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와 독서
첫 번째로 독서는 국어 점수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독서량은 내신 시험과 모의고사 및 수능 시험의 점수와 비례한다. 1천 권의 책을 읽은 아이가 1백 권을 읽은 아이보다 반드시 점수가 높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시험 점수가 좋기 위한 요소는 다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일한 아이가 1백 권의 책을 읽었을 때 보다 1천 권을 읽고 났을 때에 같은 시험을 본다면 1천권을 읽었을 때의 점수가 훨씬 더 좋게 나온다는 것을 말한다. 여러 과목 중에서 독서량과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과목은 바로 국어다.
초등국어와 독서
초등 국어 교과서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와 설명글, 주장글 등이 실려 있다. 내용이 어렵지 않아 주로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겐 국어책이 또 하나의 동화책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때로는 이미 읽었던 이야기가 교과서에 나오기도 했다. 이해도 쉽고 복습과도 같아서 내용 파악이 정확해진다. 모르던 이야기가 실려 있다면 책읽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자꾸 읽어보고 싶어 했다. 해마다 새로운 교과서를 집에 가져오면 큰 아이는 가장 먼저 전과목을 동화책처럼 후루룩 한 번 읽어보는 습관을 가졌었다. 초등 교과서는 아이의 호기심과 기대를 채워줄 정도로 재밌고 흥미로운 주제들이 담겨있다. 따라서 저절로 예습을 한 셈이 되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질문에 답변을 더 정확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시험이란 선생님의 질문을 종이에 옮겨 놓은 것 아니가.
다독하는 아이라면 이미 어휘력과 이해력이 자기 학년 국어 교과서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따라서 국어 시험을 준비하면서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 내가 지도하는 아이들 중에서 "저는 국어는 별로 공부 안 해도 점수는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은 독서를 많이 한 아이들이었다. 그 아이들은 국어 학원을 왜 다니는지 모르겠다고 그런다. 국어 학습지는 왜 하는지 궁금해 한 아이도 있었다. 충분한 독서가 선행된 뒤에 국어 시험 준비는 그저 국어 자습서 한 권을 사서 한 번 꼼꼼하게 읽어보는 정도로 충분하다. 더 완벽하게 시험 준비를 하고 싶다면 문제집이라도 한 권 풀면 시험 유형에 적응하여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독서는 학습지를 매일 풀거나 국어 학원, 독서 논술을 정기적으로 다니는 수고를 줄일 수 있었다.
딸들이 독서에 푹 빠질 수 있도록 습관을 잡는 가장 좋은 시기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기간이었다. 몇 년 전부터 중학교 1학년은 자유학기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교에서 정기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따라서 독서로 공부의 틀을 잡은 아이들이라면 중학교 1학년까지도 충분히 좋은 책을 선택하여 독서의 즐거움을 연장할 수 있다. 이 아이들도 언젠가는 우리나라 대학입시를 마주하여 딱딱한 시험 공부와 준비를 해야할 때가 온다. 하지만 수험생으로서의 고생 기간이 독서가 아닌 방법으로 하는 아이들보다 짧을 수 있고, 억지로 단어를 암기하는 시한은 훨씬 줄어든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어휘에 대한 이해력이 좋기 때문에 줄줄이 이해하는 수준에서 시험 준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초등 입학 전부터 아이들이 혼자 읽기에 능숙해지는 순간까지 부모가 가능한 한 책을 재밌는 방식으로 읽어주어 독서 흥미를 유도하는 것이 키 포인트다. 독서하는 행위에 작은 칭찬을 자주 해서 성취감을 많이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혼자 읽기가 가능한 시기더라도 잠자리에서 부모가 읽어주는 이야기는 아이들의 즐거움 거리가 된다.누가 얼마나 먼저 얼마나 어려운 책을 읽더라는 식의 독서 능력 경쟁으로 아이들의 독서에 긴장감을 유발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팁이다. 비교하는 어떤 행위가 그 자체로 즐거울 수 있으며, 긴장 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던가. 다른 아이들과는 물론이요 두 딸들 사이에도 단언코 어떤 비교하는 말은 하지 않으려고 항상 조심했다. 이미 취미와 생활이 된 독서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는 아이들이 말하지 않아도 집에서 편안한 상태로 어제 읽고 싶었으나 참았던 책을 찾아 읽었다.
