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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i Sep 11. 2024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

  6~7년 전 저희 반 학생 한 명이 장래희망 란에 건물주라고 적어와 다시 써오라고 돌려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주님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돈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심심찮게 장래 희망란에 건물주를 적는 학생들을 봅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한 선생님께서 “요즘 애들은 부모가 타고 다니는 차가 외제차인지 국산차인지에 따라 급을 나누고 끼리끼리 논다니까 "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지가 벌써 6~7년 전입니다. 지금은 연령이 더 낮아져 유치원 학생들도 자신들이 사는 곳이 자가인지, 전세인지 등에 따라 급을 나누고 같은 급끼리만 어울려 논다고 합니다. 


  2023년 대한민국 출산율은 0.72명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빨리 인구 유지선을 돌파하고 매년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자살률 역시 부동의 1위입니다.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조사(2021년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세계 태도 조사’ 결과)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가족'을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반해 한국은 유일하게 '돈'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았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한국 응답자들 중 62%가 단일 요인만을 중요한 가치로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맞벌이하는 부모들은 일하느라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돈으로 보상하려고 합니다. 좋은 옷을 입혀주고, 좋은 음식을 먹이고, 좋은 물건을 사줘야 좋은 부모라고 생각합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가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어서 자녀도 정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부모가 물질적 풍요로 사람의 급을 나눌수록 아이는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날 낳았으면 책임을 져야지”라고 말하며 취직할 때는 독립자금, 결혼할 때는 결혼자금을 부모에게 당당히 요구합니다. 그러면서 “남들은 뭐 해줬는데 왜 나는 안 해줘?”라면서 내 부모와 다른 사람의 부모를 끊임없이 비교합니다.


  요즘은 성적 통지표에 공식적으로 전교 석차가 나오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교 석차를 요구하는 학부모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경쟁은 우리를 성장하게도 하지만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루는 반에 문제가 있었는지 2~3명을 제외하고 반 학생 전체가 수업 시간에 늦은 적이 있었습니다. 늦게 온 아이들에게 사정 설명을 듣고 다음에는 늦지 말라고 이야기했는데, 수업 시간에 일찍 온 한 학생이 저에게 다가와 “선생님 저는 늦게 오지 않았는데요. 늦게 들어온 학생들은 원칙에 어긋난 행동을 했으니 점수를 깎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는 말을 했습니다. 제가 담당한 과목은 절대평가인지라 다른 학생들의 점수가 내려간다고 해서 자신의 점수가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과도한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숫자에 집착하는 삶을 살지 말라고 말하지만 등수, 연봉, 재산과 같이 숫자로 표시될 수 있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그것만이 인생의 전부인 양 살아갑니다. 그 결과 남보다 더 가지지 못해서 불만이고 이런 상황을 만든 부모가 원망스럽습니다.


 「부자의 마지막 가르침」(다우치 마나부. 북모먼트. 2024)이라는 책을 보면 돈에 대한 3가지 수수께끼가 나옵니다. 첫째 돈 자체에는 가치가 없고, 둘째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으며, 셋째 함께 돈을 모아도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돈으로 물질적 풍요는 줄 수 있지만 정서적 풍요는 줄 수 없습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입니다. 부모가 돈에 지나친 집착을 보이면 자식 역시 돈을 인생 최고의 가치로 생각합니다. 나에게 돈을 주는 사람은 착한 사람, 나에게 돈을 주지 않는 사람은 필요 없는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필라테스 강습을 받는데 강사가 저에게 “숫자를 채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를 하더라도 자세를 바르게 잡는 게 중요해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숫자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자녀에게 “○등해라”, “요즘은 무슨 직업이 돈을 잘 번다더라”라는 말을 아무 생각 없이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시대는 좋아하는 것을 오래 할 수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아이가 남과 나를 비교하며 쓸데없는 감정소모로 인생을 낭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며 행복하게 살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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