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칙상 학교에 오면 핸드폰을 제출해야 하지만 핸드폰을 순순히 제출하려고 하지 않았고, 때론 담임 선생님께 핸드폰 돌려받는 것을 포기한 채 무단 조퇴를 했습니다.
학년 부장님께서 "이런 학생들은 초반에 잘 잡아야 된다", "자기 마음대로 학교 밖으로 나가는 학생들은 부모님께 말해서 학교로 돌아와서 담임 선생님의 종례를 받은 후 하교할 수 있도록 지도하세요"라고 말하셔서 저녁 9시가 넘도록 학교로 돌아오지 않은 아이를 교무실에 혼자 앉아 기다렸습니다.
어머님께서도 몇 번은 무단으로 학교 밖을 나간 아이의 손을 잡고 학교를 방문해 주셨지만 갈수록 빈도수가 잦아지고 이런저런 문제들로 인해 자주 전화를 드리다 보니 어느 순간 제 전화 자체를 피하셨습니다.
동년배 선생님들과 학교 끝나고 술을 마시고 있는데 옆자리 선생님의 전화기가 울렸습니다.
"네 어머님 무슨 일이세요?"라고 물으니 "선생님 우리 아이가 가출을 한 것 같아요. 집에 안 들어오네요. 찾아주세요"라고 말하셨습니다. 그날 저희는 술을 마시다 말고 아이들에게 전화를 돌려 아이의 행방을 수소문했습니다.
새벽 4시 "띠링"하는 문자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선생님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저희 아이 수행평가 일정 좀알려주세요"라고 적혀있더군요.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는 여러 선생님들이 각기 다른 과목을 가르치기 때문에 담임 선생님이라도 구체적인 수행평가 일정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1인 1역으로 수행평가 일정을 알려주는 학생을 지정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다들 맞벌이를 하시기 때문에 학교 일과 시간 안에는 학부모 상담을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럴 경우는 퇴근 시간이 지나고 학부모 상담을 진행하곤 합니다.
개인 전화번호가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출근 전, 퇴근 후에 각양각색의 이야기로 전화, 문자, 카톡이 들어옵니다.
학생들에게 교우 관련 문제로 상담 전화가 걸려오기도 하고, "선생님 ○○이 지금 사고 쳤어요. 가게에서 난동 부리고 있어요"라는 신고가 증거자료와 함께 카톡으로 도착합니다.
극히 일부지만 어떤 학부모님께서는 직장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담임 선생님께 풀기도 합니다.
카톡을 하면 단톡방 내에서 일어나는 말싸움 등을 중재하느라 퇴근 후에도 단톡방을 계속 확인해야 되기 때문에 "선생님한테 연락할 때는 카톡이 아니라 문자로 하세요. 단톡방은 선생님 빼고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단톡방 안에서 일어난 일을 이 학생, 저 학생이 캡처를 해서 신고하는 통에 그 말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카톡을 했습니다.
요즘은 업무용과 개인용 핸드폰을 따로 두고 업무용은 학교에 비치해 둔 채 학생과 학부모님에게는 업무용 폰 번호를, 학교 비상 연락망에는 개인용 폰 번호를 적어놓는 선생님이 계십니다.
제가 다닌 학교에도 투폰을 쓰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일과 후에 담임 선생님과 연락이 안 된다는 민원으로 인해 개인 핸드폰 번호를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전화와 카톡 등을 이용하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사람과 얼마든지 자유롭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과가 끝난 후에도 업무와 관련된 연락을 계속 받게 되면 선생님 입장에서는 일과 일상생활을 구분할 수 없게 됩니다.
퇴근을 해서도 항상 학교 생각만 하다 보니 몸은 학교 밖에 있어도 정신은 항상 학교에 가 있는 상태가 되더라고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뇌가 과민 반응을 일으키기 쉬워지고, 작은 자극에도 쉽게 화를 내거나 예민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요즘 학교는 지식 전달보다는 보육의 역할로 비춰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아이들을 케어하는 게 선생님의 역할이라고 해도 사람이기 때문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고가 부정적으로 바뀌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요즘 어린이집은 "키즈노트"를 활용해서 학부모와 선생님이 소통을 합니다.
학부모님이 실수로 새벽에 담임 선생님께 연락을 해도 선생님은 업무시간 안에 그 내용을 확인하고 답변을 하면 되니 일과 일상생활을 불리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크면 사건 사고의 규모가 커지고 경찰서와 병원에서 연락 올 일이 종종 있지만 그때는 학교를 통해 담임 선생님께 연락이 갈 수 있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봅니다.
문제 행동을 한 학생에게 그날 꼭 바른 행동을 가르쳐줘야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건 바람이 아니라 햇빛이듯이 무조건 혼내기보다는 긴 시간을 두고 서서히 마음을 열게 한 후에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그때는 이렇게 했어야 했어…"라고 알려주는 게 효과적인 학생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일로 조퇴를 쓰고 나가려는 순간 반에 일이 생기면 연차는 연차대로 날리고 내 일정은 완전히 틀어져 말은 안 하지만 화는 나고 머리는 멍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사건 파악은 잘 안 되는 말 그래도 "진퇴양난"의 순간을 맞이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오늘은 바빠서(힘들어서) 내일 출근해서 처리하겠습니다."라고 하면 "담임이 돼서 그냥 가면 어떻게 해요. 나도 병원 가려고 조퇴 썼는데 학교에 일이 생겨서 못 간 적 많아요"라고 말하는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신규 때는 내 일보다 학교 일이 우선이었고 그래야만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제가 더 소중합니다.
"제가 여기에 남아있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니 내일 처리하겠습니다. 필요하면 제가 당사자와 연락해서 알아보겠습니다."라고 말하고 갑니다.
남의 말에 휘둘릴 필요도 없고 나를 포기하면서까지 직장에 충성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차피 진짜 복잡한 일은 오늘 처리하든 내일 처리하든 처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오늘 다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경미한 일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도 처리할 수 있으니까요.
내가 바로 서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 어떤 일도 제대로 처리할 수 없습니다. 목줄이 걸려있는 개처럼 끌려다니기만 할 뿐이니까요….
반드시 퇴근 시간을 확보해서 그날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퇴근하면 학교 스위치를 끄고 학교 생각을 하지 마세요. 그래야 번아웃 없이 오래 일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