중등국어와 독서
중등 국어 교과서는 초등 교과서보다 단어의 숫자가 많아지고, 행간이 촘촘하게 이어지며 단어 하나하나의 뜻이 어려워진다. 독서로 익숙해진 아이가 아니라면 교과서를 펼치자 마자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게 된다. 하지만 큰 아이의 경우 환타지와 추리를 특별히 좋아하여 이미 두툼한 책에 깨알 글씨로 쓰인 책에 많이 익숙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중등 교과서이 글자를 작다고 인식하지 않을 수 있었다. 늘 자기 학년의 교과서가 어렵다는 아이들에게 몇 학년 아래에 공부했던 교과서를 지금 다시 보면 어떨 것 같으냐고 물어보면 너무 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많이 알게 됐기 때문에 저학년 교과서는 이미 쉬워졌지만, 자기 학년 교과서의 수준을 넘지는 못했다는 증거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자기 학년 교과서보다 수준이 높은 글을 읽는 것에 익숙해지면 자기 학년의 어떤 교과서도 읽고 싶지 않을만큼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독서에서 습득한 어휘 수준이 교과서 어휘보다 더 높기 때문에 시험 준비는 역시 순조롭다. 중등 국어부터는 국어 문법을 학습한다. 이미 10여년 이상 우리말에 매일 노출되어 익숙해졌기 때문에 중등 국어 문법이 외계어 같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교과서보다 높은 독서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중등 문법을 공부하기 위해 학원을 꾸준히 할 필요까지는 없다. 수없이 봤던 말들에 대한 규칙이기 때문에 “아, 그랬었구나!” 식으로 구조화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혹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유료, 무료 인터넷 강의가 무궁무진하다. 우리집에서는 가장 먼저 무려 인터넷 강의를 찾아서 보았다. 유료가 더 좋은 강의일 확률이 높다고 할지라도 늘 보던 사이트에서 원하는 강사를 골라서 듣는 것으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료 강의 사이트를 찾지 못했을 경우는 세상의 지식을 다 알려주는 지식의 보고 ‘유튜브’에 원하는 주제를 입력하면 수없는 자료가 쏟아졌다.
고등 국어와 독서
국어 문법은 고등학교에서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중학교 3학년 방학을 이용하여 인강이나, 학교 방과후 수업을 이용해 중등 문법을 완벽하게 정리하고 고등 국어 문법을 예습해 두기를 권유한다. 두 번 이상 반복하여 국문법의 틀을 제대로 갖춰주는 것이 중요하다.중등 문법에서 우리말의 구조와 원리를 이해했다면, 고등 문법은 범위가 고전까지 확장되기도 하고 원칙과는 다른 예외 사항들을 암기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해두면 시험때마다 허우적거리며 힘겨워하지 않아도 된다.
문법 용어는 주로 한자로 이루어져 있다. 독서와 마찬가지로 전 과목에 골고루 좋은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한자 인식이다. 초등에서 중등 시절 기간 중 방학을 이용하여 가볍게 한자능력시험을 준비해본다거나 한자 학습지를 조금씩 오래 도구로 삼아 한자에 익숙하게 해 두면 모든 공부에 유리하다. 우리말의 70%는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과서가 어려운 이유는 한자로 이루어진 단어의 의미가 한 번에 머리에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용어를 접할 때에 한자의 구성을 보면서 단어를 보면 이해도 잘되고 기억에도 오래 남길 수 있다. 독서를 많이 한 아이들은 대부분의 어려운 어휘를 책의 문맥 속에서 이미 체화한 경우가 많아서 한자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될 수도 있으니 독서는 참으로 많은 일을 조용히 저절로 하는 것이다.
고등 내신 국어 성적과 대학 입시
고등 내신 성적은 대학교 수시 지원의 가장 중요한 근거 자료다. 고등학교에 입학함과 동시에 수시 전형이 시작된 것과 마찬가지다. 미리 준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예측할 수 있다. 입학과 동시에 실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입학에 앞서 큰 아이의 고등 학습을 위한 과목별 준비 정도를 체크했었다.
