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전공 적합성

독서와 입시의 관계

by 말과맘




독서는 전공적합성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대학교 입학사정관의 입장에서는 비슷한 점수를 가진 아이들 중에서 해당 학과의 추후에 이탈하지 않을 지원자를 뽑고 싶을 것이다. 비슷한 성적의 학생들이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몰리기 때문에, 성적이 비슷한 지원자들 사이에서 전공 적합성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평가한다.



수시 전형은 고등학교 내신 성적과 비교과 활동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한 내용을 기반으로 1차 평가를 실시한다. 1차 평가에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성적도 높이고 활동 내용도 잘 기록해야 한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공적합성을 독서를 통해 드러낼 수 있다. 생명공학을 전공하려는 학생은 생활기록부에 <이기적 유전자>나 <종의 기원>등을 읽었다는 기록을 통해 자신이 꾸준히 생명공학에 관심이 있었음을 증명한다면 입학사정관은 다른 학생들보다 학과에 대한 충성도가 높을 것이라 생각하게 될 것이다. 독서 기록에는 예전과 달리 읽은 책 제목과 저자 정도만 기록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하지만, 과목별 세부특기 사항에 여전히 독서 내용을 기록할 수도 있고, 담임 교사의 종합평가에도 학생의 독서를 통한 학과 준비도를 기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교과와 연계를 하여 독서를 하면 과목별 공부에도 유리한 면이 있지만, 특히 관심이 가는 분야의 책은 조금 더 깊은 독서를 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좋아하는 생물학자의 영화를 보거나 그가 쓴 책을 읽었다는 사실의 기록을 통해 전공적합성을 증명하는 일은 수시로 대학을 합격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점차 4차 산업을 언급하며 창의성과 융합적인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다양한 영역에 골고루 관심이 있다는 것을 생활기록부에 독서를 기록할 필요가 있다. 전략없이 자신이 읽은 책이면 모두 기록하려는 생각은 좋은 생각은 아니다. 입학사정관의 입장에서 무엇을 생각하게 할 지를 생각하면서 기록으로 자신을 보여주는 도구가 생활기록부이기 때문이다. 생활기록부의 모든 부분에서 진정성이 있어야 하지만, 생기부 기록에 적극적인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차이에 따라 입학사정관의 판단이 달라진다는 측면에서 생활기록부를 통한 전공적합성 및 1차 평가는 다분히 불평등한 요소를 가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생활기록부 작성을 더 적극적으로 해주시려는 교사와 불편해 하는 교사 사이의 불평등도 아이들 스스로 극복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어느 학교가 생활기록부 작성에 대해 교장 선생님이 강조한 이후 수시 합격률이 좋아졌다는 평가는 객관적인 증거를 가지고 외부에 알려진다.


큰 아이의 경우 독서의 힘을 기반으로 내신 성적이 잘 나왔기 때문에 보통 문이과 전교 일등에게 부여되는 지역균형선발 자격을 얻었다. 문제는 자아 성찰이 덜 된 상태에서 전공적합성을 미리 정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아이가 좋아하는 물리학과를 염두에 둔 상태에서 비교과 활동을 했었다. 독서도 읽었던 책 중에서 전공적합성을 고려하여 물리학과 관련된 도서를 더 많이 기록했다. 문제는 고3이 되고 앞날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큰 아이는 물리학이 재미있었을 뿐 물리학자가 되거나 전공을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깨닫게 되었다. 수시 전형 지원을 앞둔 시점에 이러한 변경에 당황했지만, 생각이 바뀌는 것은 언제든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아이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했다. 다행히 정시에서는 독서의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에 3년 내내 모의고사의 성적이 꾸준한 위치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 서울대 원하는 학과를 정시로 합격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수시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있었다. 다만, 수능을 보기 전에 수시 학과를 정하는 부분에서는 수능날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 100% 확신할 수는 없기 때문에 수시에서도 동일한 학과가 아니라면 매력이 있는 학과에 합격을 해두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계공학과, 의대, 치대 등등 모든 학과를 고심한 끝에 치대로 지원을 했으나 전공적합성이 전혀 맞지 않는 생활기록부를 보시고 면접에 참여하신 교수님이 놀래셔서 묻는 질문에 아이는 적극적으로 답변하지 못하고 면접에서 떨어진다. 예측한 결과였고 조금 억지스러운 지원이었기 때문에 99% 불합격을 예상하고 있었다.


