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을 들어 두근두근 긴장되고 조급한 마음으로 검색창에 ‘일제 침략 금괴’라 쓰고 엔터를 서둘러 쿡 눌렀다. 주르륵 검색 결과가 펼쳐졌다.
독립 운동가 여럿과 강제징용 보상 문제 등이 검색되는 가운데 드디어 군산 장항항을 찾아냈다. 일본이 만주와 우리나라에서 약탈한 금괴를 배에 실어 자기네 나라로 나르던 항구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갑자기 눈이 번쩍 띄었다. 태평양전쟁, 일제가 패망하기 직전까지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수탈한 금괴 수백 톤과 금동불상, 국보급 문화제 등을 군산과 장항에 모두 집결시켜 자기네 나라로 실어 나르던 곳이 군산 장항항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참으로 다양하게 일본 놈들이 우리나라 곳곳을 이용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힘없이 무너졌던 순박했던 조선이 떠올랐다.
순간 머릿속을 때리고 가는 한 가지. 태평양 전쟁으로 우리나라 앞바다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총성과 대포가 날리고 쏟아졌던 장소이다. 장항항 등지에는 싣고 가던 화물선이 폭격에 침몰이라도 했으면.. 아니면 이순신 장군의 울돌목처럼 갑작스러운 기상악화로 바다의 소용돌이에 화물선이 침몰이라도 했으면.. 그 당시 배들은 지금처럼 석유로 가지 않고 디젤 연료를 썼을 것이고, 폭격이 수도 없이 이어졌을 시기였고, 그렇다면 화물선 하나쯤은 항해 중에 폭탄에 폭파되거나 폭풍우 따위를 만나 부서지거나 뒤집혔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심장이 요동치며 나른하게 흐르던 피가 갑자기 빠르게 솟구쳐 돌기 시작했다.
그날 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릴 때 첫사랑 소녀를 만나러 가기 전날 밤처럼 설레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뭔가 파란만장한 많은 일들이 눈앞에 펼쳐질 것 같은 조바심이 났다. 뭔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지하게 바빠질 일들이 생길 것만 같았다. 먼저 뭐부터 해야 할까. 내 계획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각자 방에서 자기 할 일들만 했다.
아내와 나는 둘 다 서울이 고향이고, 우리나라 옆구리에 있는 장항이라는 도시는 내 인생에서 한 번도 발을 디뎌 본 적이 없었다. 우선 장항이라는 도시가 어떤 도시인지 분위기를 좀 알아봐야겠다. 배는 구할 수 있는지, 어떤 배로 가야 할지, 서해안의 물때는 어떤지, 그곳 주민들은 뭔가 알고 있는지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이 산더미였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뒤척이다가 새벽 즈음 가족들 몰래 집을 빠져나왔다. 인터넷 검색으로 일제강점기 장항에 대해 꼼꼼히 정리를 하고 드디어 출발이다.
쌀쌀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도심으로 이른 출근을 하는 직장인들로 새벽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저들과 함께 저 꽉 막히고 바쁜 도심을 지나쳤을 나였다. 하지만 오늘날 나는 그들과는 정반대의 뻥 뚫린 장항으로 서둘러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오랜만에 정말 신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