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선택해 어서 Yes or Yeah
업무가 나에게 맞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업무에 관해 잘 모름을 걱정해야 비로소 일이 쉬워집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자리나 지위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는 능력 갖추기를 걱정해야 하며,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남이 알아줄 만하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 최종엽 (마흔과 오십 사이) -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러하겠지만 내 업무가 나와 맞지 않다. 어떤 업무가 나와 맞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와 맞지 않다는 건 분명히 알겠다. 평일에는 정신없이 일하다가 생각할 여유가 생기는 주말이 되면 퇴사 생각 주머니가 머리 위를 둥둥 떠다닌다. 그럼 마음도 붕 떠버린다. 그때 현실 세계의 아찔함이 주머니를 톡톡 터뜨린다.
'그래, 계속 다니는 게 맞겠지? 견디자. 회사 밖은 너무 추울 거야.'
일을 잘하면 업무를 좋아하게 된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나는 업무 지식을 겉핥기식으로만 알지 심층적으로 알지 못한다. 심층적 이해는 누구도 나서서 가르쳐주지 않으며, 열정이 시켜서 주체적으로 공부를 해야만 이룰 수 있는 성과다. 그런데 내 마음이 그러하도록 움직이지 않는다. 설사 누군가 인심 써서 많이 알게 해 준다고 해도 망설일 것이다. 이유는 첫째, 일을 사랑하지 않는다. 둘째, 높이 올라갈 만큼 성장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희한하고도 감사하게도 상사가 나를 좋게 보고 있다. 실제 성과보다 더 좋게 평가해주는 것 같다. 그의 진짜 마음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느껴진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즐거워야 한다. 왠 떡이냐 하며 신이 나야 한다. 하지만 그러하지 않다. 설레발일 수 있겠지만 이렇게 가다가 덜컥 높은 자리에 앉힐까 봐 겁난다. 나는 높은 자리나 지위가 싫다. 높은 자리나 지위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 싫다. 또한 그런 자리에 오르면서 회사 사람들이 나를 궁금해하거나 알아보는 것이 싫다. 그냥저냥 업무 지시를 받으며 살고 싶다. 상사가 이런 나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된다면 배신도 이런 배신일 수가 없겠지만 솔직한 마음이 그러한 걸 어떡하겠는가?
그런데 웃긴 진실이 있다. 내 동기가 나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는 건 또 싫다.
라디오 스타에서 한 남배우가 한 말이 있다.
'돈은 많이 벌고 싶지만 유명해지고 싶지는 않다.'
나 또한 그렇다.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지 않지만, 내 동기보다 아래에 있고 싶지는 않다. 지난해 내 동기 모두 승진하고 나만 누락되면서 그 이상한 생각이 더 확실해졌다.
그런 이상한 생각이 현실이 되려면 나와 내 동기는 퇴직할 때까지 지금 그대로의 직급일 유지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내 동기는 분명 나와 달리 높이 올라가고 싶은 승진 욕심이 있을 것이다. 적어도 누가 시켜준다면 높이 올라가는 걸 주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바보 같은 바람이 이루어질 확률은 0에 가깝다.
결론은 그렇다. 나는 편하게 회사 다니고 싶은 직장인이지만 쓸데없는 질투심이 있다. 하지만 그런 이중적이면서 충동하는 마음 상태로 회사를 다닌다면 나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양립할 수 없는 서로 다른 양쪽 길에서 나를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팽팽한 상태였다가 결국 찢기고 말 것이다.
나는 욕심 많은 인간이다. 두 개 모두 포기하기가 힘들다. 예전의 나였다면 모른척하고 인생이 흐르는 대로 내버려 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방치가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어떻게 흐를지 몰라 초조하고 불안하다. 이제는 지혜롭고 싶다. 그렇기에 둘 중 하나는 포기할 수 있는 지혜를 실천해야 한다. 포기한다고 결코 포기 반대쪽의 보상이 확실하게 따라오는 건 아니다.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맞닥뜨릴 수 있다. 하지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건 아무 선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결과를 기다리는 긴 시간 동안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높은 자리에 오를 것인가? 아님 동기의 승승장구를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 아직 선택하지 못하겠다. 내면의 소리를 잘 들어보겠다. 최선의 선택을 하겠다.
인생을 살면서 충돌하는 양가적 마음이 앞으로도 꾸준히 생길 것이다.
- 건강 vs 패스트푸드
- 자유 vs 결혼
- 솔직 vs 아부
우유부단한 성격의 나. 선택의 순간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내 인생의 주인공은 그 누구도 아닌 나다. 다른 사람에게 나의 선택을 미룰 수 없다. 스트레스는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어느 선택을 하든 나의 선택이었기에 그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때의 나를 원망하지 않겠다. 그 시절 그 시간에 그것의 선택은 나름 최선이었다.
내 마음속에서 서로 섞이지 못한 무지개 색이 알록달록 혹은 덕지덕지 맴돌고 있다. 아름답기를 바라지만 서로 섞이지 못하는 오합지졸 꼴이다. 혼란스럽다. 그중 하나의 색을 선택해야 한다. 과연 선택한 그 색이 내 인생과 어울릴까 궁금하다. 언젠가 어울리겠지. 아니, 좋은 어른으로 성장한 그때 그날에, 어느 쪽을 선택하든 나의 인생과 어울리게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