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고객센터의 답변

포털에 내글을 노출시키지 않기로 했다.

by injury time

며칠 전에 포털 메인에 우연찮게 올라온 내 글을 내려달라는 메일을 보냈었더랬다.


내글은 카카오의 입맛에 맞게 내가 올린 자료 사진 중 메인 사진이 아닌 현금 세는 사진(눈에 띄는)으로 포장되어 주요영역에 노출되고 말았다. 사진이야 뭐 좀 참고 넘어가겠지만 내 허락없이 조회수 알림이 와서야 브런치가 아닌 곳에 노출된 걸 알아야한다는게 좀 오랫만에 날카로워졌었다. 소통할 공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카카오 고객센터에 문의사항으로 메일을 보낸 것이다.



그리고 카카오 고객센터의 답변이 4일 만에 왔다.

앞으로는 주요 영역에 내 글을 노출시키지 않겠다고 하고, 혹시 또 노출이 되면 다시 고객센터로 문의하라는 내용이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할 때 카카오 관련 영역에 써먹어도 된다는 약관이 있었나 보다. 이래서 보험 들때도 약관을 잘 봐야 하는 듯하다.


막상 답변을 받고 나기 기분이 시금털털하다ㅠ

왜 나는 내 글이 포털에 올라오는걸 극도로 싫어할까



나는 이제 석달 된 브린이다. 처음 시작하고 첫주에 다음과 카카오톡#에 두편의 글이 올라왔을 때 나도 모르게 남편과 아들들에게 이 사실을 기쁜 마음으로 떠들어댔었다, "내가 아직 죽지 않았어!" 이런 생각이었다. 특히 남편은 날 만나고 지금까지 돈 안 되는 글쓰기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무시했기에 남편에게 제일 먼저 기사를 보여줬었다. 그런데 남편, 글을 읽기도 전에 첫마디,


- 작가명이 이게 뭐냐!!!


내 첫 작가명은 '자살한 자명종'이었다. 내 마지막 소설 제목이기도 했다. 난 이 제목의 단편소설을 마지막으로 습작과 결별했기에 자살한 자명종에 애착이 많았다. 남편은 행정학과 나는 문창과다. 로또도 아니고 맞는 게 정말 하나도 없다. 남편은 항상 내게 글을 좀 밝고 희망적인 내용으로 쓰라고 지적했다. 그런 건 도덕책이나 동화로 충분했다. 브런치 새내기였던 나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쓰고싶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글들이 가족들 입맛에는 맞지 않을게 분명했다.

글을 글로 보지 않고, 글쓴이를 글쓴이로 보지 않는 우리 촌스런 가족들로 인해 브런치 활동이 주저하게 되는걸 원치 않았다.

나는 한 달을 묵묵히 웅크리고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작가명을 가족들 아무도 모르게 바꾸고, 남편 핸드폰에 있던 브런치 앱을 지우고 구독도 취소해버리고 완전 '브런치의 나'를 남편에게서 삭제시켰다. (남편의 브런치에는 최근 읽은 글에 불륜에 관한 글이 있었다ㅠ 나참,,,)

그렇게 남편에게 내가 브런치 하는 걸 상기시키지 않으려고 안 보이는 곳에서만 몰래몰래 글을 쓰고 브런치의 '브'자도 꺼내지 않고 있었다. 다행히 글 읽는 걸 싫어하는 남편은 날 찾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진지하게 카카오 측에 포털에서 내 글을 내려달라는 메일을 보냈다는 얘기를 했더니,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글을 왜 쓰냐'라고 한다.

현타가 밀려왔다.

물론 포털에 올라가는 글은 대중들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글들이고 공개되면 영광이다. 남편도 포털에 올라오는 글들에 고무적인 평가를 하지만 이 글을 빌미로 가족들에게 브런치 활동이 적나라하게 노출된다면@@@ 나는 어느 작가에게 댓글 하나도 달지 못하는 겁쟁이가 될지도 모른다.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걸 - 쓰고 싶을 때 - 쓰고 싶다. 수십 년 동안 내가 그토록 바라던 바이다. 생각과 내 마음이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심판받는 게 싫은 것 같다. 바로 옆에 살 비비며 사는 남편도 이해시키지 못하는 나는 찌질이 같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게 아니라 가족에게 보여주기 싫은거였다.


카카오 고객센터의 답변을 받은 후로 글을 발행하면 몇 분만에 기타로 구분되는 그 '1자'가 사라졌다ㅠ

카카오에서 내 글 자체를 읽지도 않나보다ㅠㅠㅠ


대체 나는 뭐가 되고 싶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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