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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만기 보증금미반환, 집 팔면 준다는 말 믿어도 될까

by 김민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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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전세보증금 반환이 지연되거나 안 되는 상황에서, 임대인이 "돈이 없는 건 불가피한 사정 때문"이라며 항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이 안 팔린다, 세입자가 안 들어온다, 경제가 어려워졌다... 이런 핑계를 들이밀며 법원에 조정을 신청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럴 때 의뢰인 분들이 많이 물어보시는 게 있어요.


“임대인이 저런 주장을 하는데, 혹시 법원에서 그 말을 믿고 조정해 버리는 건 아닐까요?”


오늘은 실제 소송 사례를 바탕으로, 임대인들이 자주 내세우는 항변이 어떤 내용인지, 그리고 그게 법적으로 얼마나 의미 있는 주장인지 하나하나 짚어드릴게요.



1. "집만 팔리면 돈 줄게요"

이건 정말 흔한 패턴입니다.


임대인 입장에선 세입자에게 줄 보증금을 미리 마련해두지 않았고, 그걸 나중에 매매대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거죠. 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집이 안 팔렸다’는 이유로 보증금 반환을 미룰 수 있다는 법적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부동산 처분이 안 된 게 무슨 불가항력인 것처럼 이야기해도, 법원은 임대인에게 그런 사정을 참작해서 판단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주장을 하려면 적어도 임대인이 진짜로 집을 팔기 위해 노력은 했는지, 그게 구체적으로 증명돼야 어느 정도 참고 정도만 해주는 경우가 있을 뿐이에요.



2. "전세시장 상황이 안 좋아서요"

요즘 전세사기나 전세대란 얘기 많이 들리죠. 임대인들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이유로 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전세 시장이 얼어붙어서 세입자를 못 구한 탓에 보증금을 못 마련했다”라고 항변하는 거죠.


하지만 이건 법원에서 아예 고려 대상도 아닙니다.


실제로 저희 사무실에서 수백 건 넘는 보증금반환 소송을 진행하면서, 이런 주장을 판결문에서 ‘기각한다’는 식으로 판단한 걸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왜냐면 애초에 그런 주장은 법원이 따져볼 가치조차 없다고 보는 거예요.


게다가 만약 임대인이 갭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서 여러 명의 세입자를 받고 돌려 막기를 하다가 이런 상황이 발생한 거라면, 이런 항변은 오히려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관계에 따라서는 임차인에 대한 ‘사기죄’로 판단된 판례도 실제로 나와 있습니다.



3. "현금 말고 집 줄게요" 혹은 "공정증서 써줄게요"

어떤 임대인들은 현금을 주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합니다.


예를 들면 “집 소유권 넘겨줄게요”라든가 “공정증서 써드릴게요” 같은 이야기죠.


그럴싸해 보이지만, 민법 제460조에 따르면 채무는 ‘현실적인 변제’가 원칙입니다.


즉, 임대차계약이 끝났다면 임대인은 현금으로 보증금을 반환해야지, 임차인이 동의하지 않은 대안을 제시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법적으로도 금전채무는 돈으로 갚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공정증서나 부동산 이전 같은 다른 수단은 임차인이 수용하지 않으면 인정되지 않습니다.



4. 실제 사건 – 임대인의 항변, 법원은 어떻게 봤을까?

이 사건의 의뢰인은 전세만기로 임대차계약이 끝난 뒤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임대인은 “집 팔면 줄게요”라며 버텼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임대인이 아예 집값을 시세보다 높게 책정해 놔서 사실상 매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겁니다. 말만 팔겠다고 한 거죠.


결국 저희 사무실의 조력을 받아 소송을 진행했고, 임대인은 재판부에 조정을 요청하면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원래 집이 팔리면 줄 생각이었다.”

“전세시장 탓에 세입자가 안 들어와서 생긴 문제다.”

“조정을 해주면 내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겠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을 조정 없이 곧바로 판결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아주 단순했어요.


“계약이 끝났으니 임대인은 보증금을 반환하라.”

임대인의 말은 법적으로 따질 가치조차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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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의 항변,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보증금 돌려받으려는 임차인에게 임대인이 온갖 핑계를 대는 건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항변들이 실제 소송에서 얼마나 의미 없는지, 그리고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오늘 사례를 통해 보셨을 거예요.


혹시 지금 임대인이 “조금만 기다려달라”, “집만 팔리면 다 해결된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반환을 미루고 있다면,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송을 통해 내 권리를 정확히 주장하고, 임대인의 책임을 법적으로 확실하게 따져보는 게 빠르고 안전한 방법입니다.


보증금 반환 문제로 고민 중이시라면, 지금이라도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지금의 선택이, 앞으로 수천만 원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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