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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jury time May 22. 2021

아, 노무현

내일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12주년이다.

서거날이 기억이 난다. 주말 오전이었다. TV를 켰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이라는 속보가 쏟아지고 있었다. 너무 놀라 가슴이 쿵,  하늘이 내려앉았다. 나 스스로 온몸이 흙빛이 되었다는 걸 느낄 정도로 충격이었다. 세상모르고 늦잠을 자는 남편을 깨워 이 비극을 알렸다. 눈시울은 벌써 뜨거웠다.

남편이 자다 일어나 팬티 바람으로 TV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속보를 들여다본다. 나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너무나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고 응원하고 싶고, 사랑하던 분의 난데없는 죽음은 믿어지지도, 믿고 싶지도 않은 현실이었다. 한 번쯤 만나면 꾸욱 안아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즈음 연예계에서 베르테르 효과인지 자살 뉴스가 자주 나왔던 거 같다.

얼마 후,  우리 동네 근처에도 조문할 수 있는 천막이 설치됐다. 나는 유모차를 밀고 아침 일찍 그곳으로 가서 하얀 국화꽃을 올리며 많이도 울었다. 내가 살던 동네는 예전부터 보수 텃밭인지라 TV에서는 조문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하는데 이곳은 너무나 한가했고 적막했다. 늦은 봄은 웬일인지 한여름처럼 뜨거웠다.

아들친구 엄마에게 조문하고 왔다 하니

"뭐 돈 먹고 창피하니 죽었는 뭘 난리들인지 몰라!"

라고 콧방귀를 뀌었다.  난 그 여자와 그 후로 쌩을 확실히 깠고 연락처도 삭제해버렸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시, 탄핵한다 어쩐다 하면서 뒤숭숭했었었다. 그리고 얼마후 탄핵소추안이 기각됐다는 소식을 듣고 직장동료들과 손에 손을 잡으며 무언의  결의를 다졌었던 기억도 난다.


대통령 서거 8주년에 우리 가족은 급 번개 여행으로 30분 만에 준비하고 봉하마을로 떠난 적이 있다. (이때는 웬일로 남편이랑 뭐가 딱 맞았다ㅋ)아이들이 어렸지만 부엉이 바위며,  너럭바위며,  사셨던 곳, 기념품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설명도 해주고 의미 있는 번개 여행을 하고 왔었다.  날 좋을때  부산자갈치시장에서 회도 한접시 먹고, 한번쯤 가봐도 좋을  여행인듯 싶다.  그곳이  영원히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넘쳐나 그가 외롭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셨던
노무현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저도 늘 당신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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