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양갈비와 물에 빠진 고기
첫 데이트라고 부르기엔 조금 겸연쩍은, 인터뷰 이후의 첫 식사였다. 나는 아침부터 공들여 화이트 셔츠를 다렸다. 깃이 빳빳하게 살아있는 셔츠는 내 흐트러진 마음가짐을 잡아주는 일종의 갑옷 같았다. 약속 장소에 나타난 그 역시 정갈하게 다린 셔츠차림이었다. 서늘하고 맑은 그의 이미지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모습에, 내 안의 온도계가 슬그머니 눈금을 높였다.
"뭐 좋아해요?" 내 질문에 그는 짧게 답했다. "고기 좋아합니다."
호기로운 대답에 나는 그를 단골 양꼬치 집으로 안내했다. 이 집에서 가장 비싸고 맛있기로 소문난, 선홍빛 살점이 두툼하게 붙은 고급 양갈비를 주문했다. 숯불 위에서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갈 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꽤 괜찮은 선택을 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석쇠 위의 고기가 익어갈수록 그의 표정은 미묘해졌다. 그는 젓가락을 든 채 선뜻 손을 뻗지 못했다.
"왜요? 양고기 못 먹어요?"
"아니요, 그건 아닌데… 사실 제가 뼈에 붙은 고기를 잘 못 먹습니다."
아차 싶었다. 그의 정갈한 손마디를 보니 뼈를 잡고 뜯는 행위 자체가 그에게는 꽤나 생경한 숙제처럼 보였다. 당황한 내가 다른 메뉴를 시키려 하자 그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게다가 물에 빠진 고기도 잘 못 먹어요. 어릴 때는 아예 고기 자체를 입에도 못 댔거든요."
냉면 위의 수육도, 설렁탕 속의 양지도 건져내야 하는 남자. 빳빳하게 다린 셔츠만큼이나 예민하고 까다로운 식성이었다. 세상에, 고기를 좋아한다더니 그 '고기'의 허들이 이렇게 높을 줄이야. 사하라 사막처럼 뜨겁게 달궈진 불판 앞에서 시베리아보다 더 깐깐한 식성을 가진 남자를 마주하고 있자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보통의 남자들이라면 내색하지 않고 먹는 시늉이라도 했을 텐데, 그는 솔직했다. 무례하지 않게, 그러나 아주 분명하게 자신의 영역을 설명하는 그 모습이 오히려 신선했다.
결국 양갈비는 오롯이 내 차지가 되었고, 그는 내가 추가로 주문한 뼈 없는 살코기 몇 점을 아주 조심스럽게 씹어 삼켰다. 식탁 위의 메뉴는 엉망진창이었지만, 대화는 그 어떤 성찬보다 풍성했다. 우리는 셔츠 깃에 밴 고기 냄새도 잊은 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나이 차이도, 식성도, 살아온 궤적도 너무나 달랐지만, 이상하게도 대화의 주파수만큼은 소름 돋게 일치했다. 갱년기 특유의 짜증이나 열감이 끼어들 틈이 없을 만큼, 그와의 대화는 맑고 시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거울을 보니 내 셔츠는 이미 구겨져 있었지만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고기를 못 먹는 남자와 고기를 굽는 여자. 이 말도 안 되는 조합이 왠지 꽤 오래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