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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과맘 Jul 13. 2022

언어는 문화를 알수록 깊어진다




우리나라에 처음 온 미국인은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 올라서며 깜짝 놀랐다. '혹시 저 사람이 나한테 화가 난걸까? 내가 뭘 실수한 걸까? .....' 그가 놀란 이유는 먼저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이 가운데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고 자신을 처다보았기 때문이다. 영미권 문화에서 가운데 손까락을 치켜 드는 행위는 큰 욕에 속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끼리 어느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든 그건 개인의 자유지만, 국제 관계가 이뤄지는 곳곳에서는 오해를 상대의 문화를 모르면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외국인이 우리 나라에 온 경우라면 그도 낯선 문화를 오해부터 하기 전에 조심스럽게 낯선 행동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니 그래도 조금 낫다. 반대로 우리가 영어권 나라에 가서 활동을 할 경우라면 사소한 제스쳐의 의미를 숙지하고 있는 것이 우리가 오해를 받지 않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제스쳐나 표정 등은 나라마다 다를 수 있는데 그것에 민감하지 않으면 의도하지 않게 불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을 부를 때 손등이 위에 가도록 손을 아래 위로 흔들지만, 영미권에서는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고 사람을 부른다. 외국인이 자신의 습관대로 우리나라에서 손바닥을 위쪽으로 향하게 하고 사람을 부르면 누군가는 "우리가 애완동물도 아닌데 ...... ."하며 언짢게 느낄 수 있다. 문화차이가 문화 충격이 되지 않으려면 상대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나가야 한다.


우리말 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고 읽는다. 하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는 책, 신문, 잡지, 성경이 세로쓰기를 했다. 오른쪽 줄에서 글을 시작하여 왼쪽으로 글줄이 늘어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가 서양문화의 영향을 받아 한겨레 신문이 가로쓰기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국민이 왼쪽에서 오른 쪽으로 손을 움직이면서 줄을 바꿀 때는 한 칸 아래로 이동한다. 그런데, 아랍 문화권에는 가로쓰기이긴 하지만 오른쪽에서 시작하여 왼쪽으로 옮기며 글을 써간다. 그들은 글을 읽을 때 시선이 오른쪽에서 시작하여 왼쪽으로 움직인다. 이러한 문화 차이에서 발생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 


어느 날 한 한국 기업이 아랍국에서 판매할 자사 제품의 홍보행사를 했다. 우리 기업인은 아랍국 시선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한다는 문화를 인식하지 못한채 제품 홍보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그런데 현지인들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제품을 사용하기 전과 후를 비교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아랍인들은 오른쪽에서 시작하여 왼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보았던 것이다. 그 순서에 따라 자료를 보더니 효과가 감소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겠는가. 말로 설명하는 것을 듣고 나서는 물론 좌우가 바뀌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제품의 장점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미팅에서는 이런 실수 하나가 회사의 실적에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문화는 예리한 영역이다. 외국 바이어나 방문객이 한복을 입는다거나, "안녕하게요?"라고 인사를 걸어오거나, '아리랑' 곳을 듣고 'beautiful'이라고 반응하면 마음이 활짝 열린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그게 비즈니스와 무슨 상관인가 싶지만 마음은 논리와 상관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마음이 열리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마음 상태가 되어 좋은 상호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상대의 문화를 하나라도 더 알아야 실수를 줄일 수 있고, 교류가 더 순조롭게 이뤄진다. 




