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의 프로필 사진은 안녕

by injury time

어제 쌩쑈를 했다. 아침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내 브런치 사진을 내 실제 얼굴 사진으로 바꾼 것이다. 본래 관종 기질이 있는터라 발가락에 힘을 주고 찍은 발 사진으로 나를 소개했었다가, 나도 여느 작가처럼 얼굴 사진 한 장 올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알듯말듯 그럼에도 젊어 보이는 희미한 사진 한 장으로 바꿔놨었다. 그리고 난 후, 오전에 써놨던 글을 발행하고 집안일하고, 혼자 학원 앞에서 커피 한잔 하고 있는데 브런치 알람이 왔다.

띠로리~

조회수 알람이다. 브런치 첫 주에 두 번 포털에 뜬 이후로 방심하고 있었다. 글 맨 마지막에 내 프로필 사진 어쩔,,,(나를 쉽게 찾으라고 작가명도 영문으로 바꾼 치밀함이 숨어있긴 하다.)

게다가 내가 어느 고등학교 나왔는지 짐작할 수 있는 내용도 나와있었다. 부모님이 보면 안 된다, 시댁에서 보면 안 된다, 지인들은 누구도 보면 안 된다,, 난 식은땀을 흘리며 급한 대로 프로필 사진을 전에 썼던 발 사진으로 바꾸고, 내용도 급 수정했다. 그래도 안심이 안돼서 브런치팀에게 당장 내려달라는 호소를 하려고 아무리 찾아봐도 연락이 닿을만한 끈이 없었다. 결국 생각해낸 게 카카오 고객센터에 문의사항 메일 보내기ㅠ 흥분을 가라앉히고 '제발 제 글 좀 내려주세요~'라고 쓰고 발송을 눌렀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프로필 사진을 내 얼굴로 바꾸고 싶다. 글을 읽을 때 글만 봐야 하는데 나는 참 간사하게도 그 작가를 상상한다. 브런치에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딱 두 명 있는데 둘 다 프로필에 본인 사진이 걸려 있다.

이곳이 익명의 바다이기에 프로필 사진이 진짜 본인 사진인지, 아니면 아들 딸 사진인지, 옛 애인 사진인지 알 수 없으나 나는 그 프로필 사진을 보며 작가의 글을 읽으면 좀 더 생생하고 바로 앞에서 이야기하는 듯이 설렌다. 프로필 사진에 어떤 풍경이나 색깔 동그라미였다면 느끼지 못하는 감정교류랄까,

조회수가 잠잠해지면 프로필 사진을 다시 얼굴 공개로 수정할 테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을 때 발가락 사진을 보면서 읽지 않고 못생겼어도 나를 보며 내 진심을 알아주길 바래본다. 그나저나 카카오에서는 아직도 연락이 엄따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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