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풍차 돌리는 날 5

홍삼, 그까짓 걸.

by injury time

6, 7, 9, 18, 24, 30


- 자, 자, 자,, 잠깐만. 이거 QR코드로도 확인 좀 하자


나는 스마트폰을 열어 네이버 렌즈를 로또 종이에 갖다 대 보았다.

2등 당첨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반짝거리는 점들이 휴대폰 화면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더니 짠, 하고 당첨 메시지가 폭죽과 함께 깜박거렸다.


으아아아악 차~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바로 내게도 행운이 찾아왔다. 기다렸다. 반갑다. 이 녀석, 로또! 나는 미친 연놈처럼 마누라를 부둥켜 앉고 반지하방이 하늘로 솟을 듯이 고함을 질러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 부부의 비명소리에 움찔 놀라 한 번씩 창문 틈으로 우리를 들여다보았다. 마누라랑 나는 누가 보든 말든 뛰며 소리 지르며 이불을 쥐어짜며 세상을 다 얻은 듯 스무 평 집안을 방방 뛰었다. 심장이 갈비뼈를 뚫고 천장까지 튀어 오를 것만 같았다.


천지가 개벽할만한 일이 내게 일어났다. 드디어 인생 역전, 살아갈 의지가 몇 초 만에 펄펄 생겨났다. 한낱 이 손바닥만 한 종이 쪼가리의 어지러운 숫자로 내 인생의 꽃이 활짝, 화려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우리의 환호성에 구석구석 숨어있던 바퀴들이 일제히 시궁창 냄새 쩌는 이웃집으로 사부작사부작 옮겨가고 있었다.

우리는 로또 2등 당첨자가 되었다. 이번 주 2등 당첨금은 2억 2,570만 원, 세금을 어찌나 많이 떼는지, 세금 떼고 1억 7000만 원을 넘겨받았다. 자투리 돈이 몇 만몇 천몇 백 원 있었지만 내 눈에는 까짓것, 그런 푼돈은 들어오지도 않았다. 농협중앙회까지 가는데 로또 종이를 누가 훔쳐갈까, 가다가 잃어버릴까, 종이가 찢어질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안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고, 그러고도 불안해 주머니 바깥쪽을 연신 더듬으며 은행으로 향했다. 알통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나의 팔뚝에 마누라가 귀엽게도 대롱대롱 매달려 따라왔다.

“절대 제 신상 공개하시면 안 됩니다. 아무도 모르게 해주십쇼.”

나는 농협 직원에게 괜한 엄포를 놓으며 은행을 빠져나왔다. 1등도 아닌데 좀 웃겼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내 당첨금을 떼서 누구에게 기부하거나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아픈 마누라에게 홍삼이나 끊기지 않고 멕였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홍삼, 그까짓 걸 그동안 한 번도 마누라에게 제대로 먹이질 못했었다.



-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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