큰 아이는 독서량이 많았고 읽을 때의 집중력과 속도가 장점이었다. 속독이란 그저 빨리 읽었다고 좋은 것은 아이다. 빠른 것이 좋은 경우는 빠르면서도 내용을 대충 보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두꺼운 책을 이해하려면 등장인물별 설정과 환경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런 연습이 집중력과 분석력을 상당히 높여주었다. 그 상태에서 다독이 이어지니 속도는 저절로 얻은 덤이었다. 내가 만난 모든 아이들은 독서를 많이 할수록 글을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독서가 아닌 상태로 읽기 속도록 정확성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높이는 일은 많은 노력과 스트레스를 동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속독과 어휘력이 뒷받침 되지 않은 고등 국어는 수학처럼 갑자기 어려운 과목으로 인식되어 학원 등록이 필수로 여겨진다. 국어까지 학원 공부로 이어지면 일주일의 여유시간은 더욱 줄어든다. 그만큼 고등 3년의 수험기간이 좀 더 치열해지고 고밀도가 된다는 의미다.
큰 아이는 중학교 3학년 방학에 수능 국어문제를 풀어보게 했다. 활자로 된 모든 읽기를 편안하게 하고 좋아하는 편이어서 수능 문제를 미리 풀어보자 하니 별 부담을 갖지 않았다. 두 번 정도 풀어서 평균을 내어보니 한두 개 틀리는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이대로 독서만 가끔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인강으로 보충하면 되겠다는 대강의 조감도를 얻을 수 있었다. 수능 국어까지도 크게 문제 될 일이 없겠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국어의 어려운 부분 해소법
사전 점검으로 본 시험을 통해 틀리는 부분이 주로 어디인지를 알아보았다. 문법의 예외 사항을 익히는 일이 필요하다고 큰 아이는 평가했다. 그리고 많은 책을 읽었어도 고전문학과 현대 문학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따로 고전 문학과 현대 문학 인강을 고등입학 전부터 입학후에도 조금씩 꾸준히 듣기로 계획하였다.
나는 큰 아이의 공부를 종종 ‘엄마주도 자기학습’이라는 우스운 용어로 불러 자조하고 했다. 강도 높은 우리나라 입시에서 엄마로서 딸들의 공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싶었다. 기본이 경쟁이라면 엄마가 입시제도를 탐구함으로써 불필요한 경쟁의 길을 가지 않도록 돕고 싶었다. 그래서 교육 선진국의 아이들이 그렇듯 자신의 욕구와 취미에 시간을 쓸 수 있는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욕구에 따라 많은 책을 즐겁게 읽었으며,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리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그렸다. 그리고 큰 아이의 경우는 고3때까지 태권도 학원을 꾸준히 다니면서 체력과 스트레스를 관리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나고 보면 그때 ‘이랬어야 했는데‘라는 후회가 찾아온다. 입지 제도를 잘 몰랐기에 결국엔 입시에 사용되지도 않을 과목을 공부하느라 학원을 몇 년간 다닌 아이들도 있고, 고3 여름방학 이후에 탐구 과목을 바꿔야 하는 등의 시행착오에서 시간상의 불이익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행착오는 누군가 입시를 잘 알면서 선택 국면마다 방향을 잡아줘야 하는데, 복잡한 입시는 결국 부모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기 마련이다. 입시는 부모와 아이가 힘을 합쳐서 제도를 연구하거나, 비싸지만 유용한 정보를 유료로 컨설팅을 통해 구입하면서 효율성을 늘려나가는 것이 유리하다. 우리 부모들이 대학에 가던 학력고사 때처럼 누구나 게임을 규칙을 알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은 간 데 없고, 파도 파도 알 수 없는 미로 소굴이 되어 버린 교육. 불만이 많다.
