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독서와 가장 멀어 보이는 과목

입시는 독서 + 수학이다

by 말과맘


독서는 좋아하지 않아도 수 감각이 좋고 수학적 개념을 쉽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있다. 독서만 열심히 했더니 수학을 잘하게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아이들의 공부나 대학 입시를 공식처럼 가장 간단하게 나타낸다면 ‘입시는 독서 + 수학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매일 독서를 실천하는 아이들은 수학을 제외한 전 과목에서 독서를 하기 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과목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시험에서 수학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험 범위 안에 들어 있는 문제를 다양하게 풀어봐야 한다. 두 딸의 교육을 가장 크게 묘사해 보라고 하면 ‘독서와 수학’이라고 요약해도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수학이라는 과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독서가 도움을 주는 면이 상당하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부모가 아이에게 꾸준히 책을 읽어주었다고 하면, 아이는 수학책에 쓰여진 문장과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수학 단원별 개념을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계산만 반복적으로 해서 문제 풀이 방식이 암기되어도 초등 수학에서 점수는 잘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문장제 문제가 출제되어 상황을 길게 설명하는 문제일수록 그 글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어떤 수학의 개념을 사용해야 할지를 몰라 문제를 풀지 못할 수 있다. 수학적인 머리를 타고난 아이의 경우, 비록 독서를 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수학을 잘할 수는 있다. 하지만 수학 머리를 타고난 그 아이가 독서도 충분히 했다면, 문제를 이해하는 아이의 능력은 훨씬 더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수학적인 능력도 더 잘 발현될 수 있다. 만일 수학적인 머리가 좋지 않거나 평범하다고 하면 추상적인 수학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데, 독서를 통한 어휘력의 향상은 수학 문제 이해와 풀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독서는 또한 상황 파악 능력과 사고력, 논리력, 집중력을 반복적으로 키워나가는 활동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타고나지 않은 수학적인 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서를 하면서 다양한 두뇌활동을 했기 때문에 수학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을 미리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은 대학을 결정하고, 영어는 인생을 결정한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의 수준을 결정하는 과목은 수학이다. 즉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오랜 시간을 공부하는 과목이 수학이라는 의미다. 수학을 잘하면 갈 수 있는 대학교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수학은 점수를 올리기가 다른 과목보다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내가 수학 교사를 오랫동안 했지만 학생처럼 열심히 듣는 건 처음이다. 이름이 뭐야?”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는 칭찬을 많이 듣고 자랐다. 고1 첫 수학 시간에 수학 선생님께서는 시골을 갓 떠나 처음으로 도시생활을 하는 나에게 엄청난 칭찬을 해주셨다. 이 때 받은 칭찬으로 수학은 꼭 잘하고 싶은 과목이 되었다. 독서도 수학 머리도 없더라도 엄청난 열망이 있다면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더라도 수학을 잘하고야 마는 시기에 도달할 수 있다. 왜냐면 입시는 수학의 가장 어려운 정점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범위가 있고, 반복적인 문제풀이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유한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수학을 전공하거나 수학자가 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수학 머리가 있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수학을 잘하고 싶다는 열망은 무척 컸다. 그 의욕이 모르는 문제를 더 많이 고심하려는 자세를 주었다. 거쳐가는 과정으로 입시에서 만나는 수학은 시중에 나와있는 문제를 주도적으로 다 풀어버리겠다는 의지로도 극복이 가능할 수도 있다. 독서를 많이 한 것도 아니었다. 수학을 잘하는 데에는 수학적인 머리나 독서만이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고, 의지력이나 승부욕, 칭찬, 성실성 등의 추가적인 요소가 작용한다.


