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탐) 호기심을 따라가니 과학

두 딸을 공대생으로 만든 독서

by 말과맘


독서의 혜택을 듬뿍 받아 큰 딸은 서울대 공대에, 작은 딸은 카이스트에 입학했다. 주변 분들은 물었다.


“어떻게 아이들 둘 다 공부를 잘했어요?”

“초등학교 가기 전에 독서에 빠뜨리세요. 단 재밌다고 생각해야 돼요. 초등학교 들어가서 독서를 시작하려고 하면 이미 시작한 것들이 많아서 독서가 끼어들 여유가 없거든요. 그런데 독서가 공부법 중에서는 제일 효과가 있어요. 입시의 80%는 독서로 준비할 수 있어요.”


두 딸은 성격은 많이 달랐지만 취미와 좋아하는 책은 공통점이 많았다. 언니를 무척 좋아하는 동생은 언니가 재밌게 읽은 책은 꼭 읽었다. 언니가 하는 게임을 같이 했다. 큰 아이의 독서 습관이 잘 들면 언니가 봤던 책을 동생이 한 번 더 보기 때문에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언니한테 물어서 해결한다. 그리고 나란히 앉아 매일 그림을 그렸다.


알아주는 명문 대학을 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에, 과목별로 기본 배경 지식을 풍성하게 해준 유년기의 독서는 학교 공부를 위한 눈뭉치 다지기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눈뭉치가 단단할수록 살짝만 굴려도 큰 눈사람을 만들 수 있지 않은가. 다독 덕분에 큰 아이는 고3 때까지 심신 수련을 위해 태권도 학원을 주 2회씩 다녔다. 좋아하는 그림을 매일 그리며 판타지 소설이나 웹툰을 즐겨 보았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혼자서 하는 활동에서 에너지를 얻는 유형이었다..


"ㅇㅇ야, 그림이 그렇게 좋아? 그림은 너한테 어떤 의미가 있는거야?"

"그림은 저를 행복하게 해 줘요. 스트레스가 생겨도 그림을 그리면 금세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그래? 그렇게 좋은 역할이라면 그림을 평생 그려야겠네.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까!"


매일 그림을 그리고 나서야 잠이 드는 초등학교 5학년 작은 딸과 나눈 대화였다. 수많은 현대인들은 마음의 병을 앓는다. 코로나 이후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늘었다.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무엇이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딸들에겐 독서만큼이나 그림이 취미였다. 그림 스타일은 서로 달랐지만 끝없이 그렸다. 아이들의 장래 직업에서 그림이 이용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큰 아이는 건축학과에, 작은 아이는 (1학년이 무학과로 공부하는 탓에) 2학년이 되면서 산업디자인학과를 선택했다. 큰 아이는 '덕업을 분리한다'면서 건축공학을 선택했고 그림은 순수 취미로 남겼다. 작은 아이는 '덕업을 일치한다'면서 대학에서 학과 숙제로 그림을 그린다. 학교 신문사에서 만평 기자로 활동하면서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 때 딸들은 과학이 너무나 재미있다며 물리학자를 꿈꿨다. 일상의 호기심이 모두 과학이었다. 일상의 활동을 과학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에 문과 출신인 내겐 신기했다. 사람의 말과 마음에 대한 호기심을 따라 50년을 살아온 나는 이과 출긴인 남편과 두 아이들을 통해 과학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새로운 즐거움을 갖게 되었다. 나의 학창 시절에 배웠던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은 재미있는 부분도 간혹 있었지만, 재미보다는 공부할 대상이었다. 무식하게 공부한 것이다.


요즘 과학 교과서는 칼라로 삽화를 넣어 그림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보여준다. 평소 '왜?'라는 호기심이 들었을 법한 작은 주제들이 알고보니 과학이었다. 예를 들어, '맨홀 뚜껑은 왜 동그런가?'라는 질문에 '대해 아이들은 다른 모양은 뚜껑이 구멍에 빠질 수 있지만 동그라미는 반지름이 모두 동일하기 때문에 구멍에 빠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또한 맨홀 뚜껑을 '동그라미로 만들면 네모 모양으로 만들 때보다 면적이 좁아서 재료인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과학을 공부한다는 생각 없이 답답한 구석을 환하게 비춰주는 것이 바로 과학이었다. 만화와 시리즈와 과학 잡지 등을 관범위하게 읽지 않았다면 나처럼 지루하게 과학을 공부했을 것이다.


딸들의 특히 좋아했던 어린이 과학 도서는 낱권의 책들도 많지만, 시리즈도 다양했다. <WHY> 시리지를 시작으로 <내일은 실험왕> <어린이 과학동아> <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 <법정 시리즈> <과학동아> 등 수백 권이 넘는다. 이렇게 과학책을 보고 또 보고 한 결과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주제를 일상과 밀착한 상태로 이해하게 되었다. 공식을 통한 과학이 아니라 말로 설명하고 이야기 속에 담긴 과학이었다. 내가 궁금한 걸 물어보면 아이들은 아주 쉽게 답변해 주었는데, 책에서 본 이야기를 기억해서 설명했기 때문이다.


