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좀 떠들다가 갈게요. 작가님과 sns로나마 이렇게 소통하는 사이인 게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요.
J가 서울에 왔다 가고 한동안 좀 바빴어요.
J는 서울에 한 달에 한 번은 오는 것 같아요. 순전히 저 때문에 오는 것이지만 서로 크게 기대를 하거나 그런 사이는 아니에요. 그냥 J에게 연락이 먼저 오거나, 아니면 제가 한 달에 한번 정도 연락을 하는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J와 저는, 그냥 냉정하게 얘기하면 애인과 섹파 그 중간 정도의 사이예요. 앞으로의 미래를 서로가 같이 도모하지도 않고, 서로가 서로에게 궁금해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냥 놓치기에는 서로가 너무 뜨겁기에 우리는 그냥 세월과 함께 옆에 두는, 그와 나는 든든한 보험 같은 사이 같아요.
J는 10년 전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로 처음 만났어요.
저는 다니던 직장이 서울 외곽으로 옮기면서 자연스레 퇴직을 하고 쉬고 있던 시기였지요. 그러다 평창올림픽에서 통역 자원봉사를 구한다고 하길래 신청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운 좋게 합격해서 낯선 평창에서 3개월을 보냈어요. 처음 보는 사람들 50여 명이 여러 숙소에 나눠 묵으며 정말 즐겁게 3개월을 보냈어요.
J는 거기 평창 올림픽 자원봉사자들 중 한 명이었죠. 그는 평창이 고향이라 우리랑 같은 숙소를 쓰지는 않아서 그다지 친해질 만한 에피소드는 없었지만 늘 외톨이처럼 혼자 다니는 그가 좀 신경 쓰이더라고요.
그 대신 기억나는 건 식사 때마다 밥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먹는 것이었어요.
아, J가 뚱뚱하거나 등치가 좋은 편은 아니에요. 어찌 보면 여리여리하다고 할 정도로 깡 마르고 매가리 하나 없어 보이는 모습이거든요. 이제 와서야 알고 보니 여리여리한 그에게는 저를 한방에 보내버리는 필살기가 아주 그냥 다양하더라고요.ㅎ 나중에 자세한 건 얘기해 드릴게요.
아무튼, 근데, 밥을 어찌나 많이 먹던지. 마치 하루치 밥을 한 끼에 쑤셔 넣듯이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많이 먹었어요.
저는 가끔 내게 할당된 샌드위치 같은 간식이 나오면 그에게 툭 하고 넘겨주곤 했지요. 30대 초반인데도 그는 왠지 아이처럼 보호본능을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었거든요.
올림픽이 끝나고 우린 모두 해산하여 신나게 뒤풀이까지 끝나고 J와 저는 연락이 끊겼죠. 저도 그를 제 마음 어디에도 담아두지 않고 그냥 스쳐가는 인연 정도로 잊혀져 갔어요.
그러던 중 3년 정도 지난 어느 날, 제가 먼저 그에게 연락을 했어요. 우연히 확인한 카톡 추천 친구에 그가 아직 남아있었더라고요.
- 저기요. 혹시 평창올림픽 J 아닌가요? - 아, 오랜만입니다. - 아, 맞군요.
그는 아직 혼자이고 아직도 평창에서 부모님과 함께 산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며칠 후 서울 올 일이 있으니 오랜만에 한번 밥이나 먹자는 약속을 하고 카톡을 마무리했어요.
밥. 그는 정말 밥을 잘 먹었었죠. 순댓국 생각이 나네요. 평창에서 같이 일할 때 순댓국을 먹는데 제가 순댓국을 별로 안 좋아해서 먹다가 많이 남겼는데 제 순댓국 뚝배기를 통째로 가져가 밥 한 공기를 추가하여 마구 먹더라고요. 제가 숟가락질하던 그 순댓국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