나는 다행이 전공이 영어에 있었고, 퇴사 후 교육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하는 것과 동시에 직무상 입시 정보를 수집해야 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수집한 정보가 다른 아이에게도 적용되리라 생각할 수 없다. 아이의 성향과 현재 심리와 공부 습관과 적성과 꿈과 현재 실력 등을 종합해서 진로를 정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모든 아이들에게는 각자의 방법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경험이 부족하고 인생이라기엔 연륜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알아서 교육 제도를 알아서 공부 방향을 잡아 살라고 말할 염치가 없다. 오죽 복잡하면 고등학교 현진 교사들도 아이들 진로 교육 상담을 하기엔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작은 아이는 영재고로 진학하여 수시 전형으로 카이스트에 진학을 할 예정이었으므로 수능이나 수능 과목에 맞춘 국어 교육은 받지 않았다. 큰 아이는 일반고 진학 전후 국어 과목의 내신과 모의고사 준비를 위해서는 인터넷 강의를 EBS 무료인강과 강남인강(연간 3만원~5만원으로 이용)을 많이 이용했다. 착한 가격에 마음에 드는 강사의 강의를 찾아 꾸준히 들었다.
고등학교 입학 전에 큰 아이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고등 국어 모의고사를 미리 평가를 해보았다. 독서량이 워낙 많고, 비교적 정확하면서도 속독으로 시험을 보니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1개~3개 정도 틀리는 문제에 주로 문법과 고전이 들어 있었다. 중3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친구들과 학교에서 제공하는 방과후 수업을 통해 국어 문법을 수강했다. 수능이 내신처럼 구체적인 작품을 해석하는 식의 문제가 아니라 독해력이나 사고력을 평가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걱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신 평가의 경우는 아직도 하나 하나 작품의 해석에 매달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여러 검정 국어 교과서에서 다루는 고전 작품을 하나씩 해설을 해주는 강의를 들었다. 문법도 각각의 규칙과 예외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구분하기 위해 인강을 꾸준히 보게 했다.
큰 아이는 독서실을 이용한 적이 없다. 집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독서실에서 공부가 잘되는 아이도 있고, 집에서 공부가 잘되는 아이도 있다. 그 성향은 살려줘야 공부 효율성이 오른다. 집에서 책상 앞에 편안하게 인강을 들었다. 인강의 장점은 무료거나 저렴하다는 것 외에도 멈췄다가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화장실에도 다녀오고, 그림도 그리다가, 놀다가 다시 시작 버튼을 누르면 된다. 또, 이해가 잘 안 된 부분을 다시 듣기를 할 수 있다. 느린 강사의 말은 배속 높여서 1.6 배속으로 듣곤 해서 50분 강의를 30분 이내에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강의를 듣다가 삼천포로 너무 오래 빠져서 몇 시간 강의로 돌아오지 않는 날이 대부분이었지만, 학원을 오가는 시간을 절약했고, 학원 숙제를 하는 시간을 절약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놀이 및 여가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공부 효율인데, 인강의 장점을 통해 학원보다 결코 못하지 않은 효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아이는 인강을 듣는 사이 사이 쉬면서 독서를 꾸준히 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쉬는 데도 실력이 늘어나는 매우 효과적인 공부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조바심이 나지 않았다. 독서는 시간이 갈수록 모든 공부에 유리한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제도 변화에 빨리 적응하게 해주는 독서
2021학년도부터 수능 국어는 또 한 번 개편되었다. 문과 국어와 이과 국어로 나뉘었던 국어는 몇 년 전 문이과 통합 국어로 변경된 바 있었다. 그러다가 2021학년도부터는 국어를 4가지 영역으로 나누었다. 즉, 문학, 독서,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4가지로 구성된다. 이 중 '문학'과 '독서'는 문, 이과 공통 과목이라 정했다. 나머지 '화법과 작문'과 '언어와 매체' 중에서 한 과목을 학생이 선택해서 수능 국어 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문제 풀이로 얻은 점수를 비교하여 순위를 매기는 수능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하게 한 후에 다른 시험을 치른 것을 같은 선상에서 다시 비교한다는 면에서 수능 국어 시험의 또 한 번의 변화는 수험생과 학부모와 학교를 또 한 번 허둥지둥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변화에 가장 재빨리 정신을 차리는 곳은 항상 학원가다. 정책의 변화가 발표되고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학부모들의 핸드폰에 ‘정책 변화에 따른 학부모 전략 설명회’라는 메시지가 뜬다. 정보를 알려주고 해석해주고 전략을 제공하는 학원에 학부모는 매달리게 된다. 정보는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내가 아이들을 독서로 키우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교육 영역으로 들어와야 했던 이유도 독서 따로 공부 따로가 아니라 아이가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을 학교 시험이나 기타 평가에 적응시키고 연결지어주고 싶어서였다. 그렇지 않다면 어쩔 수 없이 정보를 제공하는 학원의 도움에 의존해야 했다. 더구나 작은 아이보다 큰 아이가 학원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성격이었으니 엄마의 도움은 절대적이었다.
