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캐나다 라이프의 마지막 여행, 그 첫 도시.
10월 초 즈음에, 친한 오빠의 제안으로 벤프(banff) 라는 관광 도시에 갈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 때, 갓 이사한 집 내부 문제도 있었고 벤쿠버 필름 페스티벌(VIFF) 도 즐기고 싶은 마음에 어렵사리 제안을 거절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그 친구들은 모두 한국으로 돌아갔고 나는 내 마지막 캐나다 여행의 첫 도시를 '벤프'로 정했다.
캘거리 공항으로 출발 하기 전날 아침부터 눈이 많이 와서 대부분의 비행이 취소되었다.
그래서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여행 하는 동안 날씨 요정이 나를 도와 준 것 같다.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본 한 여름의 벤프는 무척 청량하고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내 뿜는 인상이었다.
벤쿠버까지 갔으면 벤프는 꼭 가야하는 도시라고 할 만큼 캐네디언들도 인정하는 관광지.
이제 나의 캐나다 라이프도 며칠 안남았으니, 안가보면 후회할 듯 하여 다시 한번 배낭을 맸다.
벤프의 다운타운은 그야말로, 설국의 다운타운 같았다.
아기자기한 작은 마을과 그 마을을 둘러싼 장대한 산들, 겨울에는 특히 눈덮인 자연이 함께하니 더더욱 아름다울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여행도 뜻하지 않게 혼자 가게 되었는데, 이제는 혼자 돌아다니는 여행이 더 편하고 재밌다.
내가 모든 결정을 해야 하고, 모든 계획을 짜고, 홀로 모험하는 듯한 이 기분이 마냥 싫지만은 않다.
첫째날에는 벤프의 다운타운을 짧게 돌아봤다면, 둘째날에는 본격적으로 현지 투어를 이용한 벤프 투어에 나섰다.
첫 목적지는 JOHNETON CANYON 내에 있는 폭포였다. 겨울이라 그런지 모든게 꽁 꽁 얼어 있었는데, 그마저도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벤프 투어의 필수 코스! LAKE LOUISE(레이크 루이스) 라는 호수에도 갔다.
한 여름에는 사파이어색의 장대한 호수를 볼 수 있는데, 겨울에는 오히려 드넓은 눈밭과 이를 둘어싼 설산이 장관을 이루어 더욱 아름다웠다.
장대한 자연을 둘러보면서 '캐나다는 정말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 장엄함을 느낄 수 있는 나라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는 이렇게 큰 규모의 자연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짧게 만나본 작은 호수도 참 예뻤다.
다만 벤프의 추위 때문에 오래 머물지는 못했다. 한 겨울에 벤프를 가려면 이런 추위 쯤은 이겨내야 하는데...
반나절의 현지 투어 이후에 다운타운으로 돌아와 가장 큰 브루어리집에 놀러갔다.
나는 캐나다 도시의 브루어리 분위기가 참 좋다. 누구든지 금방 친해질 수도 있고, 때로는 혼자 사색에 잠길 수도 있고, 직원들의 활기찬 모습에 나까지 즐거워 질 수도 있다.
따듯한 브루어리 안에서 밴드 라이브를 들으며, 마음의 정리를 했다.
사실 사슴군이 떠난 이후, 그리워하고 참다가 벤프에 와서 안부 연락을 했었다.
그리고 그도, 나도 캐나다에서 함께 한 추억들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고 서로의 안녕을 진심으로 빌어줬다.
미쳐 끝맺지 못했던 안녕이라는 인사를 드디어 한 것 같은 홀가분함 이었다.
언젠가 내 삶에서 이 곳을 다시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겪은 겨울 여행지 중에 가장 아름다웠던 곳임은 확실하다.
안녕, 벤프! 다음엔 여름에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