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 때문에 여행도 못 가고 그래서 딸의 남자 친구인 승현이가 서울 모처에 고급 호텔을 예약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 나는 참 거짓말도 능청스럽게 잘했다.친구 자취방에서 스터디하다 자고 간다는 핑계가 제일 쉬웠고, 친구 부모님 돌아가셨다느니, 뒤풀이하고 얘들끼리 여관 잡아 자고 온다고도 하고, mt 간다고 하고 작정하고 집을 나서기도 했었다.
그런 거에 비해 우리 딸은 느므느므 개방적이다. 물론 남친이랑 섹스했어! 라고 말은 하지 않지만, 이미 대학 1학년 때부터 남친이랑 같이 있어서 오늘 못 들어간다고 당당하게 연락이 오곤 했다.
나는 그때부터 머리가 바쁘게 돌아간다.
남편에게 딸의 외박을 정당화할만한 말을 만든다.
예전에 써먹던 방식대로 딸아이의 친구 자취방이나 친구 부모님 부고, 친구 여럿이 잔다는 창의력 없는 핑계를 내 어릴 때 노하우로 잘 포장해서 남편한테 전달한다.
- 뭐, 말만한 계집애가 어디서 잔다고!!
남편은 화를 내지만
- 우리도 어릴 때 다 그랬잖아, 그냥 모른 척 해
남편을 타이른다. 단순한 남편에게 친구들이랑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걸로 이해시켰다. 그리고 맛있게 끓여준 청국장 한 그릇으로 남편은 딸아이의 외박을 눈감아준다. 딸이 남자랑 외박하는 것을 남편에게 알리지 마라.
어느 아파트 숲 사이 고등학교가 하나 있다.
그 고등학교는 고층 아파트들로 둘러싸여 학교를 내려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느 날, 부엌 작은 창문 사이로 그 고등학교 옥상이 보였다.
평일 대낮이었다.
남녀 학생 둘이 그 옥상에서 심하게 몸으로 사랑을 나누고 있었던 거다.
큰 탈선의 현장을 목격한 듯 급하게 학교 교무실로 연락을 한다
- 지금 당장 옥상으로 가보세요. 남녀 학생 둘이 그러고 있다니깐요
- 어머니, 진정하세요. 저희들 지금 거기 못 올라가요. 다 끝나면 불러서 타이를 수밖에 없어요. 지금 올라가서 떼어놓으면 인권침해니 뭐니 하면서 그 녀석들이 더 큰소리를 쳐요.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닌 듯 선생님도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였다.
괜히 나만 진짜 흥분했다.;;
딸 가진 지인은 고민이 많았다. 나는 딸이 없기 때문에 , 그리고 아직 아들들이 어리기 때문에 그런 고민을 예약만 하고 있지만, 스무 살이 넘는 딸을 가진 나의 이웃은 고민이 많았다. 물론 아들딸 상관없이 자식 낳은 모든 부모들의 고민이다. 윗글들은 내가 최근에 들은 이야기를 각색한 생생한 팩트다. 실제 가까운 지인의 이야기니 만큼 드라마 같은 데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보다 더 충격적이고 난감했다.
달라진 건 아이들의 당당한 자유연애다.
우리 엄마는 어릴 때 내 외박을 아빠한테 뭐라고 설명했을까. 그냥 순진하게 믿었던 건 아닐까. 본인들이 겪어보지 않은 대학생은 원래 그렇게 밤새 스터디하며 외박을 자주 하는 걸로.
서른 살이 넘어서 결혼을 한 나에게 결혼식 하루 전날, 친정엄마가 조심스럽게 내게 말했다.
- 김서방은 보수적이니까 너 신혼여행 가서 잘해
뭘 잘하지? 서른셋에 아다인 척하라는 말인가? 하지만 난 그때 벌써 속도위반으로 뱃속에 6주 되어가는 우리 아들이 있었다.
부모는 자식을 착각 속에 키우는 것 같다. 어릴 때는 내 아이가 천재인 줄 착각하고, 커서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서 공부를 못한다고 착각을 하고, 또 다 늙은 우리 자식이 아직 아기라는 착각 속에 산다. 그리고 우리 자식은 영원히 남편보다는 내편일 거라는 착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