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풍차 돌리는 날 1

월척을 낳았으니 로또를 사야겠다.

by injury time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허리를 65도가량 수그린다. 양 무릎에 팔꿈치를 대고 앉아 스마트폰을 켠다. 어젯밤을 돌아본다. 괜히 풀이 죽는다.

어젯밤, 마누라가 등을 돌리고 누워버렸다. 아무리 좀 자보려고 해도 정신만 말똥말똥해져서는 결국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야 비루한 몸을 일으켜 마루로 나왔었다. 소파 놓을 자리에 우리 집은 4인용 낡은 식탁이 놓여 있다. 식탁 앞에 낡은 담요 하나를 깔고 납작하게 가라앉은 솜 베개를 반으로 접어 옆구리에 끼고 누웠다. 그리고 티브이를 켰다. 새벽 1시 넘어서 나오는 방송이라고는, 열 번도 넘게 봐왔던 옛날 고릿적 영화 '7인의 무법자', 또 돌리니 김기덕 저 또라이 감독 영화 '섬', 그리고 또 몇 번 돌리니 19금 성인유료채널 ‘플레이보이’다. 나는 ‘플레이보이’에 채널을 고정시킨 채 모로 누워 내 똘똘이를 꺼내 들었다. 새벽 1시 넘어서 사내가 혼자 영화 보며 할 거라고는 그거밖에 없다.

뽀얀 속살이 화면에 가득 차게 출렁이다가 이내 유료채널 안내가 나온다. 젠장.


내게는 남다른 징크스가 하나 있다. 그건 마누라를 만나면서 시작되었는데, 불면증으로 잠을 푹 자지 못하는 날이면 그다음 날은 어김없이 변비에 시달리는 것이다. 특히 마누라의 그날이 시작되는 날이면 여편네가 억수로 예민해져서는 나랑은 살닿는 것도 싫다고 유난을 떨었다. 하는 수 없이 그런 날이면 매번 마누라랑 나는 서너 뼘의 간격을 두고 누워야만 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나는 역시나, 하루 종일 배에 가스가 빵빵하게 차서는 방귀만 북북 뀌며 돌아다녀야 했다.

우리 집 화장실은 방보다 높다. 반지하라 그런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 세 개의 높은 계단을 영차, 딛고 올라가야 화장실이다. 지하라 수압이 좋지 않아 주인집이 이렇게 설계를 해 집을 짓고 세를 놓은 것 같다.

처음에 이사 와서는 변기에서 무심결에 벌떡 일어섰다가 화장실 천장에 머리를 박을 때도 있었다. 여기 이사 오기 전 요 옆 옥탑방은 수압 하나는 끝내줬었다. 그래서 내 굵은 똥 하나는 쑥 시원하게 빨려 들어가곤 했다. 그래도 옥탑방은 인간적으로 너무 덥고, 너무 추웠었다. 여기로 이사 오길 잘한 것 같다.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 마음에 들 때까지 볼 일을 볼 때면 늘, 포털에 들어가 뉴스 기사를 하나하나 클릭하고, 한게임에서 신맞고로 모아놨던 판돈을 다 잃고, 아껴놨던 야동을 한번 돌아볼 때쯤에서야 신호가 왔었다.

마누라는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는 나를 늘 신경 쓴다. 언젠가는 쾌변용 디딤 발판을 사 오지 않나, 그 디딤판을 딛고 변기에 앉아 있는 내게 편안한 마음으로 쾌변 할 수 있게 도와준다며 싸구려 아로마 오일을 가지고 와 코앞까지 갖다 대고는 호들갑을 떨었다.


지난 주말에는 하마 모양으로 된 방향제도 하나 사다 놓았다. 매미처럼 벽에 딱 붙어있는 그것을 꾹 눌러주면 찍-하고 지독한 매미 향을 뿜어냈다. 마누라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 매미 향은 반지하방 화장실 냄새를 고급지게 하지는 못했다.

자주 나는 염소똥을 누었다. 콩알만 한 똥들이 대장 안에서 뚝뚝 촐싹 맞은 메추리가 메추리알을 낳듯 그렇게 꾸역꾸역 삐져나왔다. 하지만 가끔 제법 묵직하고 굵은 똥이 부드럽게 내 몸을 빠져나오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나는 숨을 참고 똥이 끊어지지 않고 한 번에 쑥 나오기를 기다리며 아랫배에 힘을 준다. 숨을 참는 바람에 얼굴은 빨갛게 피가 올라오고 콧잔등에 땀이 훅 맺힌다. 손에 쥐고 있던 월척이 미끈거리며 손 안에서 도망치듯 어린아이 팔뚝만 한 굵은 똥 하나가 내 안에서 물속으로 풍덩 빠져나갔다. 히야~ 월척을 낳았으니 로또를 사야겠다.


-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