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잠에서 깼다. 이번에는 배꼽에서 한 뼘 위가 간질간질 벌레 지나가는 것처럼 또놈이조바심 나게 꿈틀거려서 잠에서 깼다.
안절부절, 꿈틀꿈틀, 불안불안. 조바심 나는 증상은 중학생 때부터였다. 내 사지는 자꾸 뒤틀리고, 가만히 있으면 답답해서 자꾸 움직이고 싶고, 혀가 꼬여 말이 잘 안 나올 때가 있고, 놈이 내 귀를 꽉 틀어막아서 모든 소리가 웅웅 거리고, 집중이 안되고... 그럴수록 심장이 파르라니 떨리는 증상. 부모님은 걱정스레 처음에는 뇌에 문제가 있나 해서 나를 데리고 병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결국 고쳐지지 않았다.
용하다는 무당이 굿도 했다. 몸이 이상해지기 전에 같이 살던 할머니가 돌아가셨었다. 무당은 그 할머니 귀신이 제일 예뻐했던 손녀인 나에게 붙어 아직 저승으로 못 올라가고 있다며 시골 외할머니 집 마당에서 큰 굿을 했었다. 나는 아랫방에 갇혀 있었는데 무당이 흔드는 종소리가 몹시도 공포스러워서 살려달라며방문을 박박 긁었던게 어렴풋이 기억난다. 날개를 활짝 핀 수십마리 학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아마 환영같은거 같다. 굿이란 어린 나를 혼미하게 만들었다. 나를 왜 방에 가둬놓고 굿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굿 이후로 아주 약간 좋아졌다가 다시 흔들리고 그놈의 조바심나는 증상은 다시 찾아왔다.
전라도 구례에 용하다는 늙은 의사가 있다 하여 부모님과 거기까지 찾아갔다. 그 늙은 의사는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거기서 의사 일을 하다 늙어서 고향인 구례로 내려와 있었다.
뭐 특별한 진찰은 없었다. 낯빛과 눈동자, 그리고 내가 겪는 증상, 그동안의 치료 후일담 등을 듣더니 '회색증'이라고 했다. 뇌가 회색이 됐다는 뜻이라던가, 그 늙은 의사는 약국 가서 아로나민**와 또 하나(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약을 꼭 6개월 이전에 만들어진 제품으로 사서 반알씩 복용하라고 했다. 특별히 진료비를 받지 않았고 엄마가 봉투에 십만 원을 넣어서 줬던 걸로 기억한다.
처방받은 약은 그냥 영양제였다. 영양이 부족하여 이런 증상들이 일어난다는 말인데 그 약을 먹고 거짓말처럼 불안하고 불안해서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조바심 증상은 없어졌다. 어쩜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치유됐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 그놈이 오면 일주일 정도는 계속 불안증상이 반복된다. 자고 싶은데 내 몸 어느 한 부분이 안 자고 꿈틀대는 증상, 어떨 때는 그게 다리에 오기도 하고 어떤 때는 팔에 오기도 하고 어떤 때는 눈동자에 오기도 한다. 졸린데 눈을 감고 있으면 눈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조바심 나고 간지럽고, 아니 뭔가 안절부절이 맞는 표현이다. 눈을 감고 있는데 눈꺼풀 안쪽에서 눈동자가 계속 조바심 나게 움직이고 싶어지고 그러다 눈을 비비며 자는 걸 포기하면 그때서야 내 몸을 움켜쥐고 있던 놈이 나를 놔준다. 또 어떤 때는 멘탈이 안 잘 때가 있다. 몸은 자는데 머릿속이 간질간질 자꾸 조바심 나게 꿈틀대서 나를 정말 미치게한다. 잠이 들려고만 하면 그 조바심이란 놈이 머릿속에서 깨어나 나를 안절부절, 간질간질, 쉽게 잠들지 못하게 한다.
이 증상은 누구랑도 공유할 수 없다. 사람마다 표현력이 다르고 딱히 신체에 문제가 있는 병이 아니니 나는 그걸 '조바심'라고 부르고 있다. 팔다리에 이 증상이 생기면 어느 부위, 딱 그곳만 그놈이 꿈틀거린다. 무릎 관절 오른쪽 쏙 들어간 어느 부위, 그렇게 딱 어느 세포만 안 자고 자꾸 중뿔나게 움직이고 싶은, 구더기 수십 마리가 내 혈관과 근육, 딱 그곳에 붙어 바글바글 움직이는 듯하달까. 그 부위를 마사지하며 손으로 꾹 움직이지 못하게 십여 분간만 붙잡아주면 그때서야 그놈이 사라진다. 사라지기 전까지 그놈은 '내가 정말 니안에, 여기 있어'라고 내 귀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대며 누르고 있는 내 손에서 빠져나가려고 미친 듯이 용은 쓴다.내 다리는 마지막까지 달달달 흔들린다. 놈과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면 비로소 잠을 잘 수가 있다.
신경과 의사는 처음에는 하지불안증후군 같다고 했지만 내 증상을 좀 더 듣더니 남들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도파민 관련 약을 처방해주었다.
팔다리의 불안증상은 움직이지 못하게 내 육중한 몸으로 누르고 잠이 들면 그나마 참을 수 있다. 다른 부분은 그저 몸 가는 데로 놔두고 일어나서 바깥공기를 쐬고 나면 편안해진다. 난 요즘 그 불안증상이 찾아오는 기간이다, 일주일 넘게 계속되다가 익숙해질 때쯤 놈이 떠난다.복용하는 약이 또 하나 추가되어 기분이 몹시도 꿀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