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 나이 있는 선생님들을 깍듯이 모셨으니, 나이 들면 젊은 사람들이 나를 배려해 주고 챙겨주겠지?'라는 나이 지긋한 선생님들의 기대와 '똑같은 일을 해도 호봉제라 돈을 더 받아가면서 왜 배려까지 바라지?'라는 젊은 선생님들의 생각. 이 간극은 마치 평행선처럼 좁혀지지 않는 갈등의 씨앗이 됩니다. 승진이라는 명확한 보상이 있는 조직에서는 부당한 지시를 받아도 "내가 해주고 말지. 승진해야 되니까 참는다"라고 할 수 있지만, 교사 사회는 승진이라는 개념이 희박하니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는 공정의 외침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정반대 입장에서 서로 자기 말만 맞다고 주장하니, 의견 차이는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억울한 일을 당하면 내 억울함을 증명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그때 어떤 분이 "내가 맞다고 싸우는 걸 보니까 젊네"라는 말을 하셨는데, 나이 먹고 보니 이제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습니다. 지금은 "네가 맞니, 내가 맞니?" 따질 시간에 그냥 그 일을 제가 가져가서 처리하는 게 훨씬 편합니다. 인간관계로 골치 아플 바에는 그냥 그 시간에 일을 하는 게 편합니다. 물론 그걸 악용해서 어떻게든 더 부려먹으려는 사람이 있지만, 결국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제가 하면 좀 더 빨리 처리할 수 있으니 그냥 제가 합니다.
싸움은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아무리 내가 옳아도 싸우는 순간 사람들은 똑같은 사람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래서 되도록 싸움은 피하고 꼭 싸워야만 하는 순간이 되면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상대방이 틀리고 내가 맞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적당히 넘어가는 것은 없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어떻게 하면 적게 일할 생각만 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욜로', '워라밸', '직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 모두 일을 그저 일로만 보기 때문에, 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빨리 도망칠까 하는 고민이 담긴 말인 것 같습니다. 일을 많이 하고 잘하는 것이 내 커리어 향상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내 커리어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자격증을 따고, 학원에 가서 영어 공부를 하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적게 일할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모든 직장인이 비슷하겠지만 제 첫 발령지는 정말이지 너무 힘들어서 매일 사직서를 책상 서랍에 넣어놓고 다녔습니다.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누군가가 내가 했다고 말하며 돌아다녔기 때문에 매일 녹음기도 들고 다녔습니다. 그들과 같은 교사라는 게 부끄러웠고, 학교만 가면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학부모와 학생에게 전화가 오면 한숨부터 쉬고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학교에서 하는 모든 경험은 내 커리어 향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쓸데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개뿔,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를 속으로 외치면서 다녔습니다. 왜 나는 남을 배려하는데 이놈의 사람들은 나를 호구 등신 취급하는지 모르겠다며 세상을 향한 원망만 늘어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세월을 잘 버티고 나니 생각이 조금 변한 것 같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도 일이 많은 건 사양하고 싶지만, 옛날처럼 학교로 출근하는 게 숨이 턱턱 막히지는 않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매주 글의 소재를 찾아 배회하곤 합니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헤매는 킬리만자로의 하이에나처럼, 글감을 찾아 여기저기를 돌아다닙니다. 마치 사막의 유목민이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듯, 애들이 모여서 수다 떠는 곳에 조용히 앉아서 고개를 끄덕이며 듣기도 하고, 선생님들이 모여서 수다를 떠는 곳에 조용히 가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을 지우며 이야기를 엿듣기도 합니다.
사람들과 만나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을 쓸 소재가 생겨서 좋습니다.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신세 한탄을 하고 있는 사람을 봐도 그렇게 짜증 나지 않습니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데 '이 인물은 이런 성격의 캐릭터 역할을 부여받았구나' 하면서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덜 화가 납니다. 하고 같은 말을 들어서 귀에서 피가 나는 것 같지만 난 관객이기 때문에 한 번씩 핸드폰도 하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립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글을 쓰다가 알고리즘의 축복을 받아 구독자 수도 늘고, 강연도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이 경험들이 나의 강의를 풍성하게 해 줄 에피소드가 될 것임을 알기에, 누가 "이 일 할 사람?" 하면 "저요!" 하면서 먼저 나서기도 합니다. 일하는 것을 즐기고, 일하는 게 내 커리어 발달과 연관되면 일이 많아져도 덜 화나는 법입니다.
"세상에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라고 하는데, 정말 맞는 말 같습니다. 거지 같고 힘든 상황을 겪을 때는 힘들지만, 그 터널을 잘 지나오면 '아! 이건 과거 경험상 탈출 각인데?' 하는 느낌이 드는 순간 누구보다 빠르게 도망칠 수 있습니다. 이런 감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모릅니다. 제가 똑똑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저는 직접 경험해 봐야 아는 타입입니다. 먹어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아는 사람. 그게 바로 접니다. 그래서 나쁘면 나쁜데로 경험치가 늘어서 좋고 좋으면 좋은 데로 통장 잔고가 늘어서 좋습니다. 이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겠죠? 부디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생각과 마음을 가지면서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