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생활비를 얼마나 보태줘야 할까

by injury time

엄마가 퇴직을 한다.

칠순이 넘은 엄마는 최근까지 일을 하셨다. 요양병원 주방 조리사다. 새벽 6시 출근, 오후 2시 퇴근으로 20년째 다녔다. 엄마가 주방 식구들 중에 제일 먼저 출근해서 조식 준비를 하는 거다.


부모님은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될 때 좋은 학군으로 입성해야 한다며 방배동으로 어렵사리 이사했다. 그리고 방배동에서 고생고생하며 엉덩이를 붙이고 살고 계신다. 부모님은 서초구에 사는 걸 자랑으로 여겼다. 공부를 못해서 좋은 대학을 못 가더라도 잘 나가는 친구들이나 선후배가 주위에 있으면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수준이 높아진다나, 지금에서 보면 내 친구들은 그저 그런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내가 20대에 친정아빠 사업이 쫄딱 망했다. 그리고 아빠는 재기를 위해 아는 지인들과 교류하며 안간힘을 썼지만 일흔 살이 넘은 지금에서야 다행히도 한방에 인생이 다시 바뀔 거라는 기대는 접은 듯하다.

그전까지 엄마는 취미생활과 동네 부녀회장 같은 대외적인 활동만 해온 사람이었고, 온갖 재산 다 날린후 요양보호사를 하다가 병원 주방 일까지 하게 되었다. 그사이 친정아빠는 즐거운 취미생활로 노후를 보내고 계신다.


엄마 퇴근 시간에 맞춰 아빠가 데리러 갔다가 문화센터에서 영어도 배우고, 춤도 배우고, 수영도 하면서 아주 재미지게 노후를 보내셨다. 특히 친정아빠는 노래 동우회에 여럿 가입되어있어 주말이면 카페 같은 데 가서 노래도 한다. 적극적인 사회활동으로 두 분은 씀씀이가 나보다 더 훌륭하시다.ㅠ 임플란트도 척척 잘도 하시고, 전국 맛집은 다 돌아다니신다. 그러니까 엄마가 새벽잠 포기하고 번 돈으로 화려한 노후를 즐기신다.

지난번 글에도 말했듯이 시장표 싸구려 두부는 죽어도 못 먹고 꼭 '풀무원 유기농 두부'여야 한다는 신조로 사신다.

그러니 노후 준비는 '건강한 신체와 수준 높은 교양' 밖에 없다.


- 그래도 두 분이 금슬 좋게 사시는 게 어디야

- 그래도 두 분 지병 하나 없이 건강하시잖아

주변 지인들은 내게 이렇게 위로를 한다. 지금까지는 두 분이 만족하며 사시니 걱정거리를 외면하고 살았는데, 엄마가 퇴직을 한다니 친정 부모님의 생활이 걱정이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받기는 하지만 그동안 씀씀이로 봐서는 생활비로 200만 원은 필요할듯하다.

엄마가 퇴직한다는 소리를 듣고 나는 머리가 하얘졌다.

이제는 부모님 생활비를 보태드려야 하는데, 남편 눈치도 보이고, 우리 가정살림 생각이 먼저 드는 건 내가 불효자여서 일까.

홀로 되신 부모님께 형제자매가 생활비 백만 원 정도 지원해드린다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 부모님은 얼마나 필요하실까, 당분간은 엄마의 퇴직금과 그간 모아둔 얼마만큼으로 사시겠지만, 이제는 다달이 친정부모님 생활비로 목돈이 훅훅 나갈듯하다.


앞으로는 늙어서 자식들에게는 대접 못받는다고 하더니만, 난 노후에 뭐가 되서 어느 자리에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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