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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와 함께 캐나다 찌끄리기

"영화 <엘리멘탈>에 엘리드라는 캐릭터가 나오는데, 너희 어머니가 생각났어"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의 카톡에 유독 눈물이 많은 엄마가 걱정되는 캐나다에서의 첫날밤이다. 

평소 친구처럼 티격태격 하던 딸내미가 캐나다행을 선포한 순간 엄마는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전에 사주를 봤을 때 해외에 나가야 잘된다는 동자 아저씨의 말에 '응원해주자' 라는 마음 반.

우리 딸 캐나다 가면 마음 한구석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에 '말리자' 라는 마음 반.

그럼에도 역시 부모는 자식을 이기지 못한다. 



출국 전 마지막으로 펑펑 우는 엄마의 모습에 벅차오르는 마음을 뒤로하고 간신히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앞으로 무엇이 닥칠 지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살며시 자리를 비집고 들어오는 자유에 대한 설레임이 공존했다. 

비행기에서는 갓난아기의 계속된 울음으로 모든이들이 잠을 자지 못했다. 그럼에도 아기기 때문에 난색을 표하는 엄마의 모습을 봐서라도 다들 조용히 있었다. 


악연이었을까. 


비행기에서 끝날 줄 알았던 아기 울음소리에 대한 노이로제는 홈스테이에서도 이어졌다. 

처음 배정 받았던 곳이 취소되고 갑자기 통보받은 홈스테이는 1살과 2살, 연년생 딸 둘을 할머니가 키우고 있는 3대가 함께 사는 집이었다. 

아이들의 끊임없는 울음소리보다 더욱 나를 힘들게 했던건 단란하게 웃고 떠드는 가족의 목소리들이었다. 

생각해보면 매주 주말마다 나도 엄마와 강아지를 껴안고 맥주 마시며 수다를 떨곤 했으니. 

사무치게 그리워 지는 밤이다. 



"그럼에도 맥주는 찌그려야지"



사실 캐나다는 한국보다 맥주를 접하기가 쉽지 않은 나라다. 오직 술을 파는 가게에서만 술을 살 수 있어 규제가 심하다고 볼 수 있는데, 내가 포기할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술을 파는 liquor store이 있다는 것을 알곤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원한 초가을 날씨의 저녁과 노을진 벤쿠버의 첫 인사는 나름 만족할 만 하다. 

캐나다의 날? 이라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는데, 다행히 맥주가게는 나를 버리지 않았다. 


캐나다에서의 첫 맥주는 'PINWHEEL PALE ALE' 

무엇을 고를지 몰라 다소 낮익은 페일에일류로 골라봤다. 

맛은 진한 페일에일 맛! 나의 입맛에 딱 맞다. 

시원하게 마셨으면 더욱 좋았을 것을....!

쭉 쭉 들어가는 것이 차라리 알딸딸해서 애기 울음소리 듣지 말고 쳐 자라는 엄마의 마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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