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는 욕은 '18'다. 사실 이것도 의식적으로' 나 욕할 거야', '진짜 화났거든' 할 때 쓰는 연극 같은 거다. 의식적으로 욕을 하니 십! 팔! 이렇게 또박또박 나온다. 진짜 불량스러운 학생들은 '쓰알' 이렇게 한다.
얼마 전 잡지책 정도 들어갈만한 사이즈로 큰 네트백 코바늘 뜨개를 시작했다. 아직 미숙하여 유튜브를 보며 한코 한코 뜨는 상황이었다. 책이 들어갈 부분은 다 뜨고 손잡이 부분만 남았다. 손잡이는 흰색실로 하고 싶어서 실꾸러미를 뒤지다가 얼마 전에 다이소에서 산 저렴이 실을 선택했다. 손잡이를 완성하려면 실이 두 뭉치는 필요했지만 내게는 한 개밖에 없었다.
- 부족하면 얼른 다이소 가서 사 오면 돼지.
나는 의욕적으로 깊은 밤까지 뜨개질에 빠졌다. 꼬이지 않고 굵게 뜰려면 정신 바짝 차리고 유튜버가 하라는데로 80코를 짧은뜨기로 꼬이지 않게 왔다리 갔다리 해야한다.밤 12시쯤 됐을까, 아니나 다를까 실이 부족했다. 빨리 완성하고 싶어서 몸이 달았다.
아침이 되어 서둘러 10시 다이소 개장시간 기다렸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똑같은 실을 5개나 사 왔다. 원래 면사는 제일 싸다고 해도 3000원부터다. 다이소는 품질은 잘 모르겠지만 가성비는 짱이다!
다시 손잡이 뜨개를 이어갔다. 근데 헐 헐 헐,,,
실 색깔이 틀리닷!
얼마 전에 샀던 그 똑같은 화이트 실과 이번 실은 뭔가 뉘앙스가 다르다. 매장에서 집어올 때도 한참 고민했었다. 분명 똑같은 화이트인데 쫌 분위기가 다르다 했지만 조명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이 급했었다.
그런데 집에서 비교해보니 정말 달랐다. 처음 샀던 화이트는 화~~~ 이트였는데 이번에 산 화이트는 그냥 하얀색이다. 그것도 구멍난 난닝구를 걸레로 몇 번 사용한 오래된 하얀색ㅠ 뜨개질하는 사람에게 실 색깔이 다르면 다시 다 풀어야 하는 지옥이 기다린다. 그때 가족들 앞에서
18 다이소!!!
했다. 정말 화났다는 말이다.오랜만에 큰소리를 쳤더니 가족들이 토끼눈이 되어 숨는 시늉을 한다. 욕을 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풀리기는 했다. 어차피 내가 들고 다닐 거니 좀 색이 틀려도 괜찮다고 위안을 삼으며 내키지 않은 가방 손뜨개를 완성했다.
그리고 얼마 후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그걸 들고 나갔다. 돈 많은 부자 친구다. 명품가방은 아니지만 내가 직접 만든 가방을 들고 뭔가 의식 있는 아줌마로 보이고 싶었다. 그런데 친구가 한 말,
- 그 가방 그게 뭐냐, 손잡이가 왜 그렇게 더러워, 좀 빨고 다녀라!
아, 누가 봐도 오래된 걸레 색깔 다이소 #광택감 있는 #고급스러운 테이프 화이트 뜨개실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p.s. 다이소 관계자 님, 같은 제품-같은 색깔 실로 통일해 주세요. 서민들의 행복 주는 다이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