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상냥한 미친x

일곱 번째

by 훌륭한어른이


따뜻한 봄날이었다.

노란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졌다.

곧 여행을 떠날 벚꽃보다 오래 머물 잎사귀가 안쓰러운 날이었다.


"야! 날씨도 좋은데 저기 벤치에 좀 앉아있자."


터벅터벅.

제인의 둔탁한 걸음소리.

평소보다 걸음이 무거웠다.

제인은 고개를 젖혀 살짝 거칠어진 얼굴로 봄볕을 맞이했다.

눈을 감았다.

제인의 감긴 눈을 확인하고서야 옆모습을 훔쳐보았다.


"야! 나 쳐다보지 말고, 눈 깔아."


귀신 같은 여자.

재빨리 고개를 떨궜다.

그때 제인의 바짓단과 눈이 마주쳤다.

살짝 들린 단 사이로 드러난 맨 다리.

뽀얀 살과 어울리지 않는 푸른 멍이 보였다.


"이거 뭐야? 멍이지? 꽤 큰 것 같은데?"

"아씨. 왜 남의 다리는 보고 난리야. 그냥 좀 넘어졌어."


그냥 좀 넘어져 생긴 아픔이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하지만 그 바람은 그토록 이루어지기 어려웠던걸까?




만날 때마다 제인은 가리는 게 많아졌다.

나는 그 가림에 집중했다.

집중할수록 새롭게 생긴 얼럭덜락한 상처를 보았다.

그때마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고, 제인은 입술을 아꼈다.




어느 날 상처가 제인의 얼굴까지 올라왔다.

입술 옆 피가 채 굳지 못한 채 간신히 살에 매달렸다.

꿈에서 만났던 제인의 남자가 떠올랐다.


내게 허락된 유일한 제인의 영역을 훼손한 그 녀석.


지끈한 분노의 두통 속에서 그가 비열하게 비웃고 있었다.

앞 뒤 잴 것 없이 고함이 터져나왔다.


"어떤 새끼야? 어떤 새끼가 네 입술 이렇게 만든거냐고? 한 두번이 아니지?"


처음보는 모습에 제인이 놀랐다.

급하게 얼굴을 만졌다.

상처난 부분이 분명 따가웠을 것이다.


"니 그 남자친구 짓이지?"

"..."

"씨x 어디있어?! 그 개xx!"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마!"

"어딨냐고 내가 묻잖아! 당장 그xx 조져버릴거야. 씨x!"


불 같이 끓어오르는 감정.

온 몸이 불타올랐다.




난 일본 만화영화의 엔딩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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