읽는 책의 수준을 높이거나 흥미를 더욱 깊이 이끌고자 할 때 자주 이용하는 방법은 과학과 관련된 영화를 같이 시청하는 일이었다. 초등 5학년 무렵 EBS에서 <빛의 물리학>이라는 특집을 방영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아주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설명해주었는데, 내가 보아도 빠져들 정도로 시간의 상대성을 재밌게 설명해주었다. 얼마나 재밌던지 다시 보기를 여러 번 하면서 두 아이는 물리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는 계기를 맞았다.


독서로 수학과 과학을 다지며 창의력 수학, 과학 문제를 꾸준히 풀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 아이들은 영재원시험에 응시했다. 수학, 과학 영재로 선발된 이유의 80%는 독서 덕분이었다. 사고력 수학과 과학 실험은 상황을 이해하는 식으로 지식의 수준을 낮춰서 뇌에 넣어준다. 손으로 풀이를 하는 것보다 기억에 잘 남길 수 있다. 아이들의 적성이 문과인지 이과인지 파악을 하기도 전에 영재원 시험을 보게 되었다. 공부를 잘한다는 아이들이 다 본다고 하니 무작정 그 줄에 서 본 것이다. 과학 수학 영재원 제도가 없었다거나, 문과 분야의 영재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었다면, 멈춰서서 우선 아이들의 성향을 진지하게 생각했을 것 같다.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매혹적인 학습 시스템에 합류한다는 것은 잇점이 커보여서 발을 빼지 않았다. 더구나 영재원을 들어가면 아이들은 그 속에서 성장 동기를 얻게 될 것이다. 심화 학습을 할 수 있을 뿐더러 진로를 정하는데 잇점이 많다고 정평이 나있었다.


아이를 키우면서는 현재 무엇을 선택하는게 좋은지 미래로 가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었다. 주변에서 좋다고 하는 일에 귀가 먼저 솔낏해졌다. 지금 정도의 입시 제도에 대한 지식과 마음의 여유까지 그때도 가지고 있었더라면 아이 교육의 걱정거리 90%는 내려두고 더 즐겁게 살았을 것 같다. 그래도 잘할 것은 책 한 권을 읽는 일이 학원에서 몇 시간 배운 것보다 더 유익하다고 믿었다. 책은 공부 시간을 절약해 준다. 학원까지 멀리 오갈 필요 없이 소파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누워서도 할 수 있다. 독서는 숙제가 없었며, 읽고 싶지 않을 때는 안 읽어도 된다. 읽고 싶을 때 읽고 싶은 책을 읽으니 아이 마음을 잘 반영할 수 있다. 독서의 이런 자율성이 아이들의 정서 안정에 유익했다. 이미 흥미를 가졌던 영역이 학교 시험 범위이기 때문에 공부를 더 쉽고 빨르게 스스로 할 수 있었다. 어려운 주제를 마주치면 그 부분만 따로 인터넷 강의나 유튜브 영상을 검색하여 보충할 수 있었다. 유튜브 알고리듬이 추천하는 기타 다른 영상도 볼 수 있는 혜택을 누렸다.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그럴 수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자유자재로 공부의 방향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아이들이 원래 지능이 좋아서 책으로 가능했던 것 아닌가요?"는 질문도 받았다. 독서는 지능을 높여주는 공부법이다. 물론 아이들마다 타고난 지능 차이는 분명히 있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어서, 머리가 좋으면 노력을 덜하기도 하고, 의지가 강하면 노력으로 실력을 늘리기도 한다. 보통의 지능으로 태어났다 하더라도 승부욕이 강해서 더 노력하는 아이도 있다. 칭찬을 받고 싶어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아이도 있다. 이 모든 종류의 아이들이 명문대를 가는 것이지 머리가 좋다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어떤 아이든지 어려서부터 책을 꾸준히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난다면, 독서를 취미로 만들 수 있다. 책을 다양하게 읽는 한 학교 공부의 어떤 영역도 어렵지 않게 소화할 수 있다. 독서는 두뇌 발달을 도와주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독서를 많이 할수록 머리가 좋아진다는 연구가 많이 있다. 독서를 통해서라면 원하는 대학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 또, 독서는 아이들의 도덕심을 키워주기 때문에 인간 관계에서 신중하게 만든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거나 가족 간의 마찰이 극대화되기 쉬운 사춘기에도 비교적 차분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다. 책을 읽는 일은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는 일이지 이를 거스르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하다. 독서가 취미인 아이들은 마음이 기쁠 때나 슬플 때에 책을 가까이 하며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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