영미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성경과 그리스 로마 신화는 아주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이나 제품의 이름이 그리스 로마신화의 신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경우가 많다. <Hera>, <Nike>, <Hermes> 등이 그 예이다. Hera는 제우스의 아내이자 올림포스 최고의 여신, '결혼의 신'으로 알려져있다. <Hera>라는 브랜드가 화장품을 파는 기업인 것을 감안하면 Hera하고 작명한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알아차릴 수 있다. 또한 영어를 배울 때는 크리스챤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파고드는 유연한 대화를 하는 데 성경의 내용을 잘 아는 것은 중요하다. 성경 속에 등장하는 지명, 인명, 에피소드는 일상 생활 속에서 무수히 인용되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의 이름이 성격 속 인물인 John이나 Maria, Mattew라면 '이 사람이 크리스챤일 수 있겠구나'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화를 하는 것이 공감을 높일 수 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어색함을 없애는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성경에서 본 이름이네요."라고 말을 걸을 수도 있다. 이름이 유래된 성경 속 배경을 알아야 런 친밀한 대화를 할 수 있고, 그 결과 서로의 거리는 가까워진다. 


외교에서 양국 대표들의 대화는 특히 문화에 민감해야 한다. 외교를 잘한다는 것은 유창한 영어 실력 못지 않게 상대의 마음을 읽고 배려하고 일이 중요하다. 상대의 문화를 깊숙이 꿰뚫고 있어야 치명적인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또 문화를 공감하면 마음을 열 수 있는 코드를 더욱 쉽게 찾을 수 있다. 외국 대통령이 우리 나라를 방문하며 한복을 입고 우리 역사 유적지를 방문하여 우리 문화유산에 찬사를 진심으로 보인다면 우리는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찬다. 부모가 화난 상태와 기쁜 상태 중에서 어느 쪽이 용돈을 받아내기 쉬운가 생각해보면 같은 사람이 기분에 따라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국가 정상들간의 큰 미팅을 앞두고 보좌관들은 상대국 정상의 마음을 여는 코드를 찾아 고군분투 할 것이다. 이때도 보자관들이 상대 문화를 얼마나 잘 아느냐에 따라 웃음의 코드나 대화를 주도하는 힘은 크게 달라진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골프를 화두로 삼을 수 있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그 동물의 이름이나 만나게 된 경우 등을 물어보면 사회적 거리를 친밀한 거리로 좁히는 지름길을 만날 수 있다.




일상 생활이 아닌 비즈니스의 세계, 프로의 세계, 학문의 세계에서는 유창한 말솜씨보다 진실하고 통찰력이 더 중요해진다. 발음이 좋지 않아도 말하는 사람의 컨텐츠가 상대의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감동시킨다면 그들은 경청한다. 타국의 낯선 문화를 받아들이는 가장 중심 도구는 언어이다. 상대국 문화를 제대로 인식하고 존중할수록 우리 언어 실력은 효과를 나타내고 관계는 좋아진다. 


그 나라의 어린이들은 어려서 어떤 놀이를 하고, 어떤 명절을 보내며, 학교에서는 어떤 교육을 받는지 등을 알고 나누는 대화는 공감을 더 빨리 할 수 있다. 해당 국가에서 오랜 기간 거주를 했다면 공감을 더 빨리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국가에서 실제로 살지 않았더라도 문화를 깊고 정확하게 습득하게 도와주는 비밀은 책읽기다. 우리말을 설득력 있게 잘 하는 사람 뒤에 높은 비율로 독서가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어떤 언어든 가장 세련되고 고급진 언어습득 방법은 독서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일상을 알고 있는 외국인도 우리를 웃게 만들지만, 우리 나라의 역사나 예민한 사건에 우리의 견해를 이해할 때는 더 신뢰할 수 있고 존중하는 마음까지 생긴다. 한국인의 '정'에 대해 아주 멋지다고 생각하는 외국인에게 어찌 함부로 "No."라고 말 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우리 나라의 영어 단어 암기와 단어 시험, 문법 용어를 암기하는 긴긴 시간이 영어로 된 그림책부터 동화책을 지나 각각 취향에 맞춘 독서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돈도 들지 않고, 억지스럽지 않아도, 비교적 적은 시간으로 빨리 그들과 공감하고 친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의 깊이를 높여가려면 의식주, 예술, 역사, 경제 제도, 정치제도 등 넓은 의미의 문화 요소를 끊임없이 갈고 닭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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