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를 할 때는 수업만 하고 학교를 나오면 됐기 때문에 수업 시간 내에 학생들과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매일 같이 학교로 출근을 하고 학생들 생활 지도를 하면서 부딪히고, 이런저런 민원에 시달리면서 불면증에 시달린 것 같습니다.
원래도 걱정이 많은 편인데 대인관계에서 특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잠못드는 밤이 길어졌던 것 같습니다.
「90년생이 온다」(웨일북. 임홍택. 2018)처럼 특정 세대는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는 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흔히 90년생은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젊은 선생님들과 같이 모여있으면 "요즘 젊은이들이란…", "우리 때는 이런 것 생각도 못했어"라는 말이 뒤통수에서 들려옵니다.
책을 읽으며 "90년생은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랬구나"라고 이해하는 것이 아닌 "요즘 애들은 철이 없는 건지 싸가지가 없는 건지… 다 오냐오냐 키워서 그래"라는 비판의 말이 먼저 들려옵니다.
"요즘 MZ는 이런건가요?"라는 글을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MZ는 미치고(M) 지랄하고(Z)의 약자라며"라고 돌려 까지를 선사합니다.
세대가 바뀌면서 가치관과 생각이 바뀐 것 맞지만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소수의 나쁜 MZ 경험담 이야기를 가지고 MZ세대 전체를 욕하지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제 동료, 후배들 대부분은 상사가 큰소리를 내면 뭐라고 말도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혼자 웁니다.
"이건 아닌데요"라고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사람은 소수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세대나 빌런은 존재합니다. "미친놈 보존의 법칙"이라고 어디에나 또라이는 존재합니다.
MZ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이상한 것입니다. MZ뿐만 아니라 이상한 사람은 다른 세대에도 있습니다. 제발 특정 사례를 가지고 전체가 다 그런듯이 일반화시키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뒤에서 "요즘 세대들이란 ㅉㅉ"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도 않고, 같은 그룹으로 묶여 욕머는 것도 싫습니다.
지금은 경력도 쌓이고 나이가 들다 보니 제 생각을 이야기하는 편이지만 사회생활 초반만 하더라도 말만 "요즘 세대 무섭네"라고 말만하지 말고 "조심하는 행동"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기분 나쁩니다. 하지 마세요"라는 말은 하고 싶은데 그 말이 입 밖으로는 나오지 않으니 사람들이 알아서 '요즘 애들은 이런게 불편하고 힘들다고 했지'라고 생각하면서 알아서 조심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주 바보같고 인생 거져먹겠다는 생각이죠…. 제가 뭐라고 남들이 나를 알아서 대우해 주겠냐만은 그때는 어린마음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학교를 벗어나면 학교와 관련된 생각은 집어넣어 둔 채로 내 삶을 살아야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가족들이랑 같이 살면 가족들과 함께 웃고 떠들고 세상 이야기를 하면서 잊어버릴 수 있지만 혼자 살다 보니 생각의 스위치를 끄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친구도 없고, 애인도 없고, 딱히 취미도 없으니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더군요….
평소 생각이 많고 항상 뭔가를 해야 하고 뒤처지면 안 된다는 조급증을 가지고 살아가던 터라 스트레스에 더 취약했던 것 같습니다.
정신과를 다니고 약을 먹었으면 좀 더 나았겠지만 "승진"이 뭐라고 정신과 다닌 이력이 있으면 "승진"하는데 페널티로 작용한다고 해서 그냥 버텼습니다.
학교를 그만둘 생각을 하면서 남들이 날 이상하게 보면 어쩌지라고 생각한걸 보니 그 당시는 엄청 힘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보니 나름 여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들은 살빼려고 운동을 한다고 하는데 저는 살려고 운동을 했습니다.
