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요. 작가님, 작가님 글이 올라오지 않은 지도 어언 6개월이 되어 가네요. 그래도 이렇게나마 생존을 확인하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리라 믿으며 저는 욜씸히 기다리고 있씁죠.ㅋ
10년 전 브런치에서 완전 무지렁이로 어리바리 헤매다가 작가님과 친해지고 서로를 응원하며 보낸 시간들이 지금 생각하면 너무 좋은 추억이에요. 그래도 가끔 들어오셔서 인사해 주시니 저는 반갑고 늘 그렇습니다.
암튼, 오늘도 저는 혼자 이 톡방에서 좀 떠들다 나갈게요. 원래 나이 먹을수록 여자는 수다가 늘잖아요.
저는 이상하게 같은 여자보다 이성과 얘기하는 게 더 편하니 큰일이에요.
정말 남자 없이 하루도 못 사는 로맨티시스트인가? ㅋㅋ
얼굴도, 이름도, 사는 곳도, 아무것도 모르는 익명의 작가님과 이렇게 소통하는 일은 제 자신을 날 것 그대로, 오롯이 드러낼 수 있어서 마치 고해성사 같은 시간이에요.
아, 맞다. 오늘도 그냥 답은 하지 말아 주세요. 답도 없는 질문이거든요.
오늘 작가님께 연락한 이유는요. 일전에 제가 말씀드린 7층 아저씨요.
그분을 우연히 다시 만났어요. 글쎄, 알고 보니 숲 해설가시더라고요. 센터에서 아이들과 숲길 걷기 체험을 하는데 숲 해설가로 그분이 나오셨어요.
- 엇, 여기서 뵙네요.
- 아이고, 여기서 뵐지 몰랐습니다. 얼마 전에 퇴직하고 여기 K문화재단에서 문화관광, 숲 해설사로 제2의 삶을 살고 있습죠. 하하하.
- 정말 멋지세요. 선생님.
어찌나 반갑던지요. 숲 해설가라 그렇게 늘상 등산복 차림으로 다니셨나 봐요.
암튼 그분의 나지막하고 단정하고 교양 있는 숲 해설은 아이들도, 같이 간 선생님들도 모두 만족한 체험이었어요.
연한 청남방에 패딩점퍼를 입은 그분은 가죽 웨스턴 타이를 목에 느슨하게 매고, 귀에 속속 박히는 숲해설까지. 모두에게 취향저격 인기남으로 등극하셨죠.
흐뭇한 마음으로 옆에서 바짝 따라가는데 그분의 목덜미와 얇은 귓불이 어찌나 하얗고 여려 보이던지요. 바깥 활동을 자주 안 하셨던 분인가? 힘차게 흔들고 다니시는 그분의 손목과 팔목도 햇빛에 그을림 하나 없이 하얗고 보드라워 보였어요. 그럼에도 카키색 조커팬츠에 하이탑 마틴부츠를 신은 채 그분은 숲길을 저벅저벅 힘차게 잘도 오르셨어요.
얼마 전부터 숲 해설사를 시작하셨다고 하신 거 보니 아마 그동안은 평생 사무직이나 병원에서 일하셨던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그리고 이 사진 보세요. 저예요. ㅎㅎ 이제야 작가님께 제 실체를 밝히네요.
아름드리 버드나무 아래에서 찍은 단체 사진에 저기 저 예쁜 애 옆에 예쁜 애가 저예요.ㅋ
저기, 제 옆에 그 숲 해설사 7층 아저씨도 함께 사진 찍어주셨어요. 정말 기품 있는 분이시요?
저는 뜬금없이 그분의 얇고 하얀 목덜미가 안쓰러워 보였어요. 평생 몸이 안 좋으셔서 병원 생활만 하시다가 저분 나이쯤에 돌아가신 저희 아빠가 생각났거든요.
웬일인지 그날 그렇게 숲에서 만난 후로 이상하게 그분과 저는 아파트에서도 자주 마주쳤어요.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