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밤엔 역시 브런치지

by injury time

나는 브런치 활동하는 게 너무도 자랑스럽다. 그래서 일부러 공공장소, 이를테면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병원 대기석에서 보란 듯이 브런치를 열어서 활동을 한다. 누군가가


- 어머, 저 사람 브런치 작가인가 봐,


라고 생각할 수 있게 커피숍에서 잠깐 자리를 비울 때도 일부러 브런치를 노트북의 화면에 켜놓는다. (연예인으로 살았으면 어쩔@@@) 일종의 허세다. 안타깝게도 아무도 못알아본다.ㅠ


그동안 반찬 냄새 풍기면서 엄마로, 아내로만 살다 브런치 활동을 한 게 이제 겨우 세 달이 조금 넘어간다.

정말 미친 듯이 썼다. 키보드에 손을 올리면 한석봉엄마처럼 저절로 글이 써지는 신기한 경험을 맛보았다. 살면서 제일 행복한 게 글쓰기라는 걸 새삼 느끼며, 같은 동지들의 글을 읽으며 키득거리고, 코끝 찡해하며, 얄미웠다가 감격했다가, 요즘은 경이로운 마음이 들기도 하다.

그런데 얼마 전, 내 통계 화면을 보면서 좀 무서운, 어떤 패턴 같은걸 발견했다. (새벽에 깨어있는 시간이 많아서 알게 되었다.)


항상 새벽이 되면 내가 브런치 활동 초반에 쓴 '자살한 적이 있습니다'가 다른 글에 비해 유독 많이 읽혀서 1,2,3순위 안에 드는 거다. '유부녀와 썸 타는 사이라니'또한 새벽에 많이 읽힌다. 브런치 안에서만 읽히는 게 아니라 검색하다 걸려 조회수가 늘어나는 거 같다. 에는 있을 수가 없는 현상이다. 사람들의 은밀한 취향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깊은 밤이 되면 죽음과 그럼에도 사랑과 불륜을 갈구한다. 나도 깊은 밤에 그 글들을 썼던 것 같다. 하기야 깊은 밤에 꽃구경이나 육아, 요리레시피와 같은 훈훈한 글을 검색하지는 않을 거 같다. 왠지 잠못 이루는, 상처 받고, 사랑 받고 싶은 사람들의 헛헛한 마음에 누가 될까 무섭고 두려웠다. 누군가에게 영향력이 될수있다는 생각을 하니 무서워졌다.


처음에 그 높고 높고, 평생을 갈구했던 '작가'라는 호칭을 내게 불러줬을 때는 브런치 팀이 사기꾼 같았다.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 사탕발림으로 프렌차이즈 치킨집 사장 자리 앉히는 거, 뭐 그런 거) 막상 이곳에 들어와 보니 너도 나도 작가님, 작가님 너무 쉽게 남발되는 것을 보며 조금 의아해하며 오글거리기도 하고, 좀 부끄럽고, 굉장히 유치하고, 이 안에 또 다른 세상에서는 참 진지하구나 했더랬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작가'라는 호칭을 머리 좋은 브런치팀에서 왜 우리에게 옛다 받아라, 하며 던져줬는지 알 것 같다.

그만큼 한 줄을 쓰더라도 책임감 있고 영향력 있게, 작가답게 쓰라는 브런치팀의 음흉함이 숨어 있다. 나는 솔찍히 광고성, 음란한 이야기만 안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브런치 팀은 나보다 백만 배 머리가 좋다. 작가 활동에 드디어 합격했으니 난 작가 됐어, 하면서 마냥 좋아할게 아니었다. 브런치 팀이 우리에게 사탕처럼 보이는 무거운 펜을 쥐어준 것이다


앞으로 나는 뭐 또 다시 나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것이다. 브런치활동은 내 작가명처럼 부상당한 시간들을 만회하는 나만의 추가시간이다. 다만 '자살....', '유부녀 썸...'이 깊은 밤에 자주 조회된다면 좀 더 잘 써볼걸 하는 반성을 해본다. 요즘처럼 가짜뉴스의 홍수속에 사람들은 너무 쉽게 인터넷상에 떠도는 글들을 믿고 있다. 물론 내 글들이 가짜는 아니지만 어쨌든 궁금해서 검색하는 사람들에게 소소한 도움은 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냥 단순한 일기가 아니다. 나의 경우 순간 생각나는 문장들을 3분 우동도 아니고, 후루룩 한 시간 만에 써서 발행을 누를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자살...'이것도 그렇게 쓰인 글이다ㅠ) 은밀한 밤에는 역시 브런치글이 최고다!


취향이 같은 작가님들에게 내 마음이 온전히 전달되길 바라며-

부디 영원히 이곳 브런치의 바다에서 무거운 펜을 노(櫓) 삼아 자유로이 항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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