몸을 많이 움직이면 피곤해서 잘 잘 수 있으니까 스피닝, 킥복싱처럼 몸을 많이 움직이는 운동을 했습니다. 필라테스도 배워보기는 했는데 몸을 혹사시키는 게 아니라서 수면에 큰 도움이 안되더군요…. 때론 술을 마시면 잘 잘 수 있다고 해서 한잔씩 홀짝홀짝하기도 했습니다.
걱정이 되면 잠을 못 자고, 잠을 못 자면 부정적여지고, 부정적여지면 더 잠을 못 자고… 악순환의 반복이었습니다.
잠을 못 자서 신체 리듬이 엉망이 되고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곤해졌습니다. 잠을 자도 선잠만 자니 만성피로에 시달렸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삶의 낙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퇴근을 해도 집에서 반겨주는 사람도 없고 딱히 좋아하는 것도 없어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스트레스는 쌓이는데 풀 줄을 몰랐습니다.
남들은 잘만 사는데 나만 못살고 뒤쳐진 것 같아서 조급함이 들고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싫고… 그냥 세상만사가 힘들고 짜증났던 것 같습니다.
임용이 되기 전에는 어디든 붙여만 주면 북한이라도 간다고 생각했는데 임용이 되고 딱 1년 만에 매일매일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다녔습니다. "오늘은 늦었으니까 내일 제출하자"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임용에 통과하기 위해서 공부한 시간도 아깝고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런 대접을 받아야하는지 억울하고 원망스러웠습니다.
선배 선생님에게 이런저런 하소연을 하면 "어… 내가 들은 말이랑 다른데"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전 제 말을 증명하기 위해 녹음기를 들고 다녔습니다.
녹음기를 들고 다니니 나를 지켜줄 방패가 생긴 것 같아 든든하더군요.상대방이 내 앞에서 큰소리를 내도 '증거 잡았다'는 생각에 감정의 동요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사직서를 들고 다니지 않습니다.녹음도 하지 않구요….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힘들수록 뭔가를 열심히 하려고 하기보다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이 시기를 뜨개질도 하고, 나노블록 조립도 하고, 제과제빵도 하면서 보냈습니다.아무생각없이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을 하다보면 멍해지면서 아무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때론 다른 지역으로 임용을 다시 보려고 공부도 하고, 제 전공 외 다른 전공 자격증도 취득하고 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건 돈낭비 시간낭비였습니다. 절박함이 아니라 대피처를 구하는 마음으로 공부하니 공부가 잘될리가 있나요. 자격증도 퇴직 후에 쓸 수 있을까요? 차라리 교육청 일을 하면서 이 프로젝트, 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게 더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정말 바쁘지만 '넌 능력있고 필요한 사람이야'라고 인정받은 느낌이였습니다.
생각이 많을수록 몸을 움직이는게 도움이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운동도 명상이나 요가 같은 것보다는 격렬하고 액티비티 한 것을 했습니다. 열심히 운동하면 운동하고 있는 동안 만큼은 아무 생각이 안 나고, 격렬한 운동을 하면 피곤해서 자기 바빠지니까요. 아마 겸직이 가능했으면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경쟁에 시달리면서 공부하던 사람은 그 습관이 남아있어 제대로 쉬지 못하고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채 끈임없이 뭔가를 사부작 사부작 한다고 합니다.
쉬는 것도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우리는 기계가 아니니까요.
기름만 풀로 완충되어 있다고 자동차가 잘 달리는 것은 아닙니다. 엔진오일도 필요합니다.
저는 쉬는 것에 대해 죄책감과 강박을 느끼던 사람이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너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해왔습니다. 그러다 번아웃이 왔구요.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하잖아요. 빨리 달리는 구간과 천천히 달리는 구간이 적절히 섞여있어야 긴 거리를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습니다.
불면증이 있을 경우 커피랑 녹차 같은 카페인 음료를 최대한 피하는 게 좋습니다.
커피는 각성효과가 있어 일시적으로는 깨어있다는 느낌을 주지만 그 이후에는 더 큰 피로감을 느끼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