐 먹어봤는데, 확실히 아침에 눈이 번쩍 떠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 친구들은 마라탕 먹고 탕후루 먹고 난리 났는데, 저는 혈당 스파이크 올까 봐 무서워서 못 먹겠어요.

저 벌써 노화가 시작된 거 맞죠? 10대 때 관리 안 하면 훅 간다던데…. “


#2. 소믈리에의 진단


(학생의 깨끗한 피부와 넘치는 에너지를 보며 허탈하게 웃는다.)


학생, 진정하세요. 이마에 난 건 위암의 신호가 아니라, 어제 먹은 떡볶이의 기름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진단명은 [조기 노화 공포에 의한 예비 환자 증후군]

(Pre-Patient Syndrome by Fear of Early Aging)입니다.

당신은 지금 아픈 게 아닙니다. '어른들의 세계'를 동경하고 있는 겁니다.

당신 눈에는 어른들이 챙겨 먹는 알록달록한 영양제와 건강검진 결과지가 마치 '성인 인증서'처럼 보이는 거죠.

'나도 이제 내 몸을 책임지는 성숙한 사람이야'라는 느낌이 들고 싶어서, 억지로 환자 흉내를 내는 겁니다.

친구들이 마라탕 먹을 때 혼자 혈당 걱정하는 거, 사실 좀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죠?

그건 건강한 게 아니라, '건강 강박'이라는 마음의 병입니다.


#3. 테이스팅 노트


이 증후군의 맛은, 어린아이가 훔쳐 먹은 쓴 한약 맛입니다.

몸에는 필요 없는데, 어른 흉내 내려고 억지로 삼키는 맛이죠.

학생, 당신의 몸은 지금 인생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슈퍼카' 상태입니다.

엔진(심장)은 튼튼하고, 연료(에너지)는 넘쳐흐르죠.

그런 슈퍼카에 노인들이 타는 전동 휠체어용 배터리(홍삼, 영양제)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과부하 걸립니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영양제가 아니라, 떡볶이를 소화할 수 있는 '활동량'입니다.

여드름이 났다고요? 축하합니다.

그건 당신의 몸이 "나 지금 에너지가 폭발하고 있어!"라고 외치는 생명력의 증거입니다.

위가 안 좋은 게 아니라, 젊음이 너무 넘쳐서 피부 밖으로 튀어나온 겁니다.


#4. 오늘의 처방


당신의 건강한 젊음을 낭비하지 않기 위한 처방입니다.


인터넷에 '여드름 원인', '두통 원인' 검색하지 마십시오.

인터넷 닥터들은 발가락만 가려워도 '말초신경 장애'라고 진단합니다.

당신의 주치의는 지식인이 아니라, 당신의 튼튼한 면역계입니다.


가방에 있는 약통, 다 버리십시오. 그건 당신 콩팥에 일만 더 시키는 겁니다.

대신 오늘 집에 가는 길에 친구랑 마라탕 먹고 탕후루도 하나 사 드십시오.

혈당 스파이크? 지금 당신의 췌장은 그 정도 설탕물은 1초 만에 분해해 버릴 만큼 쌩쌩합니다.

젊음의 특권은 '관리'가 아니라, 가끔은 몸에 나쁜 것도 먹어가며 '막 굴려도 회복되는 탄력성'을 즐기는 겁니다.


몸이 좀 찌뿌둥할 때, "어디 아픈가?"라고 묻지 말고 이렇게 외치십시오.

"아, 성장통인가 보다! 키 크려나 보네!"

10대의 통증은 99%가 성장통이거나, 공부하기 싫어서 생기는 꾀병입니다.



image.png


작가의 이전글그녀의 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