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감당할 수 있는가?
평범한 개인이었다가 오로지 운으로 군주가 되는 자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군주의 자리에 오른다. 그러나 유지하고자 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
운칠기삼. 인생의 성공과 실패에서 운이 70%, 노력이 30%를 차지한다는 의미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하면 내 인생도 승산이 있다는 말이다. 반면 부정적으로 보면 아무리 열심히 발버둥 쳐도 성공에 미치는 한계는 30% 밖에 되지 않는 뜻이다. 나에게는 이 말이 별로다. 태생이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기에 후자가 마음에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운이 70%라니! 이 얼마나 기운 빠지는 일인가. 근데 살면 살수록 그 말이 더욱 진실되게 다가온다. 그래서 인생 참 어이없을 때가 더러 있었다.
부모님이 부자인 행운. 키가 큰 행운. 잘생긴 행운. 똑똑한 행운. 목소리가 좋은 행운. 매력적인 행운. 시험을 잘 보는 행운. 하물며 노력하는 유전자를 가진 행운. 모든 것들이 행운에 종속되었다 느껴졌을 때 내 안에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열의가 전소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고맙다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나에게도 크나큰 행운이 올 수 있다는 꿈을 잃지 않았기에) 결국, 행운도 제 값을 한다.
나도 모르는 행운. 뜻밖의 행운. 참 달콤한 거저먹기다. 가만히 있어도 푸짐하게 잘 차려져 나오는 행운의 진수성찬. 숟가락만 떠서 입에 넣기만 하면 된다. 맛있게 먹다가 앗 이런! 탈이 나고 만다. 이런이런 쯧쯧. 적당히 먹거나 뛰어는 소화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건 세상 견줄 수 없는 완벽한 운이다. 그런데 너무 빨리 많이 먹거나 소화능력이 부족하다면 결국 탈이 나고 만다. 결국 조촐한 밥상만도 못한 진수성찬이 되고 만다.
돈을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게 중요하다.
투자에서 너무도 유명한 말이다. 어쩌다 만난 행운으로 코인, 주식, 부동산, 로또 등으로 갑자기 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거기서 완벽한 부의 성공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지키는 능력이 부의 성공을 완성한다.
몇 년 동안 주식투자를 해보니 너무도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주식으로 돈을 갑자기 벌면 대게 거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수익금과 수익률이 얼마나 크던 상관없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 어쩌다 탁월했던 자신의 선택에 큰 믿음을 갖게 된다. 그래서 전보다 더욱 과감하고 무모하게 투자를 하고 만다. 용기가 아닌 오만으로 똘똘 뭉쳐있다. 신기하게도 돈은 그런 오만을 기똥차게 알아차린다. 그리고 감사해할 줄 모르고 자기 맹신에 가득 찬 인간의 꼴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크게 혼을 내야겠다며 처음 수익보다 더 큰 손실을 안긴다. 결국, 행운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 전보다 더욱 척박한 자산의 빈소리가 텅~ 공허하게 울린다.
주식을 한 예로 들었지만 다양한 경우에서 반짝 행운이 번쩍 폭탄으로 변해버린다. 행운이 너무 뜨거워져 폭발하지 않도록 적당한 온도를 잘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행운은 무겁다. 그 무게를 잘 견딜 수 있어야 한다. 회사 내에서 라인을 잘 탄 덕분에 혹은 윗선의 물갈이로 너무도 쉽게 관리직 자리에 앉을 수 있다. 평소에 관리직 능력과 소양을 갖춘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관리직에 맞는 리더십과 업무지식이 부족하다면 아랫사람에게 무시당할 수 있다. 얼마나 창피한가. 또한 나보다 훨씬 훌륭한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다. 예쁘고, 학벌 좋고, 직장 좋고, 집안도 빵빵하다. 하지만 그녀가 본인보다 너무 과분한 사람이라면 이 사람이 언제 떠날지 몰라 매일이 걱정이다. 행복해야 할 연애가 얼마나 괴로운가.
행운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행운을 완성한다. 번쩍이는 행운의 왕관이 멋있고 값져 보인다. 그러나 그 왕관을 직접 써보면 목이 부러질 것 같이 아프다. 그 무게를 견디면 통과!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목이 꺾여 고꾸라져버린다.
우리는 과연 행운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