‘문학’은 고전 산문과 고전시가, 현대 산문과 현대시로 이루어져 있다. 수능 국어에서는 긴 글을 재료로 소개한다. 이 글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읽고 이해하는 독해력을 평가한다. 작품 내용을 해석하고 기억해서 평가받는 내신 국어와는 다른 능력을 평가한다. 수능에서는 작품 자체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글을 읽고 비교, 대조, 분석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다독을 하면 자연스럽게 반복적으로 비교하고 대조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조금씩 쌓여간다. 독서가 당연히 모의고사와 수능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 능력을 탑재한 상태에서 내신 국어를 위해 작품별 학습을 하는 일도 자습서와 인강으로 꾸준히 하고 있었다.
'화법과 작문'도 말하기, 듣기, 쓰기와 관련된 글에 대한 독해력을 평가한다. 평소 언어 이해력이 높은 아이들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부문의 점수가 잘 나온다. '언어와 매체'는 문법에 강한 아이들에게 유리한 과목이다. 우리 아이가 어느 분야를 선택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치렀던 모의고사 결과를 살펴보라. 아이가 틀린 번호의 문제가 어느 영역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자. 가장 적은 수의 문제를 틀린 영역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아이의 말과 생각에 따라야 한다. 공부를 하는 것은 아이이기 때문이다. 부모는 정보와 권유를 통해 설득을 시도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아이의 의견을 통해 선택을 해나가야 한다.
수능 국어에서 상중하 모든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영역은 ‘독서’라는 비문학 영역이다. 이 카테고리에는 철학 논리학 경제 경영 심리 인류학 고고학 물리 화학 지구 과학 천체 생명 유전 정보 등 모든 영역의 글이 제시된다. 처음 읽는 글이지만 해당 분야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는 아이들이라면 글을 편안한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독서를 깊이 있고 다양하게 했던 아이들이 더 유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리, 화학, 생물, 천체 등 과학을 좋아했던 딸은 비문학 지문으로 과학이 나오면 이미 알던 내용이라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동일한 문제가 과학을 깊이 배우지 않는 문과 아이들에게는 읽어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킬러 문항이 되곤 했다. 각각의 이론적 배경과 배경 지식이 있으면 유리하고, 거기에 시험 시간 안에 분석력과 집중력 등을 발휘해야 점수를 높일 수 있다.
수능 국어의 글은 길이가 상당하다. 또한 우리말인데도 내용이 어려워 읽어내기 어렵다. 예를 들어 2019 학년 수능 국어 31번 문제는 물리영역을 다루었는데, 물리 2 과목의 문제보다도 더 어려운 내용이었다고 한다. 독서만으로 모든 아이들이 이 영역을 완벽하게 준비할 수는 없겠지만 넉넉한 배경지식 덕분에 시험 변화에 빨리 적응하기 쉽다. 수능에서 낯선 문제가 출제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읽고 분석할 수 있으니 말이다.
