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선택지, 익순한 풍경
우리가 식당이나 주점에 들어가는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술을 곁들일 수 있는 공간은 흔하다. 주점처럼 손님 대부분이 술을 마시는 곳도 있고, 일반 음식점처럼 원하는 사람만 술을 주문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손님들의 주문은 대개 맥주와 소주로 제한된다. 이것도 참이슬이냐 진로냐 처음처럼이냐, 아니면 카스냐 테라냐 정도가 선택지의 전부이다. 몇가지 브랜드 이름을 외치는 것만으로 주문이 끝나는 우리는 '고른다'기 보다는 '정해진 것들 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느낌이다.
국내 출고량의 변화
다음은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2018~2023까지 국내·국외 출고량이다.
2018년 이후로 점점 감소하다가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과 2021년에 최저점을 찍었다가 2022년 엔데믹 효과로 소폭 반등했으나 2023년에는다시 감소세를 보였다.
국내 주류 시장은 맥주와 희석식 소주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PwC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맥주 출고량은 1687kL, 희석식 소주는 844kL로 국내 총출고량 3237kL의 약78.2%를 차지한다.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선택지가 제한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마냥 폄하할 수는 없다. 지난 몇십년간의 우리나라 술 문화이기도 하고 5000원이라는 가격으로 빠르게 취할 수 있는 술이기도 하다. 그래도 다행히 요즘 소주, 맥주만 마시는 문화는 줄어드는 추세다.
절주 문화와 소비 패턴의 변화
주류 출고량 감소의 배경에는 절주 문화가 자리한다. 경제 둔화, 물가 상승, 회식 문호 쇠퇴와 함께 MZ세대를 중심으로 '술을 덜 마시고 더 즐기자'는 소비 패턴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술뿐만 아니라 개인의 취향을 찾는 소비패턴과 이어진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가 있다. 이는 술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하면서도 취하기를 경계하는 문화로 저도수, 무알콜 음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15년 9.8L에서 2021년 8,07L로 18% 줄었다. 코로나 19 이후 홈술과 혼술이 보편화되면서 주점에서의 소비보다는 소매점에서 술을 사서 즐기는 경향이 증가하는 추세다.
전통주·크래프트 맥주의 가능성과 새로운 취향
전통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통주는 소규모 양조장과 지역 특산주를 중심으로 PwC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3년 사이 전통주 출고 금액이 135%, 출고량은 80%증가했다. 그중 탁주는 전통주 시장 전체 출고금액의 34%, 출고량 54%를 차지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세로 전체 전통주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얼마전 가수 성시경님의 탁주가 온라인에서 완판되는 사례도 등장하며 그 인기를 체감할 수 있다.
다양해지는 술문화, 앞으로 우리는?
다행히 요즘에는 위스키, 와인, 맥주, 전통주 등 각자 집에서 즐기는 술들이 하나씩 있는 시대다. 이러한 취향 소비가 쌓이면 식당과 주점에서도 질 좋고 맛 좋은 다양한 술들을 고르는 날이 빨리 올것이다. 술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 유통의 다양화 : 지역 양조장과 크래프트 업체가 주점에 진입할 수 있는 유통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 정보 제공 강화 : 메뉴판과 소매 채널에서 술의 스타일과 원래죠, 지역성을 설명해 소비자가 취향을 찾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 정책적 지원 : 세제 가면, 품질 인증제, 유통채널 확보 등을 통해 전통주와 중소 양조장을 지원해 시장의 다양성을 키워야 한다.
소주와 맥주에 익순한 우리의 술 문화가 다양해지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브랜드를 만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는 우리의 취향을 확장하는 일이며, 지역과 역사, 생산자의 이야기를 즐기는 경험이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