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바보들의 시대
"어릴 땐 공부 못하면 바보 되는 줄 알았는데, 커서 보니 공부 잘하는 바보가 더 위험하더라."
우리는 평생을 가스라이팅 당하며 살았다. "좋은 대학 가면 다 해결돼." "사짜 직업(판검사, 의사 등) 가지면 인격도 훌륭해져." 마치 '성적표'가 '인성 보증서'라도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그 믿음이 실시간으로 배신당하는 기분이다. 소위 대한민국에서 제일 공부 잘했다는 엘리트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나… (말을 아끼겠지만) '무지성(無知性)'해서다.
1. 고스펙 컴퓨터에 OS가 안 깔린 느낌
그들은 분명 시험은 잘 봤을 거다. 5지 선다형 정답을 고르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을 테지. 하지만 문제는 현실 세계엔 '정답지'가 없다는 거다. 상황 파악 능력 제로, 공감 능력 마이너스, 위기 대처 능력은 에러. 마치 최신형 고스펙 하드웨어를 장착했는데, 운영체제(OS)가 안 깔려서 부팅조차 안 되는 컴퓨터를 보는 느낌이랄까? 우리는 그동안 아이들에게 '계산하는 법'만 가르치고, 정작 중요한 '생각하는 법'은 가르치지 않은 게 아닐까.
2. "엄마, 저 아저씨처럼 되기 싫어서 공부 안 할래"
이제 아이들에게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 돼야지"라는 말이 안 먹히는 시대가 왔다. 아이가 TV에 나온 어떤 높은 분을 가리키며 이렇게 물으면 어쩔 텐가. "엄마, 저 아저씨 서울대 나왔다며? 근데 왜 저렇게 멍청한 짓을 해?" 할 말이 없다. 과거엔 공부가 신분 상승의 사다리였지만, 이제는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한 인문학'이 더 시급해 보인다. 암기력 좋은 괴물보다는, 떡볶이 1인분 값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상식적인 보통 사람이 더 귀한 시대니까.
3. 이제 '똑똑함'의 정의를 다시 쓰자
입시 코디네이터를 붙여서 대학 간판을 따는 게 똑똑한 게 아니다. 진짜 엘리트는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남을 속이는 사람이 아니라, 복잡한 세상을 상식적으로 해석하고 타인의 고통에 반응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니 이제 아이들에게 "국영수 공부해라" 대신 이렇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얘야, 눈치 좀 챙기고, 사리 분별 좀 하고, 쪽팔린 걸 아는 어른이 되거라." 그게 미적분 푸는 것보다 백 배는 더 어렵고 중요한 일이니까.
Editor's Note
나중에 내 아이가 성적표를 망쳐서 시무룩해 있다면, 맛있는 치킨이나 사주며 말해줘야지. "괜찮아. 너는 공부 못하는 대신 센스가 있잖니. 뉴스에 나오는 저 아저씨들보다 네가 훨씬 낫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