서로 다른 독서 스타일 지켜주기
모든 사람의 뇌는 다르게 작동한다. 어떤 종류의 책이 더 재미있는지가 사람마다 다르다. 눈을 통해 읽는 글이 똑같더라도 뇌에서 받아들인 정보의 양과 처리 방식은 다르다. 큰 딸은 논리적인 사고를 좋아하고 추리와 판타지를 좋아했다. 책에 집중하면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다. 옆에서 부르면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 집중력을 가능하면 방해하지 않고 키워주려 노력했다. 아이 독서의 방식의 단점을 찾아 고쳐주는 대신 아이의 고유한 장점을 살려서 국어라는 시험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큰 딸의 다독은 내신 시험에서 다양한 작품이나 글이 나왔을 때 어딘가에서 읽었던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주었기 때문에 부담감을 덜 느낄 수 있게 했다. 또 논리와 분석 자체를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긴 글을 비교 분석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수능 국어 문제에서도 당황하지 않았다. 수능 국어 '비문학(독서)' 영역에서 다양한 분야의 이론이 출제되었을 때 어딘가에서 '들은 풍얼'이거나 한 번쯤 빠져서 이해를 해둔 지식이었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둘째 아이는 책을 읽으면서 사색이 깊었다. 책을 읽고 나서는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질문하길 좋아했다. 생각에 한참 잠겼다가 자기는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다는 결심을 하곤 했다. 아주 큰 마음의 변화가 생기면 그 내용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그림을 한참 그리기도 했고, 일기장에 글로 남기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큰 아이는 글쓰기를 매우 어렵게 생각했다. 큰 아이의 글쓰기 능력을 키워주려 애쓰기 보다 가진 능력과 선호도를 따라 독서를 지속했다. 갖지 못한 능력을 키우는 데는 많은 에너지와 잔소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재미를 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건 할 필요 없어!“라고 말한 것은 아니지만. 큰 아이가 글을 쓰기 어려웠던 것은 나중에 들어보니 글을 쓰기 전에 전체 구조를 다 정하고 나서 써야 하는 아이의 특성 때문이었지 글쓰기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설익은 글쓰기를 어려서 억지로 시키지 않길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게다가, 6학년 어느 날, 큰 아이는 내게 ”작가가 되면 참 재밌을 것 같다.“는 놀라운 말을 했다. 그 무렵 친한 친구 두 명과 함께 공포 판타지 릴레이 글쓰기를 했다. 편집 회의를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하고 각자 집에서 글을 쓰는데, 앞에 쓴 사람의 글을 반영해서 이어 쓰기를 하는 것이었다. 빠르게 글쓰기가 글쓰기 실력의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그 즈임이었다.
작은 아이는 글쓰기를 즐겼다. 큰 아이의 자소서는 구조를 짜는 데 엄마의 조언과 참견이 늘 필요했고 오래 걸렸다. 반면 작은 아이는 영재원, 영재학교, 대학교 자소서를 쓰면서도 "엄마, 자소서 쓰는 게 참 재밌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면접에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명료하게 말하곤 해서, 번번이 면접에서 낙방을 해야했던 큰 아이와는 달리 면접까지 가면 합격하겠구나 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선호하는 책이 다른 것이 다른 뇌를 만든다. 또, 같은 책을 읽어도 두뇌의 회로들이 어떤 정보를 더 선호하고 더 많이 정보처리 하느냐에 따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상당히 다른 정보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딸은 정말 많은 정보를 공유했지만, 정보가 이용되는 방식은 현실에서 매우 달랐다. 작은 아이는 늘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의 말로 표현하는 습관을 가졌었다.
작은 아이는 외부와 소통하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큰 아이는 내성적이어서 혼자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다. 겉모습은 둘이 닮았지만, 두뇌에서 일어나는 화학 작용은 엄청 달랐다. 두 아이를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사람의 기질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다양한 것일까를 늘 마음에 두고 궁금해 했다. 또, 아이들과는 또 다른 나의 다름까지 함께 비교해 보니 정말 사람의 생각은 다양하다. 두 아이 모두 책을 사랑했지만, 독서의 스타일이 다른 능력을 배양했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사람의 심리에 관심이 많은 나는 문학과 심리학 책과 뇌과학에 늘 목말라 했다. 두 아이의 성향 차이는 나의 실험 주제이자 재료였다. 나를 찾아온 많은 아이들도 내가 즐겁게 사람과 마음을 탐구할 수 있는 거리를 끊임없이 던져줬다. 기왕 돈을 벌고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엄마로서 나의 일이 늘 나의 관심사였다는 측면에서 일을 즐겁게 하는 엄마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또 하나의 나의 관심은 ‘언어’인데, 영어를 가르치는 직업상 원서를 꾸준히 읽었다. 영어란 학습이라는 자세를 버리고 내가 알고 싶은 주제에 대해 더 최신의 좋은 정보를 제공해주는 도구라고 생각하면서 영어로 된 알고 싶은 자료를 찾아 읽었을 뿐이다. 두 딸에게도 다행히 영어가 시험 과목이라기 보다는 재있고 알고 싶은 내용이 영어로 더 많이 있다는 현실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생각한다. 그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