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었던 사람들, 그리고 보고 싶은 사람들
꿈 같았던 7개월의 벤쿠버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지 정확히 일주일이 흘렀다.
한국에서의 일상은 긴 글이 필요없을 정도로 무난했다.
시차 적응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기에 귀국 다음날부터 바로 헬스장을 등록했고, 그 동안 먹고 싶었던 회와 한식을 마음껏 먹었다.
한국에서의 일상을 기록하기 전, 잠시나마 벤쿠버를 추억하고 싶기 때문에.
벤쿠버에서의 '찐' 마지막 날 사진들을 돌아보고자 한다.
마지막 날, 모든 짐을 정리하고 은행까지 문닫고 열심히 걸어간 선셋비치.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선셋비치를 그렇게 좋아했던 이유는 그곳에서 본 선셋이 아름다워서였기도 했지만,
그 곳에서 사슴군과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슴군은 내가 이 장소를 매우 좋아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저 '우리 선셋 보러 갈래?' 라는 제안이 가장 쉬웠기 때문에 이 장소를 즐겨 찾았는지도 모른다.
가장 친한 언니와 내 최애 맛집 '라멘 고지로'에 들린 후 같이 걸었던 코울 하버 근처, '캐나다 플레이스'
이곳은 내 야경 맛집이었지.
아무리 추워도 사슴군과 저녁을 먹은 후에는 코울 하버 근처를 걸어다니곤 했다.
걷는 걸 참 좋아했던 우리. 이 친구와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그냥 걸어다니면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밤 11시가 훌쩍 지나가 있곤 했다.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불과 열몇시간 전, 밤 10시 즈음 내 마지막 행선지는 사이언스 월드 근처 강변이었다.
이곳은 즐거울 때도 많이 걸었지만, 혼란스럽고 힘들때도 참 많이 걸어다녔다.
매일 같이 보는 이 경관들이 그날 그날 내 기분에 따라, 같이 가는 사람에 따라 늘 새롭게 느껴졌었다.
끝끝내,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다시 돌아온 한국.
아직도 내가 벤쿠버에 7개월을 보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벤쿠버에서 만난 친구들이 그립기도 하지만, 그간 못만났던 친구들을 다시 보면서 반갑기도 한... 오묘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가장 친한 동네 친구들부터 해서 벤쿠버에서 만났던 소중한 인연들까지.
한국에서 다시 만난 내 소중한 인연들. (그리고 끝이 없는 술파티 ^^)
돌이켜 생각해보면 인복 하나는 참 좋게 타고난 팔자인 것 같다.
아직도 벤쿠버가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내 소중한 인연들이 그립다고 말하면, 주변 사람들은 이제는 그만하라고 하지만... 사실 쉽지가 않다.
현실에 다시 돌아와 적응하는 건 또 다른 문제고, 그 곳을 계속 그리워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아마 살아가면서 계속 그 곳을, 그 시간을, 그 사람들을 그리워 하겠지.
원래 사람 인생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때의 시간과 추억, 그때의 감정과 그때의 나, 그 사람을 그리워 하면서 살아나가는 것이겠지.
그 그리움이 언젠가는 힘이 되어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든든히 내 마음을 지탱해 주겠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