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두려운 순간

by yuri

저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이 가장 두렵습니다. 흔히 말하는 완벽주의 기질이 강해서 '내가 완벽하게 준비됐다!'는 생각이 들어야 비로소 첫발을 떼는 사람, 그게 바로 접니다. 남에게 부족한 모습을 보이거나 쪽팔리는 상황에 놓이는 게 죽기보다 싫어서, 그럴 바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타입이죠. 반면 저희 어머니는 일단 부딪히고 보는 '저돌적인' 스타일입니다. 그러니 그런 제가 얼마나 답답하셨을까요? 사자가 새끼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낭떠러지에 떨어뜨린다는 말처럼, 새로운 도전을 끊임없이 시키려는 엄마와 정말 많이도 싸웠던 것 같습니다. 자꾸 새로운 상황에 밀어 넣으니 불안지수가 높고 나 자신을 믿지 못하는 건 다 엄마 탓이라며 투덜거리기도 했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인지 저는 완벽주의 기질이 강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꽤 많이 하는 편입니다. 돌이켜보면 엄마의 그 '밀어붙이는' 방식이 저를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영국으로 교생 실습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회화도 잘 못하는데 영국으로 교생을 어떻게 가?"라는 생각에 사로잡혔죠. 아니, 영어를 잘 못해서 면접 보러 가면 면접관이 저의 형편없는 영어 실력을 비웃을 것만 같아 두려움 때문에 결국 그 기회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국으로 교생 가는 명단을 보니, 저보다 영어를 잘 못하는 친구가 그 명단에 있더군요. 저의 두려움이 제 시야를 가렸던 거죠.

임용고시 시험 방식이 객관식에서 논술형으로 바뀌었을 때, 저는 1년에 단 한 번뿐인 그 중요한 시험을 포기했습니다. 정말 어이없지만, 백지를 낼까 봐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채점관들이 제가 낸 백지 답안을 여기저기에 소문을 내는 것도 아닌데, 그때는 그게 그렇게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그 해 시험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문제가 바로 제 전공과 관련된 문제였습니다. 저에게는 딱히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충분히 맞힐 수 있는 쉬운 문제였죠. 그 사실을 알았을 때의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인생에서 어떤 순간이 가장 후회되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무언가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시도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언정 '후회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실패는 경험이 되고 배움이 되니까요. 그런데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안 했는데, 다른 사람이 그 기회를 잡아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 후회와 미련이 덕지덕지 남습니다. 때론 바보 같은 저를 탓하기도 합니다. 그때 왜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저를 괴롭힙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큰 관심이 없습니다. 내가 잘하든 못하든, 그 결과는 나에게나 의미 있지 남들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가십일 뿐이죠. 그러니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며 나 자신을 옥죌 필요는 없는 것 같니다. 결국 내 인생이니까요.


일을 하면서 배우다 보니, 체계적이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일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더 열심히 배우러 다녔습니다.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았다는 불안감은 저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는 동기가 되었죠.

돌이켜보면 제가 인생에서 엄청나게 성공한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크게 실패한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거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면, 설령 하다가 그만둘지언정 일단 도전을 해봅니다. 저는 모두가 저처럼 일단 도전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도전을 망설이거나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더군요.


지금도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이 가장 두렵지만, 그래도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일단 해보면 어떻게든 되는 것 같습니다. 비록 대부분이 '삽질'한 경험이었지만, 이런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졌습니다. 제가 수많은 실패를 해봤기 때문에, 느리고 실패를 많이 하는 사람들을 봐도 딱히 화가 나지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응원하게 됩니다. 다만, 시도는 많이 해보셨으면 합니다. 성공은 '운'이 많이 작용하는 만큼, 그 운을 잡기 위해서는 시도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그리고 경험상 일단 일을 벌이고 보면, 좋든 안 좋든 어떻게든 끝을 보게 됩니다. 그 끝을 보는 경험들이 모여서 결국 실력이 느는 겁니다. 그러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일단 하고 보세요. 남이 하는 말에 너무 많이 신경 쓰지 마세요. 결국 내 인생입니다. 나에게 잔소리하는 사람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으니까요.


물체에만 관성이 작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행동에도 관성이 작용하죠. 기존에 하던 방식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는 것은 마치 익숙한 궤도를 벗어나야 하는 것처럼 많은 힘이 듭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새로운 습관에 관성이 붙으면 우리의 삶은 훨씬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 때는 과감하게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보세요. 새로운 장소에 가보는 것도 좋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생각보다 세상은 살다 보면 살아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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