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7시 1.

by injury time

그날은 조용한 주말 저녁, 시계는 어느덧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식탁 위엔 부드럽고 알싸한 지평막걸리와 슴슴하게 무친 취나물이 소박하게 차려져 있었고, 아내는 이제 막 반들반들 윤이 도는 아삭한 오이소박이를 조심스레 접시에 덜고 있었다. 딱 두세 젓가락 정도, 먹기 좋을 만큼이었다. 게다가 옥색 도자기 접시 위엔, 선홍빛으로 삭아든 영롱한 홍어가 결대로 곱게 놓여 있었다.


주말에 창식이 아들의 결혼식이 있어 무진에 내려갔다 왔던 참이었다.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간 터라 부모님 산소와 내가 살던 빈 집터도 휘휘 둘러보고 왔다. 마당 수돗가 옆 감나무엔 주먹만 한 홍시가 열댓 개 매달려 있었다. 돌보지 않았는데도 제법 탐스럽게 익어가는 모습이 기특했다. 홍시 하나를 따서 반으로 가르자, 잘 익은 주황빛 과육이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흘러내렸다. 홍시 익어가는 날을 기다리던 아련한 어린 시절이 생각나 감잎이 떨어진 마당을 한참이나 돌았다.

집에 도착하니 벌써 저녁 7시였다. 아내가 무진항에서 사 온 홍어회에 막걸리까지 챙겨 한 상 차려 놓으니 이대로 며칠 더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삭힌 홍어는 소금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알알이 굵은 결정체가 선명하게 반짝이는 새하얀 굵은소금과 함께 거칠게 갈린 붉은 고춧가루 한 꼬집이 서걱서걱 홍어의 맛을 매콤 짭짤하게 살린다. 콧날까지 톡 쏘게 제대로 삭힌 홍어 한 점을 고춧가루 섞인 소금에 살짝 찍어 입안에 넣고 오독오독 열심히 씹어댔다. 혀와 어금니와 입천장이 삭힌 홍어를 탐닉하며 흥건하게 침을 내뿜었다.


이번 주말도 정신없이 지나가 버렸다. 운동도 하고, 산에도 올라가고, 미뤄둔 정리도 하려고 마음먹었지만, 어김없이 일정이 생겼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또다시 바쁜 일상을 조급하게 맞이하게 됐다.


아쉬움과 함께 남은 주말 저녁을 위해 뽀얗고 말간 막걸리를 한잔 입 안에 털어 넣으니 피곤이 온몸으로 밀려왔다.


해가 지고 막걸리의 취기로 채워지지 않을 시간들을 아쉬움으로 붙잡을 때쯤. 그때 큰 누나에게 전화가 왔다.


"예, 누나. 햐,,,, 어...... 그래... 응. 그래요. 기운 내요. 예.... 지금 갈게요."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오만한 체취 막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