선생님의 그 칭찬은 그 후 더욱 수학 공부에 파묻혀 살게 했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고 싶었다. 모르는 문제를 매달리고 싶게 만들었다. 시간만 나면 수학을 더 잘하는 친구에게 묻고 고심했다. 정석 연습 문제가 답지를 봐도 풀리지 않아 혼자서 울었던 기억도 있다.비록 문과 수학은 이과 수학보다 범위가 더 좁고 쉽긴 하지만, 학력고사 수학 만점의 행운을 얻었다. 그 당시도 수학은 가장 어려운 과목이었기 때문에 학력고사 점수가 좋으려면 수학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독서는 수학에 또 어떤 도움을 줄까? 나는 수학이 인간과 사회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잘 모르고 공부했다. 수학의 필요성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둔다고 생각했었다. 특히 어려워진 고등 수학을 공부하면서는 더 많은 노력으로 주어진 공식을 암기했다. 문제를 풀거나 점수를 높이는 재미는 있었으나, 수학의 진정한 재미를 알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엄마가 되고 아이들에게 수학의 재미를 알려주고 싶어 찾은 수학 동화와 수학자 관련 책들을 보면서 수학이 얼마나 우리 생활에 도움이 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수학에 흥미가 커졌다. 또한 수학은 과학의 발전에 엄청난 기반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수학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제학, 물리학, 천체, 군사, 건축 등 과학이나 기술과 수학은 절대로 분리될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학의 필요성에 대한 어렴풋한 인식만으로도 수학에 대한 흥미는 상승할 수 있었다. 즉, 아이들에게 문제 풀이부터 시작하는 수학은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시작부터 부담감이나 지루함을 주는 과목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 문제를 푸는 것을 수학이라고 가르치기 전에 일상에서 숫자 감각을 가지고 사물을 보는 연습할 것을 추천한다.


문과 지망생이던 나는 고등학교에서 미분과 적분의 기초를 배웠었다. 수학 선생님은 공식 몇 가지를 잘 암기해두고 이리 저리 대입하면 답이 나온다고 알려주셨다. 진짜로 학력고사에 미분 한 문제, 적분 한 문제가 출제 되었는데, 암기한 공식에 대입하니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 많은 노력을 답을 찾는 재미만을 위해 했다는 사실이 놀았다. 수학은 인내를 배우는 가장 강력한 도구 같았다. 지금도 고등학교 아이들의 수학 정석 책을 보면 그때 암기했던 공식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암기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 수 있다.



두 딸의 독서와 수학


두 딸들이 독서에 흥미가 커지면서 읽을 책을 탐색하러 주말에 자주 갔었다. 학교와 입시에서 예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한 과목인 수학을 위한 책이 서점 한 켠을 늘 차지하고 있었다. 진열된 책을 살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해서 책 제목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수학의 어떤 측면을 어떻게 설명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지를 알려주는 독서 후기가 많기 때문에 책을 골라 사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인터넷에서 독서 후기를 읽어보면 좋다는 책을 사면 대부분 우리 아이들도 즐겁게 읽었다.


40살이 되도록 수학이 이렇게 재밌다는 것을 아이들의 책을 골라주며 읽어보고 알게 되었다. 세상을 수학적 관점으로 해석한다는 것은 문학적인 관점과 아주 달라서 재미가 있었다. 곱셈, 나눗셈을 왜 배우는지부터 파이의 의미, 분수와 소수의 관계, 퍼센트, 밀도, 이자율, 너비와 부피, 0의 의미 등을 우리 생활과 연관지어 알기 쉽게 이야기로 풀어주었다. 수학이 일상과 밀접한 관련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수학은 재밌는 과목으로 등극했고, 호기심이 계속 일어나 더 알고 싶은 과목이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을 움직여서 숫자 계산을 해야만 하는 것이 수학이라고 접근했다.



일상과 연관된 수학의 사례


이미지 넣기 : 구의 부피 구하는 공식



"ㅇㅇ아, 집에서 학교까지 이 자전거로 몇 바퀴면 도착할까?"

"음, 학교까지 거리가 얼마나 돼요?"

"600미터 정도는 되겠지."

"엄마, 이 자전거 지름이 1미터 쯤 되잖아요. 바퀴 둘레 길이는 지름에 파이(3.14)를 곱하는 거니까 한 바퀴는 3미터 정도잖아요. 학교까지 6백 미터라면 200바퀴 정도에 도착할 거 같아요."

큰 아이와 이 대화를 하면서 파이에 대한 개념이 좀 더 선명하게 다가왔었다.