수능을 보고 나서 서울대 공대에서 가장 원하는 학과를 찾아 지원하여 합격하게 되었다. 정시로 합격하고 보니 수시 지원을 위해 아이가 늘 바쁘게 지냈던 시간들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전형이라는 측면에서 측은하기도 했다. 정시 지원을 하거나 재수를 통해 정시로 지원하는 수많은 아이들에게 그토록 중요하다는 전공적합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점수를 일렬로 세워서 합격 가능한 학과를 지원하는 풍조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것이 무척 허무하게 다가왔다. 정시를 지원하기 전에 수능 점수가 나오면 일단 합격하고 싶은 욕구들이 강하기에 부모도 학원도 학교도 본인도 컨설팅 회사도 점수에 맞고 전공에 가까운 학과에 지원토록 하여 합격을 시키고 마음이 변하면 추후 반수나 전과나 편입을 충고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이다. 아이는 절대로 공대를 가겠다고 했지만, 컨설팅을 받고 나면 대체로 의대를 가는 것으로 생각이 변경되는 경향을 볼 때도 전공적합성에 대한 강조와 현실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논술전형(특히 문과 논술)에 유리하다


어려서부터 책과 늘 함께했던 여진이는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도 책을 많이 읽는 아이였다. 공부는 마지못해 하면서도 쉬는 시간이 되면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시험 대비 학원을 다니는 것도 자율성을 빼앗기는 것 같아 싫어했다. 그래도 수학 학원은 꾸준히 다녔고 나머지 과목은 다니다 쉬다를 반복했다. 고등 내신 시험은 과목별로 지정된 범위의 지식을 반복하여 암기하다시피 대비해야 하고, 그 점수를 상대평가하여 등급이 과목별로 매겨진다. 하지만 여전이는 그런 암기식 과목에 알러지 반응을 보였다. 느리지만 혼자 생각하는 공부에 더 편안함을 느끼는 여진이는 비교과 활동조차도 점수를 더 잘받기 위해 유리하게 팀을 짜려고 하는 등의 경쟁적인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었다.


여진이 엄마와 상의를 통해 대학 입시에서 여진이에게 더 유리한 전형이 논술전형이라는 점을 파악했다. 어려서부터 독서광으로서 습득해온 지식을 정시전형에서 평가 받는 것이 내신 평가에 기대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기본 전략은 정시로 대학가기로 정했다. 그런다음 누구에게나 부여되는 수시 전형 지원 6장의 기회를 논술전형으로 지원하자는 전략이었다. 내신의 부담을 덜어낸 여진이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수학과 독서를 위주로 자신이 선호하는 방식의 공부를 했다. 고3 때는 부족한 과목을 학원에서 보충하면서 공부했다. 하지만 단 하루만에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수능에서 긴장하는 바람에 여진이는 정시로 대학가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논술전형으로 평소 모의고사 실력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곳보다 상향지원을 해두었는데, 생각하는 힘과 글쓰기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연세대 어문계열에 당당히 합격했다.


이과 논술은 독서력과는 그리 상관이 없고 수학만 논술형으로 출제하는 학교들이 많다. 또 조금 수준이 높은 대학은 수학과 함께 과학도 시험을 본다. 과학을 한 과목만 출제하는 학교도 있고 2과목을 출제하는 학교도 있다. 난이도가 어려울수록 대학 서열 사다리 상에서 윗자리에 있게 된다. 이과 논술 전형을 지원하려는 아이들은 주로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이지만, 논술전형에서 푸는 문제와 수능 문제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이나 고3 여름 방학 등을 시작으로 논술 문제 풀이를 학원에서 추가로 공부하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이다. 이과 논술시험과 독서는 거리가 멀긴 하지만, 독서를 많이한 아이들이 주로 국어와 영어 시험을 잘 보기 때문에 수학에 더 투자할 시간을 가진다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독서력은 국어와 영어 점수를 만든다