"아주머니, 이 사과 얼마예요?"

"이쪽은 10개에 만원이고, 저쪽은 5개에 만원이에요."

"ㅇㅇ아, 어떤 거로 살까?"

"엄마, 5개짜리가 더 좋을 거 같아요.

"왜?"

"5개가 부피가 더 많을 것 같아요. 사과는 동그란 모양이니까. 부피는 4/3π에 반지름 세제곱을 하잖아요. 작은 거는 반지름이 3cm정도니까 27X10=270이고, 큰 거는 반지름이 4cm 정도니까 64X5=320일테니까 지금이 큰 사과가 양은 더 많겠죠."

"아아~~! 이럴 때도 수학이 이용되는구나...."


작은 아이와 이 대화를 한 이후에 과일 가계에서 과일을 살 때는 지름이나 반지름을 가늠하는 습관이 들었다. 예를 들어 수학을 살 때 돈을 조금 더 주고 사더라도 지름이 더 길면 이익이 되는 것이 눈으로 보였다. 남아서 썩는 상황이 아니라면 지름이나 반지름을 잠시 계산하는 재미가 생겼다. 아이들이 읽는 수학 동화는 이런 이야기들의 연속이다. 더구나 수학 내용을 제외하고도 재밌는 스토리에 수학적인 개념이 살짝 들어가는 수준이어서 수학 공부라는 생각은 전혀 없이 수학의 한 개념을 머리 속에 쏙 넣어준다. 그런 이야기를 읽어본 아이는 학교 수업시간에 따로 개념을 듣지 않아도 문제를 잘 이해하게 된다.


수학 관련 동화와 책을 많이 읽은 딸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수학의 각 영역별로 그 유래와 필요성을 조금씩만 들어도 수학은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비하면 부모인 우리들이 배운 수학은 수학책을 펴고 기호와 공식부터 암기하는 식이었고, 공식만 기억하면 어느 정도 응용이 가능했었다. 안타깝게도 지금도 대다수의 아이들은 현실에 닿는 개념 설명 없이 계산 문제를 반복적으로 푸는 것으로 시작하고 계속한다. 당연히 아이들은 수학을 가장 먼저 싫어하기 쉽고, 그런 수학 때문에 공부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두 딸들은 손으로 수학 문제를 푸는 것보다는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문제를 좋아했다. 하나의 문제를 두고 몇 시간이나 며칠을 생각하기도 하며 둘이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수학과 관련된 책이 있단 말야?라고 의문을 가지는 부모들도 있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 어떤 수학 관련 도서를 읽게 할지 궁금하다면 대형 서점의 어린이 서적 수학 과학 코너로 가면 수 백 가지 이상의 수학 도서가 진열되어 있다. 구입하기 전에 인터넷에서 독자 후기를 보거나, 아이에게 책의 앞부분을 조금 읽어보게 한 뒤에 재밌다고 생각하는 책을 고르면 된다. 호기심보다 더 좋은 동기는 없다.


<수학동아>라는 월간잡지를 구독했다. <과학 동아>처럼 매월 잡지가 도착하자마자 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후루룩 뚝딱 다 읽었다. 수학과 관련된 전 세계의 뉴스를 소개한다. 청소년들을 독자로 발행되는 잡지인 만큼 딱딱하지 않게 호기심과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신경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사고력 수학>이라는 개념이 전국을 휩쓸었다. 암기한 수학 공식에 숫자를 대입하며 문제를 풀어내는 손작업이 아니라 수학의 원리를 스스로 생각하면서 공식을 도출해내는 생각하는 수학을 말한다. 수학은 계산을 해야만 하는 공부이지만, 그 전에 사람의 논리를 키워주는 학문이다. 아이들은 ‘스토크 퍼즐’이나 ‘멘사 퍼즐’, ‘틱택토’ ‘지뢰찾기’ 등의 게임이나 바둑, 장기, 체스, 보드 게임 등을 익히는 것이 산수이자 수학의 근간이 된다고 믿었다. 전략없이 게임을 이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키워진 논리력이 아이들이 수학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게 만든다. 많은 문제를 풀지 않으니 쉽게 질리지 않고, 수학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할 수 있고, 새로운 개념에 대한 기대가 생긴다. 수학 공부는 책과 놀이로 기본과 재미를 동시에 충족시켜 준다.