수능 국어는 다양한 주제에서 독해력을 평가하는 과목이다. 반면 내신 국어는 예전처럼 작품을 분석하고 암기하는 방향으로 나오는 경향이 강하다. 2022학년도부터 수능 국어 시험이 다시 변경되어, 문이과 공통필수과목인 '문학', '비문학(독서)' 2과목과, 하나를 추가로 택할 수 있도록 '언어와 매체'와 '화법과 작문'이라는 과목이 열려있다. 이 4가지 국어 영역 중에서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 영역은 '비문학(독서)'이다. 비문학 영역에서는 어려운 경제 이론, 금융이론, 철학, 논리학, 천문학, 유전학 어떤 영역에 관련된 주제가 출제된다. 처음보는 어렵고 긴 글을 문제를 이해하고 분석하여 추론할 수 있어야 정답을 맞출 수 있다. 예를 들어, 2020학년도 물리 시험 문제 중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수능 국어 31번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였다. 학원식 문제 풀이로도 물론 비문학 독해 능력을 키워나갈 수는 있지만 독서력을 가진 것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성적은 아주 서서히 오른다.


수능 영어는 2018학년도부터 절대평가가 되면서 상대적인 무게는 줄어들었다. 따라서 국어 과목이 전보다 더 어렵게 출제되어 전체 난이도를 조절한다. 수능은 단 하루 동안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정신적인 부담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첫째 시간 과목인 국어에서 얼마나 잘 봤느냐가 수험생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첫 과목인 국어에 불안감을 가진 학생은 평정심을 잃고 아는 문제에서 실수를 하든, 당황해서 시험 문제를 다 풀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멘탈 관리에 가장 중요한 국어 과목의 체감 난이도에에 따라 수학과 영어, 탐구 과목의 점수가 같이 출렁거린다.


신문 기사나 어려운 에세이나 논픽션을 분석하면서 읽는 일이 국어의 비문학을 준비하는 좋은 방법이다. 비문학은 객관적인 내용을 논리적으로 쓴 글이기 때문에 픽션류를 많이 읽었다는 점 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무조건 국어 문제집을 많이 푸는 것으로도 국어 점수는 오르겠지만, 보다 짧은 시간동안 큰 효과를 보려면 논픽션을 집중해서 읽어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어 이외의 과목에도 시간을 적절히 배분하여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기록부에 독서는 여러 가지 형식으로 드러난다.


독서 기록의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등 여러 부작용으로 인해 생활기록부에 독서 이력을 기록하는 공간을 대폭 줄이는 정책변화가 있었다. 읽은 책 한권당 500자씩 독후감상문을 적었던 수년 전과는 달리 지금은 책 제목과 저자명만을 적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원자가 어떤 책을 읽었으며 그 책의 수준을 통해 지원한 학과에 관심과 적성이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2차 면접이 있는 전형의 경우는 면접에서 생활기록부에 기록한 독서와 관련된 질의가 있을 수 있다.


관심 있는 분야에 독서를 더욱 심도있게 하게 된다면 그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력과 지식수준이 높아져서 학교에서 하는 자율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진로 활동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를 들어, 천문을 좋아하여 우주에 대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서 제출한다거나, 천문 경시대회에 참여하여 수상을 하더나, 천문 과목 도우미를 자원 하는 등 추가적인 잇점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활동이 과목 교사의 눈에 띄어 그 내용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수 있다. 특정 과목에 어려운 부분이 있거나 더 심화된 내용을 탐구하고 싶으면 도서관에서 관련 도서를 찾아 읽어 두면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받게 된다. 이런 노력은 각 과목 선생님들의 눈에 띄어 생활기록부에 보다 상세히 기록되기 때문에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눈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입학사정관이 지원한 학생들의 1차 서류를 평가할 때는 지원자를 실제로 만나볼 수 없다.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해 지원자의 공부 실력과 성향을 추측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첫인상을 주려면 노력한 내용이 생활기록부를 통해 잘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생활기록부가 뭔지 모르는 학생과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1학년 때부터 생기부의 중요성을 알고 최대한 자신을 생기부에 표현해내는 아이까지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가진 정보가 학교별 학습별 개인별로 다르고, 경쟁적인 분위기 때문에 아는 정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불공정한 요소가 상당부분 내포되어 있다. 기왕 상대평가를 해야 한다면 모두에게 공평한 정보가 주어진 상태에서 동시 출발할 수 있는 표준화 방안이 전국 학교에 배포되어야 한다. 또한 모든 교사들에게 정확한 교육을 통해 비슷한 노력을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이중삼중으로 차별을 낳는 입시제도를 막을 수 있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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