사고력 수학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수학 문제집이 발행되어 있다. 인터넷 맘카페를 뒤져서 알아낸 문제집이 <디딤돌 수학>이었다.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보다 심도 있는 수학을 하는 심화 문제집이었다. 문제 풀이가 한 쪽을 다 채울 정도로 복잡한 문제도 많았지만, 하루에 많은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한 두 문제나 10문제 정도만 풀기도 했다. 아이들은 답지를 보는 것을 꺼려했다. 답을 맞았는지 보다는 깊이 원리를 생각하여 해답에 이르는 과정을 즐기는 것 같았다. 중학교 고등학교 수학 선행보다 자기 학년의 수학 심화가 훨씬 더 많은 사고력을 요구했다. 따라서 심화 문제를 푸느라 선생이 늦어진다는 것은 조바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자기 학년심화 수학을 다지면 수학에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적은 수의 문제로 깊이있게 수학적 사고력을 쌓은 덕분에 시험 기간이 되어 자기학년 교과서 수학 공부는 적은 노력으로 잘 해낼 수 있었다.


작은 딸은 중학생이 된 후 영재고에 가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초등 학년부터 영재원을 꾸준히 다녔기 때문에 주변 친구나 선생님들로부터 충분히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카이스트 부설인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를 가고 싶다고 했다. 영재고에 가서 잘할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하지는 못한 상태에서 아이의 의지에 따라 학원의 영재고 준비반에 들어갔다. 역시 많은 문제를 풀고 숙제를 많이 내는 학원보다는 문제 수는 적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학원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많이 몰리는 유명한 학원에 등록했었다. 한달이 거의 다 될 무렵 아이는 학원을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수업이 재밌어서 진짜 열심히 들었는데, 수업을 마칠 때 학원 선생님이 왜 필기를 안했냐고 자꾸 혼내신다는 거였다. 다른 아이들을 보니 정말 필기도 다 했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진도를 나가야 하기 때문에 질문은 되도록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도 아이도 지금까지 그 선생님과는 달리 적은 문제를 열심히 생각하는 식으로 이끌어 왔기 때문에 그대로 두었다가는 성과도 없고 괜히 수학에 질리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옮겨야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재고와 과고 진로를 알았더라면 가장 중요한 수학을 보다 체계적으로 준비했을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잘한다는 평가에 밀려 방향이 영재고로 정해진 것이 아쉽다. 영재고에서도 수학은 가장 큰 무게를 가진 과목이었다. 초등학교 수학을 심화를 중심으로 서서히 풀어가다가, 갑자기 영재고로 방향이 바뀌면서 경시 수학을 하게 되었다. 문과 엄마로서 과고와 영재고에 대한 감각이 둔했기 때문에 수학 과학을 얼마나 준비하는 것이 영재고에서 공부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감을 잡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무리 영재고라고 하더라도 입시는 아이들의 꾸준한 노력의 과정을 평가하기에 준비가 좀 더 체계적일수록 아이는 수학에 자신감을 갖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잘한다는 아이들이 한 곳에 모여 있을 때 아이가 받을 자신감의 위축을 그 때까지는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ㄷ가. 영재고를 준비하기 위한 경시형 문제로 수학을 공부하기 전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확실히 개념을 알고 문제를 풀어 보아야 했을 터인데, 고등 과정을 서둘러 선행하고 영재고 준비를 했기 때문에 영재고에서 수학에 자신감을 갖지 못했다. 학원에 성실하게 꾸준히 다녔다면 조금 더 나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재고에서 예상대로 수학을 힘들어 했다. 그러나 부모로서 그 상황을 후회하는 대신 영재고라는 과정을 삶의 목적지가 아닌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자고 대화하면서 모든 사람이 수학자가 될 필요는 없지 않냐고 설득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수학이 입시의 중심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수학적인 능력만으로 인생을 사는 것은 아이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한 이후나 사회인이 되어서는 다른 것들의 장점이 부각될 수 있으리나 믿었다. 다행히 둘째 딸은 독서와 토론과 글쓰기와 발표와 비교과 활동을 많이 하면서 생각이 크게 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과적인 기질이 더 강한 아이가 수학 영재원을 거쳐 영재고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독서를 통한 이해력과 사고력의 향상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수학자에 대한 베스트 셀러나 단편 도서를 읽으면서 수학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나는 공부를 최고로 잘할 자신은 없지만, 지금까지 매일 배우고 공부하는 것을 즐겨왔다고 자부한다. 그것은 그 누구도 나에게 공부해야 한다고 강요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공부를 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반복적으로 다량의 문제를 풀다보면 수학도 암기 과목에 속하게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문제 푸는 숫자가 적더라도 하나에서 많은 생각을 하는 방식의 공부를 나는 더 선호한다. 그 덕분에 영재고 입시를 준비하는 기간까지도 독서를 즐겼으며, 영재고에서도 독서 실력이 높아져서 대학에 간 지금도 독서를 통해 자신이 알고 싶은 영역을 탐구해가는 스스로 학습 습관이 잘 유지될 수 있었다. 공부는 어려울 수 있지만 한 번도 아이들이 공부하고 싶지 않다는 떼를 쓴 적은 없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 중에서 대학 입시는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유리하게 작용한다. 수학 학원이 가장 많은 이유도 이와 상관이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장 일찍부터 공부하는 과목에 수학은 들어 있다. 수능 시험 과목 중에서 수학은 추상성이 높은 과목이다. 수학은 논리적인 사고를 다루는 학문이다. 수학은 또한 누적성이 강한 학문이어서 이전 학년의 학습이 부족하면 다음 학년 학습이 어렵다. 우리말로 들었다고 해도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


아이가 수학 점수를 망쳤을 때는 과감하게 후행이나 복습을 먼저 해야 한다. 이전 학습이 불안전한 상태에서 상황에 밀려 선행을 먼저 준비하게 했다가는 아이는 고통을 받고 효과는 떨어지니 시간 낭비만 할 뿐이다. 이런 점을 아는 부모이거나, 양심 있는 수학 교사는 수학 시험을 망친 아이에게 선행 수업을 강행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아이들의 수준에 맞춘 문제집으로 공부하거나 선행을 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수학 학원을 열심히 오래 다녀도, 고등학생이 되면 왜 70%의 아이들이 '수포자'가 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이전 학년의 수학 개념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기 때문에, 그 위에 쌓는 수학은 점점 알 수 없는 외계어처럼 들릴 것이다.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내신이나 수능에서 수학 시험에서 점수가 잘 나오면, 대학 선택의 문이 넓어진다. 심지어 논술 전형에서는 수학 논술시험 만으로 합격 여부를 가린다. 내신이 반영되기는 하지만 형식적이고, 수학 논술 시험만 잘 본다면 내신 성적의 등급간 점수 차이가 미미하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다. 수학에 과학 한 과목만 추가하면 논술 전형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의 레벨을 높일 수 있다. 전과목 중에서 수학 점수를 올리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태어날 때부터 수학적인 머리를 타고났다면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게 된다.


수학과 독서는 연관이 적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독서를 많이 한 아이들이 초반에 수학 문제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하기 때문에 수학을 잘하는 아이로 칭찬받을 확률이 높다. 칭찬을 받으면 더 잘하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는 점에서 수학이 재밌어지고 더 잘하고 싶어진다. 따라서 독서는 수학에도 엄청난 긍정 효과를 미친다. 그리고 독서로 쌓인 사고력과 이해력 등을 통해 수학적인 개념 학습을 할 때도 도움이 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독서력이 곧 수학점수인 것은 아니다.


수학 영재들은 타고난 능력도 좋아서 수학을 잘하곤 하는데 대학 입시에서는 수학에 가중치를 두어 평가한다. 독서만 해서 좋은 대학을 간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수학의 개념을 쉽게 이해하게 만드는 발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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